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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가 쓴 기사/경향신문 사설

[사설] 홍콩보안법에 특별대우 박탈로 정면충돌한 미·중(200701)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가 30일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에 맞서 미국은 법 통과 직전 홍콩에 부여해온 특별지위의 일부를 박탈했고, 중국은 다시 반격을 예고했다. 미·중 간 갈등이 다시 증폭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시달리는 상황에서 G2 간 충돌까지 겹치면서 국제사회의 고통은 가중되고 있다.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를 무시하고 보안법 통과를 강행한 중국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이날 통과 후 시행된 홍콩보안법 내용은 1997년 7월1일 홍콩 반환 당시 홍콩에 주어진 자치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 이 법은 우선 국가 분열과 국가 정권 전복, 테러리즘 행위, 외국 세력과의 결탁에 대해 금지·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반한 자에게는 최고 종신형까지 처할 수 있다고 홍콩 매체가 보도했다. 나아가 이 법에 따라 설치될 중국 정부의 국가안보처는 홍콩 민주화 인사에 대한 직접 통제가 가능하다. 이는 홍콩이 그동안 누려온 글로벌 금융허브로서의 지위나 정치적 자유를 훼손하는 것은 물론 반중 인사 탄압과 민주화 시위에 대한 강력한 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 당장 법을 소급 적용해 홍콩의 대표적인 민주화 인사인 조슈아 웡을 체포할 것이라는 말이 나돈다. 더욱이 전인대 상무위는 통상 6개월 걸리는 법 제정 과정을 무시하고 약 1개월 만에 속전속결로 처리했다. 국제사회의 시선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태도이다.

미·중은 바로 실력 대결에 들어갔다. 미 상무부는 국방물자 수출 중단, 첨단제품의 홍콩 접근 제한 등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 박탈 조치를 취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중국은 미국의 잘못된 행동에 필요한 반격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대응에 따라 미국의 압박 수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무역분쟁에서 시작된 양국의 갈등이 기술 패권경쟁, 코로나19 책임 공방, 대만·남중국해·신장위구르 자치구 문제 등 전방위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홍콩보안법은 기름을 붓는 꼴이 됐다. 양국이 미·중 무역합의 파기나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 희토류 미국 수출 중단 등으로 충돌할 경우 세계 경제는 재앙의 구렁텅이 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지구촌의 각국 또한 양국의 눈치를 보는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 미·중 양국은 국제사회의 피해를 감안해 패권경쟁을 접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정부의 유연하고도 전략적인 대응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