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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가 쓴 기사/경향신문 사설

[사설] 불확실성의 미 대선, 정부는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야(201103)

3일 실시되는 미국 대선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려 있다.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냐,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의 당선이냐에 따라 미국의 운명은 물론 국제사회의 역학관계가 크게 달라진다. 선거 결과가 한반도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정부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당선자의 정책기조에 따른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 마련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이번 대선의 가장 큰 특징은 선거 결과 예측부터 대선 불복 가능성까지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대선을 하루 앞둔 2일 현지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후보는 전국 단위 지지율에서 우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대선 승패를 좌우할 일부 경합주에서 트럼프가 막판 맹추격으로 지지율 격차를 좁혀가고 있어 어느 쪽도 승자를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2016년 대선 전체 투표자의 40%가 넘는 우편투표라는 변수까지 추가돼 대선 당일 밤에 당선자를 확정하지 못하는 상황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개표 지연과 대선 불복으로 당선자 확정이 상당 기간 늦춰지는 것이다. 현실화할 경우 미국과 세계는 엄청난 혼란과 불확실성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이미 그 조짐은 나타나고 있다. 한 언론은 트럼프가 대선 당일 밤 초기 개표에서 자신이 앞서게 되면 승리가 최종 확정되지 않더라도 조기에 ‘승리 선언’을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핵심 경합주 펜실베이니아의 우편투표는 대선 사흘 뒤인 6일 도착분까지 인정돼 오래전부터 ‘우편투표=사기’를 주장한 트럼프 측은 이를 선거 불복의 빌미로 삼을 수 있다. 민주당 지지자들도 대선 불복을 공공연하게 말하고 있어 누가 이기든 극렬한 거리 투쟁이나 법정 공방은 불가피해 보인다.

 

대선 결과가 북·미, 한·미 관계 등 한반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은 불문가지다. 북·미관계의 경우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더라도 집권 1기의 톱다운식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바이든이 당선되면 한반도 정세의 급변과 함께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누가 당선되든 미·중 갈등은 지속적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 그 사이에 끼인 한국의 입장은 어려워질 게 뻔하다. 방위금 분담금 협상이나 전시작전권 조기 전환 등 한·미 간 풀어야 할 난제도 많다. 대선 불복 장기화에 따른 경제 혼란 상황도 대비해야 한다. 정부는 모든 역량을 집중해 대선 후 미 대선발 불확실성에 철저히 대비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