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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가 쓴 기사/경향신문 사설

[사설] 기후회의서 약속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 반드시 실천해야(210423)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주재로 열린 화상 기후정상회의에서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추가로 상향해 올해 안에 유엔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신규 해외 석탄발전에 대한 공적 금융지원을 중단하기로 했다.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의지를 강조한 것은 바람직하지만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 못한 것은 유감이다. 올해를 ‘탄소중립 원년’으로 선언한 만큼 선진국 수준의 감축 목표와 실행 가능한 이행 방안을 내놔야 한다.

정부의 현재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다른 나라에 비하면 빈약하다. 정부가 지난해 말 유엔에 제출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는 2030년까지 2017년 배출량 대비 24.4%를 줄이는 것이다. 반면 유럽연합(EU)과 영국의 감축 목표는 각각 1990년대 대비 55%와 68%다. 당시 감축 목표를 제시하지 않은 미국 행정부는 이번 회의에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2005년의 50%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2015년 말 파리기후변화협약 체결 당시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약속했던 2025년까지 25% 감축 목표를 두 배로 높인 것이다. 미 환경단체들이 요구하는 최소 70% 감축 목표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기후변화를 국정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줬다고 평가된다. 일본도 2013년 대비 46%까지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올해는 파리기후협약을 이행하는 첫해다. 오는 11월에는 이를 점검하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영국에서 열린다. 세계 주요 온실가스 배출 40개국 정상들로서는 이번 회의에서 그 이행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취임 첫날 파리협약 복귀를 선언하는 등 취임 초기부터 강력한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미국이 기존보다 두 배 강화한 목표를 제시함으로써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을 비롯한 세계에 미치는 영향은 클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스스로 밝힌 대로 선진국의 절반 수준인 감축 목표를 높이겠다는 약속을 실행에 옮기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한 바 있어 올해는 이를 이행하는 첫해다. 2030년 감축 목표를 높이는 것은 그 출발점이다. 더불어 약속한 계획을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시민들은 온실가스 감축 약속 이행을 못미더워 한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시민의 절반 가까이(45.8%)는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환경단체들도 “말잔치는 그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제 온실가스를 실효적으로 감축하는 행동에 나설 때가 됐다.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하는 범정부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충분히 논의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