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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가 쓴 기사/경향신문 사설

[사설] 디지털·저탄소 산업 재편, ‘공정한 노동전환’ 지원 시급하다 (210526)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은 25일 “산업구조 전환 과정에서 피해를 입는 산업의 노동자를 범부처 차원에서 지원하기 위한 ‘공정한 노동전환 지원방안’을 7월에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기후변화에 따른 탈탄소 정책으로 직접 피해를 볼 수 있는 노동자들을 위한 고용안정 대책에 관한 일정을 처음 구체화한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미 산업구조 전환 과정에 노동자, 지역주민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협력해 온 선진국에 비하면 늦은 만큼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 

탈탄소 산업구조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정부는 2030년까지 국내 신차 판매량 중 친환경 자동차 비율을 33%로 높이고, 2034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60기 중 30기를 폐쇄하기로 했다. 산업구조 전환은 해당 산업뿐만 아니라 노동환경 전반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노동자들에게는 고용불안이 눈앞의 일이다. 정규직보다 구조조정에 노출될 위험이 높은 비정규직의 고용불안은 심각하다. 경향신문이 지난 20일 보도한 ‘전환기의 노동, 길을 묻다’ 기사를 보면 석탄화력발전소 비정규직 10명 중 8명(76%)이 고용불안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진국들은 이미 산업재편의 결과가 노동자와 지역주민 등에게 정의로워야 한다는 ‘정의로운 전환’ 원칙에 입각해 이해관계자 간 협력으로 해결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와 국제노동조합총연맹(ICTU)도 몇년 전부터 ‘정의로운 전환’을 주요 의제로 삼아 전환기금 조성, 노동자 재교육 등 구체적 해법을 모색 중이다. 민주노총은 지난 2월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이 원칙을 채택했지만 구체적 방안은 내놓지 않았다. 노동계가 산업전환이라는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지 않으려면, 그에 걸맞은 대응책을 모색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가 노동시장 재편을 가속화하고 있다. 산업구조 전환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려면 가능한 한 많은 노동자들의 전환산업 배치,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에 대한 재교육, 사회안전망 확충 등이 필요하다. 해당 분야 노동자들에게만 맡겨선 안 된다. 또 노동자들에 대한 지원은 재취업을 전제로 하지 않는 재교육 등으로는 부족하다. 생계 유지를 위한 실질적인 지원책이 되도록 해야 한다. 정부대책뿐만 아니라 노동관계법 개정이나 탈탄소 관련법 같은 법·제도적 정비도 필요하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25일 “산업전환에 따른 새로운 노동법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여야 정치권 모두 산업전환에 따른 새로운 노동환경에 대비한 입법 노력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