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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가 쓴 칼럼/여적

[여적] 소나무 유전자(210715)

“겨울이 되어서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시들지 않음을 안다.” <논어>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추사 김정희는 ‘세한도’에 이 말을 인용했다. 제주 귀양살이를 하는 동안 책과 종이·먹을 보내준 제자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기 위함이었다. 권력의 끈이 떨어지면 외면하는 게 세태다. 그런데도 제자는 그러지 않았다.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송백지조'라는 말이 있듯이, 소나무와 잣나무는 흔히 절개를 지키는 선비의 기상을 상징한다. 바위를 뚫고 자라는 소나무를 보노라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소나무 아래서 태어나고, 소나무와 함께 살다가, 소나무 그늘에서 죽는다’는 말이 있다. 한국인의 삶과 뗄 수 없다는 뜻이다. 소나무는 한국의 대표 나무다. 국가산림자원조사에 따르면 소나무 숲은 전체 산림 면적의 21.2%를 차지한다. 지름 6㎝ 이상 나무 70억그루 중 약 21억그루가 소나무로 추정될 만큼 많다. 소나무는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 나무는 목재로, 송진은 연료로, 솔방울은 술 재료로 활용된다. 국내 서식 품종은 금강송, 반송, 곰솔(해송), 백송, 리기다소나무, 금송 등이 있다. 백송, 리기다, 금송은 각각 중국, 북미, 일본에서 들어왔다.

 

국내에 서식하는 소나무는 크게 4가지 유전적 특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규명됐다. 국립산림과학원이 6년 동안 전국 60곳에 분포하는 소나무의 DNA를 분석한 결과다. 애국가에 나오는 ‘남산 위의 저 소나무’는 경북 울진의 금강송과 다르고, 제주의 소나무는 육지 소나무와 완전히 다르다. 반면 금강송과 충남 태안의 안면송은 비슷하다. 눈으로는 구분할 수 없지만 유전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소나무 유전자 분석은 2014년 숭례문 복원공사용 소나무가 러시아산이라는 논란이 있었을 때 국내산임을 밝혀내는 데 활용된 적이 있다. 하지만 수종 전체를 대상으로 한 유전자 분석은 소나무가 처음이다.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고 지구온난화로부터 소나무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한다.

 

흔히 한국인의 기질을 소나무의 기상에 빗대곤 한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깊이 뿌리내리며 버텨온 소나무의 유전자가 삶 속에 녹아든 덕분이 아닐까. 소나무와의 공생은 앞으로도 계속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