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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가 쓴 기사/경향신문 사설

[사설] 초동 수사 부실 책임 끝내 묻지 않은 공군 성추행 사망사건(211008)

국방부가 성폭력 피해 공군 이모 중사 사망사건에 대한 최종 수사결과를 7일 발표했다. 국방부 검찰단은 이날 관련자 25명을 입건해 15명을 기소하고, 이들을 포함한 38명에 대해 징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초동수사 부실로 물의를 빚은 관계자는 단 한 명도 재판에 넘기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사과하고, 서욱 국방부 장관이 철저한 진상규명을 약속하며 창군 이래 처음으로 특임 군검사까지 투입한 결과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명백한 솜방망이 처벌이자 제 식구 감싸기다.

이 중사는 지난 3월 초 선임부사관에게 성추행을 당한 뒤 신고했지만 군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이던 5월 하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성폭력 발생부터 사후조치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총체적 문제점이 드러나 국민적 공분을 샀다. 당연히 초동수사 부실과 사망에 이르게 한 회유와 압박 등 2차 가해가 수사의 초점이었지만 초동수사를 담당했던 공군 20비행단 군사경찰과 군검사는 물론 수사 지휘·감독 책임자인 전익수 공군 법무실장 등 법무실 지휘부는 한 명도 기소되지 않았다. 기소된 15명 중 공군본부 군사경찰단장에 대한 혐의도 부실 수사가 아닌 상부 허위보고다. 유족이 2차 가해 혐의로 추가 고소한 전속부대 상급자인 15비행단 대대장과 중대장도 불구속 기소했다.

그 이유를 보면 더욱 기가 찬다. 검찰단 관계자는 “초동수사가 미진했던 것은 맞다”면서도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수사를 게을리했을 뿐 직무유기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관련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으로 군의 무능을 자인한 것이나 다름없다. 실제로 사건 초기 군사경찰은 블랙박스 등 자료 확보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군검사는 사건을 송치받고도 55일간 가해자 소환조차 하지 않아 증거 확보에 실패했다.

이 중사 사건 이후 해군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일어나는 등 군내 성폭력은 끊이지 않고 있다.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한 단죄만이 유사 사건의 재발을 척결하는 길인데도 군은 스스로 외면했다. 유가족은 “대통령의 말만 믿고 지켜봤는데 피눈물이 난다”며 특검을 요구했다. 유족은 아직도 이 중사의 장례식을 치르지 못하고 있다. 형사처벌과 별개로 문책 대상자 38명에 대한 징계도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8일에는 이 중사 성추행 가해자로 구속기소된 장모 중사에 대한 결심공판이 열린다. 국회는 지난 8월 군사법원법을 개정했으나 일단 군사법원을 존치시켰다. 그러나 이후에도 군내 범죄 처벌에 미온적인 군사법원을 폐지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이런 일로 군은 더 이상 국민을 실망시켜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