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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위에서/해외

라오스2-루앙파방 문화체험

*이글은 2009년 8월19일자 경향신문에 실은'체험! 공정여행 메콩강을 가다'-라오스 편 두번째 기사를 옮긴 것입니다.

여행지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체험은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체험은 현지인의 삶과 문화를 이해하고자 하는 공정여행의 취지와도 일치한다. 라오스 공정여행은 1박2일간 소수민족 몽족 체험뿐 아니라 6박8일 일정 내내 펼쳐진 각종 체험으로 더욱 재미를 더했다. 스카프 만들기(2일차), 책잔치와 남방불교 배우기(3일차), 탁밧(탁발의 라오스어) 체험 및 라오스 전통요리 만들기(4일차), 라오스 전통 춤과 음악 배우기(7일차) 체험을 통해 여행팀은 라오스 사람들의 삶 속으로 한 뼘쯤 다가갈 수 있었다.

 

여행참가자들이 옥폽톡 수공예품 실습장에서 직접 만든 스카프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참가자들이 손바닥이 정면으로 보이도록 앞으로 쭉 내밀고 있는 자세는 라오스 부처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싸우지 말라"는 평화에 대한 염원이 담겨 있다고 한다.  

 

나만의 스카프 만들기

여행팀의 첫 체험은 전통적인 방법으로 스카프를 만드는 것이었다. 본격적인 여정이 시작된 7월20일 낮, 여행팀은 라오스의 고도이자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인 루앙파방(영어명은 루앙프라방) 변두리 메콩강변에 위치한 옥폽톡 수공예품 실습장을 찾았다. 옥폽톡은 라오스 말로 ‘동양과 서양의 만남’을 뜻한다. 9년 전 라오스 여성과 영국 사진작가가 라오스의 전통문화와 서양의 판매전략을 접목해 설립했다. 현지인을 고용하고 노동의 대가를 인정해주는 공정무역을 실행하고 있다. 이 회사 판매책임자인 에이미 위어는 “체험을 통해 지속가능하고 친환경적인 라오스 전통문화가 널리 확산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행팀은 라오스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실을 자아내는 과정, 직조과정, 염색과정 등 3단계 실습을 통해 직접 스카프를 만들었다. 여행팀은 직조기 앞에 앉아 문양을 만드는 흉내를 내봤지만 어설펐다. 그러나 표정은 전문가 못지않게 자못 진지했다. 실제 직조과정은 지난하다. 복잡한 바틱 문양의 경우 전문가들도 3주 이상 걸린다고 한다. 오랜 손길과 정성을 거쳐 제품이 만들어지니 비싼 것은 당연하다. 여행팀이 가장 흥미를 느낀 과정은 염색작업이었다. 각자 취향에 맞는 색을 선택한 여행팀은 주황색, 보라색, 노란색을 내는 자연염료를 직접 채취했다. 레몬그라스라고 불리는 풀을 달이니 노란색 물이 배어나는 모습은 신기하기만 했다. 뜨거운 불 옆에서 작업하다 보니 온몸은 땀범벅이 됐지만, 직접 만든 스카프를 배경 삼아 기념사진을 찍는 여행팀의 표정엔 환희가 서려 있었다. 여행팀이 만든 스카프는 이틀 뒤 탁밧 체험 때 경건함을 드러내는 중요한 소품으로 쓰였다.

동심으로 돌아간 책잔치 체험

카무족 아이들과 함께한 책잔치는 학창 시절 운동회를 연상시켰다. 공정여행 3일차인 7월21일 오전, 여행팀은 루아파방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인 반 폰사이 마을을 찾았다. 라오스의 아동교육장려단체인 ‘빅 브러더 마우스’가 벌이고 있는 책나눠주기 운동에 동참하기 위해서였다. 이 단체는 2006년부터 어린이책을 직접 만들어 책이 부족한 오지마을 아이들에게 책을 나눠주는 운동을 벌여왔다. 지금까지 72종의 책을 만들었다.

폰사이 초등학교 운동장에는 방학 중이지만 책잔치에 참여하기 위한 아이들로 가득했다. 갑자기 우렁찬 노랫소리가 울려퍼졌다. 책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노래로, 책잔치 때마다 부르는 빅 브러더 마우스의 로고송이었다. 노래를 마친 아이들은 학년별로 교실로 들어갔다. 낯선 여행객과 아이들 간의 어색함을 없애고 교감을 느끼기 위해서였다. 화선지와 먹물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고, 한글을 가르치고 배우는 동안 어색함은 조금씩 사라져갔다. 다시 운동장으로 나갔다. 2인3각 경기와 발꿈치 뒤에 풍선을 묶어놓고 서로 터뜨리는 풍선 터뜨리기 게임을 하면서 승자에게 책을 한 권씩 선물했다. 놀이를 통한 책나눔이었다. 간식을 먹은 아이들은 다시 교실에 모였다. 빅 브러더 마우스 관계자들이 동화를 읽어주자 아이들의 눈망울은 초롱초롱 빛났다. 구연동화는 위생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끝맺었다. 빅 브러더 마우스의 매니저인 캄라는 “책잔치를 통해 아이들에게 책도 나눠주고 구연동화를 통해 위생교육의 필요성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책잔치가 끝날 무렵, 여행팀은 직접 아이들에게 책과 연필, 백지 등을 나눠줬다. 빅 브러더 마우스 관계자들은 운동장에 모인 아이들에게 비가 오더라도 책으로 머리를 가려서는 안 된다며 책을 소중하게 다룰 것을 주문했다. 책과 연필, 백지를 받고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여행팀은 말할 수 없는 보람을 느꼈다. 노희철씨(49)는 “한 아이가 형들의 따돌림 속에서도 종이에 뭔가를 그리려는 모습이 지워지지 않는다”며 “함께한 시간 동안 학생이 된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상애씨(36)는 “구연동화할 때 넋이 빠져라 쳐다보는 아이들의 모습이 무척 기억난다”면서 “그런 아이들에게 책을 후원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엄숙하고 장엄한 탁밧 체험

 여행팀원들이 스님들에게 음식을 공양하는 탁밧 체험을 하 있다.

라오스 공정여행 4일째인 7월22일 새벽 5시30분. 여행팀은 이틀 전 직접 만든 스카프를 매고 경건한 마음으로 호텔을 나섰다. 불교의 공양의식인 탁밧을 체험하기 위해서였다. 루앙파방의 탁밧 행렬은 이 지역 최고의 볼거리다.
라오스의 새벽은 고요했다. 탁류가 거칠게 흐르는 메콩강과 달리 새벽의 희뿌연 기운이 도시에 가득했다. 탁밧 행렬이 지나갈 거리 곳곳에는 라오스 사람들이 깨끗이 차려입고 준비한 음식을 가지고 기다리고 있었다. 간혹 여행팀처럼 직접 탁밧을 체험하려는 외국인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여행팀도 준비된 장소에 앉아 마음을 가다듬고 스님들을 기다렸다. 탁밧할 음식은 찹쌀밥과 초콜릿 등이었다. 마침내 스님들의 행렬이 나타났다. 주황색 가사를 입은 스님의 행렬은 마치 꿈틀대는 거대한 용처럼 장엄했다. 찹쌀밥을 손으로 조금씩 떼어내 건네는 손길에서는 약간의 흥분과 함께 경건함이 배어났다. 공양을 바치는 사람들이나 받는 스님들의 모습은 아름답고 숭고했다. 고요함과 경건함 속에서 탁밧 의식이 치러져서인지 시간이 멈춘 느낌이었다. 탁밧 행렬이 사라지자 비로소 라오스의 아침은 깨어나고 있었다.
탁밧을 직접 체험한 여행팀의 감회는 남달랐다. 특히 스님들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공양물을 나눠주는 장면은 감동적이었다. 정영해씨(55)는 “스님이 내가 준 음식의 일부를 다시 어려운 사람에게 주는 것을 보면서 무욕과 배려의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라오스 요리 만들기

라오스 전통음식 만들기 체험은 탁밧 체험 후 루앙파방 시내에 있는 자연주의 식당 툼툼생에서 이뤄졌다. 식당 이름은 라오스 전통악기가 내는 소리를 딴 것이라고 한다. 여행팀이 이날 만들 음식은 튀긴 스프링롤, 타마린 쇠고기 수프, 새콤달콤 돼지고기, 고추를 넣은 닭요리, 생강을 넣은 생선요리 등이었다. 요리에 앞서 여행팀은 인근 포시 시장을 찾았다. 요리 재료를 직접 살 목적이었지만 실제로는 라오스 사람들의 생활의 일부분을 살펴보기 위함이었다. 우리 재래시장 풍경과 다를 바 없지만 다양한 채소와 야채가 눈에 띄었다.
본격적인 요리는 이 식당의 매니저인 요리사 목라완 용사라완의 도움을 받아 시작했다. 먼저 튀긴 스프링롤을 만들었다. 여행팀을 대표해 김민구씨(41)가 속재료로 쓰일 다양한 야채와 고기를 다지고 주물렀다. 곧이어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모두 나서서 스프링롤을 빚었다. 김씨를 비롯해 정영해씨(55)와 김현숙씨(44)가 앞치마를 두르고 직접 요리를 만들었다. 요리도 요리지만 토마토와 오이를 이용해 장식용 장미꽃과 장미잎을 만든 일은 여행팀 아이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여행팀의 막내인 김예진양(초등 3년)은 “오이로 장미꽃 잎사귀를 만든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수료증을 받아든 여행팀의 얼굴에서 함박웃음이 피어났다.

관광이 아닌 현지인과의 교류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배우는 것이야말로 공정여행의 진정한 즐거움이다. 라오스 공정여행 참가자들은 짧은 시간이지만 그 즐거움을 위해 라오스 국민들의 삶 속으로 뛰어들었다. 어떤 이는 그 속에서 위안을 받고 자신을 되찾기도 했다. 어떤 이는 현지 주민을 위한 경비가 어떻게 쓰이는지 의문을 던지며 책임 있는 공정여행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참가자 모두가 나름대로 특별한 의미를 찾은 것이 이번 여행의 최대 성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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