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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가 쓴 기사/온라인

9.11 당일 라이스, 부시에게 "백악관 오지 마세요"



“당신은 이곳(백악관)에 돌아올 수 없습니다.”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이 9·11 테러 발생 직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언성을 높이며 그의 백악관 귀환을 막으려 한 사실을 털어놨다.

영국 TV방송 ‘채널4’가 9·11테러 9주년을 맞아 특별제작한 다큐멘터리 ‘9·11 : 위기상황’ 인터뷰를 통해서다.

9·11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라이스 전 장관은 딕 체니 부통령 등과 함께 백악관 지하벙커에서 사태를 주시하고 있었다.

부시 전 대통령은 교육관련 법안 홍보차 플로리다주의 한 초등학교를 방문한 뒤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 원’를 이용해 워싱턴DC로 귀환 중이었다. 라이스 전 장관이 군최고사령관인 대통령에게 귀환을 막는 발언을 한 것은 전례없는 국가비상사태를 맞아 미 행정부가 얼마나 긴박하고도 혼란한 상황에 빠져있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6일 독일 DPA통신에 따르면 라이스 전 장관은 “나는 그(대통령)에게 목청을 돋웠는데 이전엔 한번도 그런 적이 없다. 나는 ‘당신은 이곳에 돌아올 수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곤 전화를 끊었다. 대통령은 적어도 나에게 엄청 짜증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은 내게 전화를 걸어 ‘난 돌아갈 거야’라고 말했으며, 난 다시 ‘당신은 이곳에 돌아올 수 없습니다. 미국은 공격을 받고 있으며, 당신은 안전해야 합니다. 우리는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 모릅니다’고 말하자 대통령은 ‘돌아갈거야’라고 말했고 난 ‘그럴 수 없습니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라이스 전 장관은 “난 대통령을 꽤 오랫동안 알고 지냈으며, 그가 원한 것은 단지 선박을 통제하는 곳에 있고 싶어한 것뿐이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덧붙였다.

9·11 테러 당시 백악관을 벗어나 있던 부시 전 대통령의 일정 운용 및 위기 대처능력 등은 논란거리가 됐다.

첫 번째 비행기가 세계무역센터(WTC)로 돌진할 때 부시는 플로리다주 사라소타에 있는 엠마 부커 초등학교를 방문하고 있었으며, 두 번째 테러 뒤에 F16 전투기의 호위도 없이 ‘에어포스 원’을 탄 것으로 나중에 알려졌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정규 행사를 중단하지 않고, 또 F16의 호위도 없이 전용기를 탄 것은 군 최고사령관으로서 안일한 대응이었다는 비난이 끊이지 않았다.

라이스 전 장관은 또 9·11 테러 당시 백악관 지하벙커에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으며, 부시 대통령조차 통신보안이 되지 않은 전화를 사용하는 등 국가통신 체계가 완전히 무너진 사실도 소개했다.

그는 “벙커에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산소 수치가 떨어지기 시작했으며, 비밀경호대 요원들이 들어와 ‘몇 분을 밖으로 내보내야겠다’고 말했다”면서 “그들은 정말로 사람들에게 ‘당신은 중요한 인물이 아니니 밖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라이스 전 장관은 또 “정교한 체계와 정교한 명령 및 통제 장비에도 불구하고 당시에는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으며, 사람들은 대신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사용했다. 솔직히 말하면 당시엔 모든 것이 와해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회상컨대 많은 휴대전화가 아마 가장 민감한 정보를 전달하는 데 사용됐을 것인데, 어떤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어떤 사람은 유선전화가 연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서 “만약 테러리스트들이 우리 통신망을 감시했다면 휴대전화 통화의 많은 부분을 들을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라이스 전 장관의 9·11 비사를 담은 다큐멘테리는 오는 11일 영국에서 방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