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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가 쓴 기사/온라인

영화 <호텔 르완다> 실제 주인공 기소 위기

영화 <호텔 르완다>를 아시나요.

1994년 후투족과 투치족 간의 내전 당시 50만여명이 숨진 르완다에서 100일 동안 1268명의 목숨을 지켜낸 한 호텔 지배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영화 속의 주인공인 폴 루세사바기나(56)는 이 영화를 계기로 세계적인 영웅으로 떠올랐고, 2005년 미국 정부가 민간인에게 주는 최고의 훈장인 ‘자유의 메달’을 받았다.


영화 <호텔 르완다>의 실제 주인공 폴 루세사바기나

그런 그가 르완다 당국에 의해 기소될
운명에 처했다. 르완다 반군단체에 자금을 지원했다는 이유에서다.

27일 AP통신에 따르면 르완다의 마틴 은고가 검찰총장은 루세사바기나가 반군단체인 르완다해방민주세력(FDRL) 지도자들에게 자금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은고가 총장은 루세사바기나가 미국 텍사스 샌안토니오에서 송금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미국의 협조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은고가는 지난 26일 밤 기자회견에서 “그를 영웅으로 여기는 사람들은 그렇게 하라”면서 “우리는 그를 FDRL에 자금을 댄 중대한 범죄 용의자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폴 루세사바기나가 샌안토니오에서 다르에스 살람과 부줌부라로 송금했다”면서 “우리는 개괄적인 언어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이름과 송금 내용을 언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루세사바기나의 자금은 FDRL이 신규 조직원을 모집하는 데 쓰였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당사자인 루세사바기나는 르완다 정부가 폴 카가메 대통령을 반대하는 자신을 상대로 벌이는 중상모략이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벨기에에 거주하고 있는 그는 AP통신에 “이는 르완다 정부가 나를 상대로 벌이는 가장 최근의 중상모략의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운영하는 재단(웨스턴 유니언)은 르완다에서 진실과 정의, 지속가능한 평화를 발전시킬 수 있는 화해과정을 옹호한다”면서 “그러나 카가메를 반대하는 국내외 인사들은 이 같은 학대를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르완다로 마지막으로 송금한 것은 2002년 또는 2003년이며, 송금 규모도 1000유로(1380달러)에 불과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또 자신이 지난 주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뒤 퇴원해보니 누군가가 침입해 르완다어로 쓴 문서들을 훔쳐갔다고 말했다.

AP통신은 루세사바기나가 연루된 것은 르완다의 야당 지도자 빅도이레 인가비레와 관련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인가비레는 이달 초 테러단체 조직 혐의로 기소돼 투옥 중이다.

지난 5월 인가비레를 만나러 갔다가 르완다 정부에 의해 3주간 투옥된 바 있는 미국인 변호사 피터 얼린더는 “카가메 정권은 자포자기의 신호를 보이기 시작했다”면서 르완다 정부는 루세사바기나를 오래 전부터 기피인물로 정해놓고 기소할 움직임을 보여왔다”고 말했다.

인권단체에 따르면 2000년 집권한 카가메 정권은 내전 후 후투-투치족이라는 인종 문제를 언급할 경우 기소하는 등 과거 내전 당시 겪은 아픈 상흔을 지우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그의 철권통치로 인해 정치인·언론들은 침묵을 강요받았으며, 지난 8월 대선 당시엔 일부 야당 정치인들이 체포되거나 피살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