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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가 쓴 기사/경향신문 사설

[사설] 세 번이나 학대 신고 무시된 16개월 입양아의 불쌍한 죽음(201114) 첫돌도 안 된 영아 A양을 입양한 뒤 학대해 생후 16개월 만에 숨지게 한 입양모 B씨가 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구속되는 일이 일어났다. 사건 발생 후 드러난 비정한 모정과 뻔뻔함의 극치를 보면 그의 구속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 사건은 세 차례 학대 의심 신고에도 비극을 막지 못한 아픔을 품고 있고, 사회적 경각심과 재발방지책이 시급하다는 숙제를 남겼다. A양은 지난달 13일 서울 양천구의 한 병원에 온몸에 멍이 든 채 실려온 뒤 짧은 생을 마감했다. 사인은 아동학대를 의심할 만한 ‘외력에 의한 복부 손상’이었다. 문제는 지난 5월 A양이 다니던 어린이집 교사가 멍 자국을, 6월엔 엄마의 지인들이 차 안에 혼자 3시간이나 방치된 것을, 9월엔 소아과 의사가 영양실조를 이유로 세 차례나 아동학대 신고를 했.. 더보기
[사설] 승리와 화합 외친 바이든, '탈 트럼프' 시대 닻 오르다(201109)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가 제46대 미 대통령에 당선됐다. 미 언론들은 7일 밤(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네바다주에서 이긴 바이든 후보가 279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해 승리를 확정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도 곧바로 대선 승리를 선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에 쐐기를 박고, 바야흐로 ‘바이든 시대’가 시작됐음을 전 세계에 알렸다. 트럼프 집권 4년간 편가르고 군림하려고만 한 미국은 다시 정상화돼야 한다. 국제사회의 오랜 바람을 바이든 당선자가 실현하기를 기대한다. 바이든 당선자는 이날 승리 연설에서 “분열이 아닌 화합을 추구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그는 “전 세계가 미국을 지구의 등대라고 믿는다”며 “미국이 전 세계에서 존경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에 대처하기 위한 전문가 그.. 더보기
[사설] 당선 유력 바이든의 과제와 주목되는 한반도 정책(201106)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의 당선이 유력하다. 미 언론들에 따르면 5일 오전(현지시간) 현재 바이든은 264명의 선거인단 대의원을 확보, 당선에 필요한 270명을 채우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로써 지난 4년간 세계를 곤혹스럽게 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국정 운영은 퇴장하게 됐다. 바이든은 선거 과정에서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반세계화, 보호무역, 반이민 등과 결별하고 자유주의 국제질서 회복에 나서겠다고 공약했다. 국제사회의 희망대로 바이든이 미국을 정상화하기를 기대한다. 바이든 후보의 첫 번째 과제는 트럼프 대외정책의 전환이다. 핵심은 ‘미국 우선주의’를 종식시키는 것이다. 바이든과 민주당은 트럼프가 훼손한 동맹관계를 재건해 미국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방향의.. 더보기
[사설] 불확실성의 미 대선, 정부는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야(201103) 3일 실시되는 미국 대선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려 있다.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냐,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의 당선이냐에 따라 미국의 운명은 물론 국제사회의 역학관계가 크게 달라진다. 선거 결과가 한반도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정부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당선자의 정책기조에 따른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 마련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이번 대선의 가장 큰 특징은 선거 결과 예측부터 대선 불복 가능성까지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대선을 하루 앞둔 2일 현지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후보는 전국 단위 지지율에서 우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대선 승패를 좌우할 일부 경합주에서 트럼프가 막판 맹추격으로 지지율 격차를 좁혀가고 있어 어느 쪽도 승자를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201.. 더보기
[사설] 서해 피격 남 탓한 북, 몰인권적 행태 접고 남북 소통 응해야(201031) 북한이 30일 지난달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자기 측 주민을 제대로 관리·통제하지 못하여 일어난 사건”이라며 “남측에 우선적인 책임이 있다”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주장했다. 통신은 “(민간인 피격은) 정상 근무를 수행하는 군인들의 대응”이라며 복무수칙에 따른 정당한 조치임을 강조했다. 이번 통신 보도는 사건 발생 후 북측이 내놨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남측의 공동조사 요구는 거부한 채 민간인 사살 책임을 전가하는 행태는 적반하장이고, 비난받아 마땅하다. 사건 발생 사흘 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밝힌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케 할 뿐, 남북관계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음을 직시해야 한다. 통신 보도는 지난달 25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 명의의 통지문 이후 북측이 이 사건에 .. 더보기
[사설] 베를린 소녀상 철거 중단, 시민단체가 견인한 사필귀정(201015) 독일 베를린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이 일단 철거 위기를 넘겼다. 해당 지자체인 베를린 미테구(區)가 철거 시한을 하루 앞두고 내린 전격적인 보류 결정 덕분이다. 자칫 한·일 간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는 사안이 일단 봉합돼 다행이다. 무엇보다도 소녀상 철거 보류는 일본 측의 전방위 압박에 맞서 오롯이 시민단체의 힘으로 이뤄낸 성취라는 데 의미가 크다. 베를린 소녀상은 현지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가 주도해 지난달 말 설치됐다. 미테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소녀상이 전시 여성인권 문제라는 점을 인정해 지난해 7월 허가했다. 하지만 미테구가 일본 정부와 일본인의 전방위 압박을 받은 독일 당국에 굴복해 설치 열흘 만에 철거 명령을 내리면서 논란이 됐다. 코리아협의회는 다른 시민단체와 연.. 더보기
[사설] '징용배상 해결' 방한 조건 내건 스가, 아베와 다를 게 뭔가(201014) 일본 정부가 지난달 하순 강제징용 배상 소송의 피고인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 매각 문제가 중단되지 않으면 연말 서울에서 개최를 추진 중인 한·중·일 정상회의에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참석할 수 없다는 입장을 한국 측에 전달했다고 교도통신이 최근 보도했다. 스가 총리는 취임 이후 지난달 24일 문재인 대통령과 처음 통화한 뒤 일본 언론에 “한국에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는데, 그 대응이 3국 정상회의 연계로 현실화한 것이다.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이 이달 초 독일 베를린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독일 정부에 요청한 데 이은 또 다른 도발이다. 스가 총리 취임이 한·일관계 개선의 실마리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저버린 처사여서 여간 실망스럽지 않다. 일본의 요구는 사실.. 더보기
[사설] 신형 ICBM과 유화 메시지 함께 내놓은 김정은 위원장(201012)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0일 새벽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대남 유화 메시지를 함께 내놓았다. 김 위원장은 기념 연설에서 “자위적 정당방위 수단으로서의 전쟁억제력을 계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그 누구를 겨냥해서 전쟁억제력을 키우는 게 아니다. 우리의 전쟁억제력이 결코 남용되거나 절대로 선제적으로 쓰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남한을 향해서는 “사랑하는 남녘의 동포”라고 지칭하며 “하루빨리 (코로나19) 보건 위기가 극복되고 북과 남이 다시 두 손을 마주 잡는 날이 찾아오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대남, 대미 비난 대신 유화적 메시지로 대외관계 개선 의지를 내비친 것은 북한의 처지를 감안하면 불가피한 조처로 볼 수 있다. 북한은 대북 제.. 더보기
[사설] 조성길 북 대사 망명, 무분별한 정보 공개 안 된다(201008) 2년 전 잠적한 조성길 전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대리가 지난해 7월 국내로 들어와 체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정보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은 7일 “조 전 대사대리가 지난해 7월 한국에 자진해서 왔다”고 말했다. 조 전 대사대리는 2018년 11월 귀임을 앞두고 로마에서 부인과 함께 잠적한 뒤 제3국 망명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가 1년 전부터 한국에 와 있었다니 놀랍다. 남북관계에 영향을 미칠 민감한 사안이 터졌다. 조 전 대사대리의 망명은 여러 측면에서 주목할 사안이다. 우선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후 첫 대사급 외교관 망명이다. 1997년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 이후 20여년 만의 최고위급 인사의 한국 망명이기도 하다. 북한이 예민하게 반응할 사안으로, 망명 사실 노출로 남북.. 더보기
[사설] 포천 군부대 장병 36명 집단감염, 군내 확산 철저히 차단해야 (201006) 경기 포천에 있는 한 육군 부대에서 지난 4~5일 코로나19 확진자가 36명 발생했다. 지난 4일 해당 부대에서 확진자가 발생하자 병력 이동을 통제하고 전 부대원 등 230여명을 대상으로 전수검사를 실시한 결과 병사 33명과 간부 3명 등 총 36명이 감염자로 확인됐다. 전체 부대원의 약 15%가 감염된 셈이다. 지난 2월 군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규모가 가장 클 뿐 아니라 같은 기간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137명에 비해도 엄청난 규모이다. 군과 방역 당국은 부대 근무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모든 방법을 동원해 감염 확산을 조기에 차단해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이번 군부대 집단감염의 경로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그동안 군부대 내 코로나19 감염은 주로 휴가자·외출자나 외부인에 의해 이뤄졌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