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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가 쓴 기사/경향신문 사설

[사설] 하청·용역 노동자만 또 희생시킨 대전 아웃렛 화재(220928) 지난 26일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에서 화재가 나 7명이 숨지고 1명이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이들 8명은 모두 회사 측과 도급계약을 맺은 협력사 직원이거나 물류업체 직원들이다. 또다시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근무하는 사회적 약자들이 희생되는 일이 반복된 것이다. 이번 화재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아웃렛 개장 약 3시간 전 지하 1층 주차장과 연결된 하역장 근처에서 일어났다는 점은 확인되고 있다. 소방당국은 현장에서 8명을 구조했지만 50분 만에 발견된 1명을 제외하고는 7명은 숨진 채 발견됐다. 하역장 근처에 쌓여 있던 종이상자와 의류 등 가연성 물질이 타면서 유독가스와 불길이 순식간에 번져 희생자들을 덮친 것으로 추정된다. 화재가 난 아웃렛은 개장한 지 2년여밖에 안 됐지만 지난 6.. 더보기
[사설] 연이은 정상외교 실패, 안보실·외교부 문책하라(220924)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과 미국 등 3개국 순방외교가 성과는 고사하고 사고로 점철되면서 외교라인에 대한 문책론이 비등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3일 그 책임을 물어 박진 외교부 장관과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의 즉각 경질을 요구했다. 준비에서부터 결과까지 전례 없이 총체적 무능을 보인 외교라인을 문책하는 것은 당연하다. 윤 대통령의 순방 결과는 애초 약속이나 기대와 거리가 멀 정도로 참담하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조문은 불발됐다. 조문 일정을 세세히 챙기지 못해 먼 길을 가 놓고도 여왕을 참배하지 못하는 한심한 일이 벌어졌다. 늦게 성사됐다던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은 3차례 환담으로 끝났다. 바이든 대통령이 바쁜 일정 때문이라고 했지만, 사전에 약속된 정상회담이 취소된 것은 있을 수 없.. 더보기
[사설] 북핵에 ‘압도적 대응’ 선언 후 항모 파견, 긴장 조성 안 된다(220919) 한·미 외교·국방 차관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제3차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를 열고 북핵에 대한 확장억제 강화를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한·미는 “북한의 어떠한 핵 공격도 압도적이며 결정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양국은 또 미국의 최신 비핵전력을 포함해 핵과 재래식, 미사일방어 (MD)체계 등 모든 군사적 자산을 총동원한 확장억제 강화에도 의견을 모았다. 북한이 최근 핵 선제공격 법제화를 밝힌 데 대해 한·미 양국이 한층 더 수위가 높은 대응을 약속한 것이다. 그 일환으로 당장 이번주 후반에는 미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를 훈련차 한반도에 전개한다. 북핵 위협에 대한 예방적 차원의 억제 의지를 강화한 것이지만 한반도 긴장이 고.. 더보기
[사설] ‘4년 공백’ 이산가족 상봉 제의, 이벤트성 회담 추진 안돼(220909)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8일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 당국 간 회담을 북한에 제의했다. 권 장관은 이날 담화에서 “이산가족이라는 단어 자체가 사라지기 전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면서 “과거와 같은 소수 인원의 일회성 상봉으로는 부족하다. 신속하고도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회담 일자와 장소, 의제와 형식 등은 북측의 희망을 적극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북핵 문제에 뒷전으로 밀려 있던 이산가족 상봉이 논의 대상이 된 것을 환영한다. 북한이 적극 호응해 회담이 성사되기를 기대한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은 2018년 8월 북측 금강산에서 열린 행사를 끝으로 4년간 이뤄지지 않았다. 그동안 이산가족 상봉은 100명 남짓 소수가 만나는 방식으로 진행돼왔다. 그러다 보니 21차례 대면 .. 더보기
[사설] 주말 기습하듯 성주 사드 기지 물품 반입한 군당국(220905) 정부가 4일 오전 1시30분쯤 경북 성주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기지에 불도저, 유류차 등 장비 10여대를 기습적으로 반입했다. 국방부와 주한미군이 지난해 5월 사드 기지 내 장병 생활관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한 이후 휴일에 장비를 기지로 들여온 것은 처음이다. 경찰과 국방부는 당초 ‘주말 (장비 등 물품) 반입은 없다’고 사드 반대 주민·단체에 말했으나, 약속을 깨고 이날 밤 기습적으로 물품을 들여왔다. 다행히 충돌은 없었지만, 향후 양측 간 갈등과 충돌이 우려된다. 이번 조치는 윤석열 정부가 예고한 ‘사드 기지 정상화’의 일환이다. 군당국은 지난해부터 사드 기지 내 미군들이 시설 미비 등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한다며 생활관 개조를 추진해왔다. 매주 평일에 2~3차례씩 하던 물품 반입 .. 더보기
[사설] 교육에서 ‘노동 가치’를 지우겠다는 윤석열 정부(220901) 교육부가 지난 30일 공개한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시안’에서 당초 교육목표에 반영하려 한 ‘노동’ 관련 내용이 사라졌다. 그 결과, 노동이라는 말은 직업계고 교과과목 ‘노동인권과 산업안전보건’에만 나올 뿐 그 이외에는 단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는다. 지난해 11월 2022 교육과정 교육목표에 ‘일과 노동의 의미와 가치’를 반영하겠다는 교육부의 약속은 허언이 됐다. 친기업·반노동 기조를 앞세운 윤석열 정부에 대한 교육부의 눈치보기가 해도 너무하다. 지난해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주요 사항’에 일과 노동의 의미와 가치가 포함되자 시민사회는 환영했다. 국가 차원에서 공식적·체계적으로 노동교육을 실시한다면 노동존중 사회로 한발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는 전국시·도.. 더보기
[사설] 심해지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더 이상 방치 안 된다(220826) 고용노동부가 올해 대기업 고용형태 공시 결과를 25일 발표했다. 10명 중 2명가량(17.9%)이 하청·파견·용역 등으로 일하는 ‘소속 외 근로자’였다. 소속 외 근로자는 기업이 직접 고용하지 않고 다른 기업이 고용한 노동자를 사용하는 간접노동자를 의미한다. 이 비율은 지난해보다 0.5%포인트 높아졌다. 한국 노동시장의 고질적 병폐로 지목돼온 원청·하청 간 이중구조가 더 심해진 것이다. 특히 51일간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 사태를 부른 조선업의 경우 간접노동자가 10명 중 6명 이상(62.3%)이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불안정한 노사 관계의 원인이라는 점에서 심각하다. 최대 피해자는 하청 노동자다. 이들은 원청과 같은 일을 하면서도 고용 불안과 저임금에 시달린다. 이를 잘 보여준 것이 대우조선해양 .. 더보기
[사설] 칩4, 사드에 첨예한 입장차 확인한 한·중 외교장관 회담(220811) 박진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 9일 중국 칭다오에서 회담을 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한·중이 처음으로 양국 관계의 발전과 북핵 문제, 공급망,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등 현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한 자리였다. 양국은 특히 사드 문제에서 첨예한 견해차를 드러내 이것이 최대 현안이 될 것임을 확인했다. 양국은 이날 회담에서 사드 문제를 놓고 팽팽하게 맞섰다. 박 장관은 사드가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자위적 방어수단이며 안보 주권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왕 부장은 ‘사드 3불(사드 불추가, 미 미사일방어(MD)체계와 한·미·일 군사동맹 불참)’ 유지와 이미 배치된 사드 운용의 제한을 요구했다. 사드에 대한 이견은 예견된 바이지만, 중국은 생각보다 강경하게 입장.. 더보기
[사설]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시행, 누더기 상태로는 실효성 없다(220804) 노조를 대표하는 노동자가 이사회에 참석해 주요 안건에 대해 발언하고 의결에 참여하는 노동이사제가 4일부터 공기업 36곳과 준정부기관 94곳 등 130개 공공기관에서 실시된다. 지방 공기업에서 실시되던 노동이사제가 공공기관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대상 공공기관은 노조 대표의 추천 또는 노동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은 비상임 노동이사 1명을 뽑아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노동이사의 신분과 권리를 과도하게 축소·제한하는 세부지침을 만들고,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어 제도가 안착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 논란의 핵심은 기획재정부가 지난 6월 마련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 개정안 세부지침이다. ‘공기업·준정부기관의 경영에 관한 지침’은 “노동이사로 임명되는 사람이 노조법상 노동조합의 조합원인 경우에는 그 자.. 더보기
[사설] 고 이예람 중사 전출 부대서 또 성추행, 공군 정신 못차리나(220803) 공군 부대 선임이 여 부사관을 성추행한 사건이 또다시 발생했다. 해당 부대는 지난해 5월 고 이예람 중사가 성추행 당한 뒤 전출해 마지막으로 근무한 공군 제15특수임무비행단이다. 이 중사 사망 사건에도 불구하고 그것도 그가 일했던 부대에서 성추행 사건이 재발했다니 어이가 없다. 그동안 공군이 내놓은 성폭력 근절 조치와 다짐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군인권센터는 2일 “A하사가 올 1월부터 4월까지 B준위(구속 중)로부터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B준위는 안마를 핑계로 A하사의 어깨와 발을 만지는가 하면 “장난이라도 좋으니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싶다”는 등 발언도 했다. 이를 거부하면 업무에서 배제시켰다. 입에 올리기도 끔찍한 엽기적인 행동도 있었다. A하사에게 코로나19 확진 남성 하사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