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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가 쓴 칼럼/경향의 눈

[경향의 눈32] 윤 대통령은 바이든의 파업 원천봉쇄 권한이 부럽나(221208)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의회가 개입해 예정된 철도파업을 무산시킨 뉴스가 주목받았다. 지난달 24일 시작된 화물연대 파업과 여러모로 비교되기 때문이다. 미 정치권의 철도파업 무산 조치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바이든이 의회에 개입을 요청한 때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이다. 그로부터 사흘 만에 하원과 상원은 철도노사 잠정합의안 강제법안을 처리했고, 바이든은 이튿날인 지난 2일 서명했다. 요청에서 서명까지 나흘밖에 걸리지 않았다. 반면 윤석열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 닷새 만에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지만 파업 사태는 보름이 되도록 해결 기미가 없다. 너무나 대조적이다. 미 행정부와 의회가 철도파업을 원천봉쇄한 근거는 100년이 다 돼가는 철도노동법이다. 이 법은 철도 및 항공 분규 해결을 위해 1926년에 .. 더보기
[경향의 눈31] 트럼프의 착각, 바이든의 착각(221117) ‘파도는 없었고 잔물결만 일었을 뿐이다.’ 지난 8일(현지시간) 실시된 미국 중간선거 한줄평이다.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공화당의 압승이라는 ‘레드 웨이브’는 물거품이 됐다. 공화당은 상원 탈환에 실패했다. 하원조차 겨우 몇 석만 앞설 공산이 크다. 선거 전 떠들썩했던 압승 예측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보통 중간선거는 집권당의 무덤으로 불린다. 평균적으로 하원 28석, 상원 4석을 잃는다고 한다. 민주당의 빌 클린턴 행정부는 1994년 하원 54석을 잃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2010년 하원 63석, 상원 7석을 공화당에 넘겨줬다. 이런 점에 비춰보면 사실상 공화당의 패배라 할 만하다. 공화당 패인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부정 주장과 지난 6월 연방대법원의 임신중단권 뒤집기 판결에 .. 더보기
[경향의 눈30] 푸틴 손에 달린 ‘다모클레스의 핵검(核劒)’, 막을 이는 바이든뿐(221020) “우리는 사고나 오판, 광기에 의해 언제든 끊어질 수 있는, 가장 가느다란 실에 매달린 다모클레스의 핵검(核劒) 아래에 살고 있다. 전쟁 무기들이 우리를 없애기 전에 그것을 없애야 한다.”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이 1961년 유엔 총회에서 한 연설의 일부다. 연설 속 ‘다모클레스의 핵검(a nuclear sword of Damocles)’은 기원전 4세기 시칠리아 시라쿠사의 왕 디오니시우스와 신하 다모클레스의 일화에서 유래된 ‘다모클레스의 칼’을 빗댄 말이다. 디오니시우스는 권력과 부를 부러워하는 다모클레스를 화려한 잔치에 초대해 한 올의 실에 매달아 놓은 칼 밑에 앉혔다. 권력자의 운명이 언제 떨어질 줄 모르는 칼 밑에 있는 것처럼 위험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케네디는 ‘다모클레스의 칼’을.. 더보기
[경향의 눈29] 적은 문 앞까지 왔건만(220113) 약 10년 전 ‘오바마의 짐 갈라진 미국’이라는 칼럼을 쓴 적이 있다. 정치적 양극화 현상이 조지 W 부시 행정부보다 버락 오바마 때 더 두드러졌다는 내용이었다. 이전보다 더 보수화한 공화당 지지자들이 원인이었다. 갈수록 그 추세는 심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의 임기말 국정지지도에 대한 양당 지지자 간 격차는 85%포인트였다. 역대 최대다. 오바마 임기말 때보다도 10%포인트 가까이 높다. 조 바이든은 사상 최악의 갈라진 미국이라는 짐을 안고 출발했다. 그의 당선 첫 일성이 사회 양극화 해소인 것은 당연하다. 지금은 어떨까. 새해 벽두 공개된 워싱턴포스트·메릴랜드대 여론조사 결과는 암울하다. 트럼프 지지자 69%는 아직도 바이든이 정당하게 선출되지 않았다고 여긴다. 초유의 대선 불복과 그에 따른 1·6.. 더보기
[경향의 눈28] 아마존의 노조 실험은 끝나지 않았다(211216) 2021년은 미국 노동운동사의 중요한 해가 될 것이다. 세계적인 기업 아마존과 스타벅스 미국 내 사업장에서 첫 노조가 탄생할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노조가 생기면 설립 이후 이어진 아마존(1994년)과 스타벅스(1971년)의 미국 내 매장 무노조 경영은 끝난다. 첫발은 미 노동관계위원회(노동위)가 뗐다. 노동위는 지난달 29일 지난 2~3월 앨라배마주 베서머 물류센터 직원들이 실시한 노조 설립 찬반 투표 결과(반대 71% 찬성 29%로 부결됐다)를 뒤집고 재투표를 결정했다. 노동위가 산별노조 측이 제기한 청원을 받아들임으로써 아마존 첫 노조 설립은 한 걸음 더 다가가게 됐다. 열흘 뒤엔 스타벅스에서 희소식이 나왔다. 지난 9일 공개된 뉴욕주 버펄로의 한 스타벅스 매장 직원들의 노조 결성 투표 결과 찬성 .. 더보기
[경향의 눈27] ‘플린트 수돗물 납 오염 사태’와 정치 실패의 대가(211118) 전 세계의 이목이 영국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 쏠려 있던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에서 희소식이 전해졌다. 7년 전 ‘플린트시 수돗물 납 오염 사태’와 관련해 시민들이 주정부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이 6억2600만달러의 보상 합의안을 승인한 것이다. 기후위기에 대한 높은 관심 탓에 크게 조명받지 못했지만 세계 환경오염 역사에 획을 긋는 뉴스였다. 인구 10만명에 불과한 미 북동부 미시간주의 소도시에서 발생한 수돗물 납 오염 사태는 현대 미국에서 일어난 최악의 환경재앙 중 하나로 불릴 만큼 관심을 끌었다. ‘제2의 카트리나’ 논란을 부를 정도로 미국의 뿌리 깊은 인종적·경제적 불평등뿐 아니라 사후 처리 과정에서도 총체적인 문제점을 드러내는 등 정치적 파장이.. 더보기
[경향의 눈26] 언론인의 노벨 평화상 수상과 줄리언 어산지(211021) 올해 노벨 평화상은 언론인에게 돌아갔다. 필리핀의 두테르테와 러시아의 푸틴이라는 독재자에 맞서 언론 자유를 위해 용감하게 싸운 두 나라 언론인이 공동 수상했다. 언론인이 이 상을 받은 건 86년 만이라고 한다. 내심 스웨덴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받길 기대한 터라 적잖이 실망했다. 그럼에도 언론 종사자로서 반가웠다. 언론 자유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노벨위원회가 고마웠다. 다만 하고많은 언론인 중에 하필 이들일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독재자는 언제나 존재했고, 이에 항거한 언론인도 늘 있었으니 말이다. 물론 다른 이유도 있었다. 영어의 몸이 된 채 잊혀가고 있는 한 언론인 때문이다. 줄리언 어산지. 2010년 기밀폭로 전문사이트 위키리크스를 통해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및 이라크 전쟁 일지, 국무부 .. 더보기
[경향의 눈25] 괴상망측한 드라마(210923) 작가 존 스타인벡은 1960년 9월 뉴욕주 롱아일랜드에서 미국을 일주하는 자동차 여행을 시작한다. 그의 나이 58세 때다. 75일간의 여행 막바지에 스타인벡은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의 한 초등학교를 찾는다. 날마다 대서특필되던 흑인 등교 반대 시위 현장을 직접 보기 위해서다. 그해 2월 뉴올리언스 교육당국은 흑백 통합교육을 결정한다. 6년 전 연방대법원의 기념비적 판결인 흑백 간 학교 분리 배정 위헌 판결에 따른 것이다. 11월14일 6세 흑인 여자아이(미 흑인 민권운동사에 큰 족적을 남긴 루비 브리지스)의 역사적인 등교가 시작된다. 맞불 반대 시위도 벌어진다. 시위를 주도한 이들은 백인 주부들이다. ‘응원단’으로 불리는 이들은 욕설과 야유로 유명하다. 오전 9시 정각 흑인 여자아이는 법원 집행관 4명의.. 더보기
[경향의 눈24] 보트피플, 세인트루이스호 그리고 아프간 난민(210826) 한 여성이 휴대전화 속 사진을 보며 흐느낀다. “두 딸을 두고 왔다. 난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다.” 한 남성은 “고맙다”는 말을 연발한다. 또 다른 남성은 기뻐하면서도 불안한 기색이 역력하다. 비자 발급에 필요한 서류를 담은 가방을 잃어버려서다.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는 희비가 교차했다. 탈레반 재집권 후 예상되는 탄압을 피해 필사의 탈출을 감행한 아프가니스탄인들이 도착했다. 카불 함락 8일 만이다. 대부분 미 정부 협력자와 그 가족이다. 이들의 얼굴에는 안도와 함께 불안, 초조의 빛이 뒤섞여 있었다. 그래도 아프간에 남겨진 이들에 비하면 행운아들이다. 이륙하는 군용기에 타려고 활주로를 달리는 시민들, 공항 철조망 너머로 던져지는 아이들…. 카불 함락 후 카불공항.. 더보기
[경향의 눈23] 루스벨트호의 교훈(210729) “우리는 전쟁 상황에 있지 않다. 이번 팬데믹으로 한 사람의 승조원도 불필요하게 잃을 수 없다.” 지난해 3월31일 언론에 공개된 e메일이 미국을 발칵 뒤집었다. 발신인은 미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호 함장 브렛 크로지어 대령이었다. 수신인은 그의 해군 상관과 동료 10명이었다. 당시 남중국해와 필리핀해에서 작전 중이던 루스벨트호는 코로나19에 뚫렸다. 승조원 약 5000명 중 확진자가 100명에 이르는 상황이었다. 확산 방지를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때였다. 그래서 크로지어 함장은 3월30일 승조원 대부분을 항모에서 하선시킬 것을 요청하는 e메일을 보냈다. 하지만 e메일이 하루 만에 공개되자 파문이 일었다. 수뇌부는 그의 요청을 거부했다. 언론 보도 이틀 뒤에는 그의 지휘권을 박탈했다. 그가 하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