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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가 쓴 칼럼/경향의 눈

[경향의 눈12] 코로나 시대의 탐욕(200820)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이 시작된 지 5개월이 지났지만 끝은 보이지 않는다. 위기는 잊지 못할 기억을 남긴다. 세 사람이 떠오른다. 먼저 전기자동차업체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다. 지난 5월 중순 갖은 억지 끝에 공장을 재가동해 공분을 샀다. 두번째는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물류센터 직원에게 ‘목숨 건’ 출근을 강요해 물의를 빚었다. 마지막은 15세 인도 소녀다. 지난 5월 실직한 아버지를 자전거에 태워 1200㎞ 떨어진 고향으로 돌아가 화제가 됐다. 머스크와 베이조스는 코로나19로 돈방석에 앉은 대표적인 억만장자다. 봉쇄가 시작된 3월18일~8월5일 미국 억만장자의 재산은 6854억달러 증가했다. 올해 한국 예산의 1.5배 수준이다. 세계 최고 갑부 베이조스는 이 기.. 더보기
[경향의 눈11] 100세 노병, ‘캡틴 톰’과 백선엽 장군(200716) 지구촌이 코로나19로 한창 고통받던 지난 4월, 영국발 유쾌한 이벤트가 전 세계를 감동시켰다. 2차 세계대전 참전 100세 퇴역 대위 톰 무어의 ‘뒷마당 행진’이었다. 100번째 생일(4월30일) 때까지 집 뒷마당을 하루에 10바퀴씩 100바퀴(총 2500m)를 도는 것이다. 코로나19와의 싸움의 최전선에 있는 공공의료서비스(NHS) 간호사들을 돕기 위한 모금행사로 진행됐다. 최초 목표액은 1000파운드(약 151만원). 하지만 최종 모금액은 3280만파운드(약 496억원)나 됐다. 평범한 노인의 용기 있고 따뜻한 도전이 만든 기적이었다. 100번째 생일날, 여왕과 총리는 물론 전 세계에서 축하 인사가 쏟아졌다. 축하 카드만 150만장이 넘었다. 공군은 공중 분열식을 두 차례나 하며 축하했다. 기사 작위.. 더보기
[경향의 눈10] 조지 플로이드가 소환한 것들(200611) 비극적인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 조지 플로이드는 코로나19 여파로 일자리를 잃은 4000만명이 넘는 미국인 중 한 명이었다. 식당 겸 나이트클럽에서 안전요원으로 일하다 실직했다. 운명의 날인 지난 5월25일, 그는 위조지폐로 담배를 사려 했다. 흉기를 지니지도 않았다. 경찰을 위협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백인 경찰관 데릭 쇼빈은 등 뒤로 수갑이 채워진 그의 목덜미를 무릎으로 8분46초간 눌러 살해했다. “숨을 못 쉬겠다”고 10여차례나 애원했건만 허사였다. 키 193㎝·몸무게 100㎏이 넘는 거구였기 때문일까. 흑인이어서일까. 아니면 과거 무장강도 전과 때문일까. 이 어느 것도 경찰의 야만적인 폭력을 정당화하지 못한다. 누구든 20달러 위조지폐 때문에 목숨을 잃을 수는 없다. 관행이라고밖에 달리 설명할 .. 더보기
[경향의 눈9] 이라크 침공 빼닮은 미국의 코로나19 중국 때리기(200507)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코로나19 중국 책임론’ 공세를 보면서 2003년 이라크 침공을 떠올렸다. 전개 상황이 너무나 닮았다. 이라크 침공은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9·11테러의 주범 알카에다와 그 배후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정권을 무너뜨리려 언론과 손잡고 만든 합작품이다. 부시 행정부는 침공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후세인과 대량살상무기 관련 가짜뉴스를 언론에 흘렸다. 주류 언론조차 애국심 열기 속에서 특종경쟁에 사로잡혀 사실 확인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대서특필될 때마다 최고 당국자가 이를 확인해주면서 전쟁은 돌이킬 수 없게 됐다. 대표적인 기자가 뉴욕타임스의 주디스 밀러였다. 그는 이라크 망명인사 아흐메드 찰라비와 당국자들이 흘린 정보를 기사화해 부시 행정부 선전전의 선봉장이 됐다. 코로나19.. 더보기
[경향의 눈8] 트럼프의 '코로나19 촌극'(200402) ‘5시의 촌극’이라는 말이 있다. 베트남전쟁 당시 미군이 사이공(현재의 호찌민)의 한 호텔에서 오후 5시마다 했던 전황 브리핑의 별칭이다. 이 브리핑이 촌극으로 희화화된 데는 이유가 있다. 진실보다 거짓말이 난무했기 때문이다. 리처드 파일 당시 AP통신 사이공 지국장의 묘사가 정곡을 찌른다. “동남아시아의 부조리극 극장에서 최장 공연되고 있는 희비극.” 실제로 브리핑에서는 기자들과 미군 간 가짜 통계와 거짓 전황을 둘러싼 설전이 벌어지곤 했다. 그 후 ‘5시의 촌극’은 거짓말로 정부의 신뢰를 갉아먹는 행태를 비꼬는 대명사로 활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을 보면 ‘5시의 촌극’이 새삼 떠오른다. 트럼프는 지난달 코로나19 국가비상사태 선포 이후 매일 저녁 백악관에서 ‘코로나 브리핑.. 더보기
[경향의 눈7]존 삼촌과 트럼프의 핵 집착증(171026)  대통령이 되기 전 도널드 트럼프가 핵 관련 언급을 할 때 자주 입에 올린 이가 있었다. 존 삼촌이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지 두 달쯤 뒤인 2015년 8월 말, 보스턴글로브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이렇게 말했다. “삼촌은 내게 핵 이전의 핵에 대해 얘기해주곤 했다.” 2016년 3월 CNN 인터뷰에서 “핵확산에 찬성하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아니다. 난 다른 어떤 것보다 핵무기를 싫어한다. 내 삼촌이 그 문제에 대해 얘기해주곤 했다.” 트럼프 삼촌 존(1985년 사망)은 유명한 공학자이자 핵물리학자였다. 40년 가까이 MIT 교수를 지냈다. 부동산 개발업자로 성공한 트럼프에게 삼촌은 특별했다. 똑똑함의 상징이자 가문의 자랑이었다. 삼촌의 피가 자신에게도 흐르고 있음을 노골적으로 강조하기도 했다. .. 더보기
[경향의 눈6]아웅산 수지에 대한 오해와 이해(170921) “우리는 미얀마와 미얀마의 인종 간 경쟁에 관한 복잡한 이야기에 대해 너무나 모른다. 아웅산 수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미얀마 실권자인 수지에 가장 정통한 서방 언론인으로 알려진 퍼걸 킨 BBC 기자의 말이다. 미얀마 군부의 소수민족 로힝야 무슬림에 대한 인종청소와 그에 대한 수지의 반응을 보면 이 지적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우리가 아는 수지는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이자 노벨 평화상 수상자다. 마하트마 간디, 넬슨 만델라, 테레사 수녀에 비견될 정도로 존경받는 인물이다. ‘철의 나비’로 불릴 만큼 가냘프고 아름답지만 강한 여성이다. 그런 수지가 달라졌으니 지지자들의 실망과 분노는 당연하다. 과연 수지는 두 얼굴을 한 야누스인가. 도대체 우리는 수지를 제대로 알고 있기나 한 걸까. 수지를 제대로 이해하는.. 더보기
[경향의 눈5]자유의 여신상의 눈물(170824) 임기 7개월을 보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만신창이 신세나 다름없다. 많은 대선 공약은 휴지 조각이 됐다. 오바마케어를 폐지하겠다고 했지만 폐지는커녕 대체하지도 못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한 약속도 ‘속 빈 강정’이 됐다. 아프가니스탄 철군 약속도 지난 21일 ‘제한적 개입’ 발표로 물거품이 됐다.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일어난 인종차별주의자들의 폭력사태를 양비론으로 두둔함으로써 인종주의자임을 새삼 일깨워줬다. 콘크리트 지지율을 보이던 열성 지지자의 균열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그의 7개월은 완전 실패작이라 할 수 있다. 그래도 트럼프가 지지자들에게 자랑할 수 있고, 성공한 정책으로 내세울 것이 있다면 바로 이민제도일 것이다. 트럼프는 대선 전후 이민을 반.. 더보기
[경향의 눈4]미래에서 온 535조달러 청구서(170727) 숫자 홍수 속에 살고 있지만 그 크기를 쉽게 가늠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같은 숫자도 단위에 따라 천양지차이기 때문이다. 숫자 535 뒤에 조 단위가 붙고, 또 그 뒤에 달러가 붙으면 상상조차 하기 힘든 액수가 된다. 535조달러. 우리 돈으로 약 60경원이다. 경은 조보다 1만배나 크다. 0의 개수만 16개나 된다. 일상생활 속에서는 결코 마주칠 수 없는 숫자다. 얼마나 큰 액수인지 짐작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비교를 하면 피부에 와닿을지 모르겠다. 1400조원대인 한국 가계부채보다 429배나 많은 액수다. 18조1247억달러(2015년 기준)인 미국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해도 약 30년치에 해당하는 돈이다. 어쨌든 이 천문학적인 535조달러의 정체가 궁금하지 않은가. 현재 인류가 처.. 더보기
[경향의 눈3]오소프는 왜 ‘미국판 마크롱’이 되지 못했나(170629) 존 오소프. 열흘 전까지만 해도 그를 잘 알지 못했다. 언젠가 미국 언론에서 그의 이름을 언뜻 본 것 같지만 관심 밖이었다. 어느 누가 남의 나라의 보궐선거와 이름 없는 정치인에게 관심을 가질까. 그런데 알고 보니 무시해도 될 보궐선거가 아니었다. 두 후보 진영에는 사활이 걸린 선거였다. 투입된 선거자금만 5500만달러가 넘었다. 보궐선거 사상 최고 기록이었다. 투표율도 역대 최고였다. 이제껏 이런 선거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의 박진감도 있었다. 그 중심에 오소프가 있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끝난 미국 조지아주 6선거구 보궐선거 이야기다. 도널드 트럼프 집권 후 하원의원들의 정부직 진출로 보궐선거를 치른 4곳 중 한 곳이었다. 트럼프 심판이 쟁점이었지만 네 곳 모두 공화당 아성인 탓에 민주당은 전패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