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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가 쓴 칼럼/아침을 열며

아침을열며7/‘제로 다크 서티’와 ‘아르고’ 조찬제 국제부장 일주일 전에 끝난 올해 아카데미상 시상식의 하이라이트는 작품상 발표였다. 명배우 잭 니컬슨이 무대에 올랐다. 하지만 그는 조연이었다. 주연은 미국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였다. 니컬슨이 그의 이름을 부르자 백악관에서 파티 중이던 오바마가 무대 뒤 대형 화면에 등장했다. “올해 작품상 발표에 도움을 줄 수 있어 영광”이라고 말문을 연 오바마는 “9편의 영화는 우리를 웃게도 울게도 하고 때로는 우리의 주먹을 조금 더 힘껏 쥐게 한다. 그들은 사랑이 모든 차별을 견디게 하고 우리의 삶을 가장 놀라운 방법으로 변화시키고, 만약 우리가 열심히 버텨 싸우고 용기를 찾는다면 어떤 역경도 이길 것이라는 점을 일깨운다”고 말했다. 진행을 넘겨받은 니컬슨이 후보작 9편을 소개하자 작품상 이름이 든 봉투가 .. 더보기
아침을열며6/지옥문을 연 올랑드 조찬제 국제부장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말리에 대한 군사개입을 개시하자 이슬람 무장세력은 그가 “지옥문을 열었다”고 했다. 올랑드는 그 말에 콧방귀를 뀌었을 법하다. 하지만 말리 개입에 대한 보복으로 일어난 알제리 인질극은 그가 지옥문을 열었음을 분명히 보여줬다. 인질극은 사흘 만에 끝났지만 이는 불길한 예언의 서막일지도 모른다. 올랑드의 말리 작전은 겨우 문턱을 넘어섰을 뿐이다. 그 문 뒤엔 알제리 인질극보다 더 깊은 수렁이 놓여 있을지도 모른다. 올랑드의 말리 개입은 결말을 알고도 헤어나지 못하는 숙명의 게임과 같다. 자신의 운명은 물론 국민의 꿈마저 앗아갈 수 있다는 것이 이 게임의 법칙이다. 올랑드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아프리카는 다시 한번 전쟁에 휘말리게 됐다. 올랑드는 왜 지옥.. 더보기
아침을열며5/총기 규제, 이제는 행동에 옮길 때 조찬제 국제부장 지난 토요일 오전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검색하던 아내로부터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미국 동부 코네티컷주 한 초등학교에서 총기 참사로 무고한 아이 20명과 교직원 6명 등 26명이 숨졌다는 것이다. 나중에 보니 숨진 아이들은 모두 6~7세 철부지들이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자식들을 졸지에 잃은 부모의 심정을 어찌 헤아릴 수 있을까. 먼 나라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남의 일로만 여길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우리 가족은 버지니아주에서 1년 동안 거주한 적이 있다. 한국계 조승희가 저지른 미국 최악의 총기 참사인 2007년 버지니아텍 사고가 있은 직후다. 기우에 그치긴 했지만 같은 성씨라는 이유만으로도 불안해했다. 이 때문에 총기 참사 소식을 들을 때마다 아무 탈없이 귀국할 수 있었음을 감사.. 더보기
아침을열며4/오바마·시진핑은 중산층에 응답하라 조찬제 국제부장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재선과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의 최고 지도자 등극을 약 1주일 간격으로 보는 일은 동시대인으로서는 드문 경험이라 할 수 있다. 세계 최강대국 지위를 유지해야 하는 오바마와 그 자리를 넘보는 시진핑 간 대결은 세기의 볼거리가 아닐 수 없다. 두 사람이 펼치는 정책과 지도력에 따라 세계는 좌지우지될 것이 뻔하다. 두 사람이 만들어갈 세계가 갈등의 장이 될지, 화해와 협력의 장이 될지는 엄밀히 말하면 국제정치학자들의 주된 관심 영역이다. 일반 미국인이나 중국 인민들이야 자신들의 삶을 풍요롭게만 해준다면 어떻게 하든 만족할 것이다. 오바마와 시진핑 두 사람에게서 공통분모를 찾는 일은 쉽지 않지만 두 사람 앞에 놓인 과제와 관련한 주제어는 찾을 수 있다. 바로 ‘중산층’.. 더보기
아침을열며3/양심수 브래들리 매닝을 위하여 조찬제 국제부장 1991년 ‘유서대필사건’ 희생자 강기훈씨의 근황 보도(경향신문 9월29일자 1·9·10면)를 보고 참으로 안타까웠다. 누명을 쓰고 3년 옥고를 치른 것도 억울한데 명예 회복을 위해 학수고대하는 대법원의 재심결정 절차가 신청 접수 3년이 지나도록 진전이 없다니, 전문 법률지식은 없지만 울화통이 터질 지경이었다. 국외자의 심경이 이렇다면 당사자는 오죽하랴, 이런 생각을 하는데 문득 한 외국인이 떠올랐다. 비리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에 미국 기밀자료를 제공한 브래들리 매닝이었다. 위키리크스는 미 육군 정보분석병으로 이라크에 근무하던 매닝 덕분에 2010년 미 기밀을 잇달아 폭로해 세계를 뒤흔들었다. 한동안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와 함께 인구에 회자되던 그의 이름이 언제부터인가 언.. 더보기
아침을열며2/CIA-알카에다 커넥션의 부활 조찬제 국제부장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7일 다음과 같은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어느 누구라도 시리아 국민들의 불행을 부추기는 일을 시도하거나 대리인 또는 테러리스트를 보낼 경우 참지 않겠다.” 클린턴 장관은 특정 국가나 테러조직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클린턴의 경고가 얼마나 위선적이고 모순적인지는 전후맥락을 살펴보면 드러난다. 미국 스스로 시리아 사태에서 대리인과 테러리스트에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미국 스스로 최대의 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국제테러조직 알카에다이다. 알카에다의 시리아 사태 개입설은 오래전부터 나돌았지만 뉴욕타임스가 지난달 말 “알카에다 산하 3개 조직이 시리아 혁명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분명해졌다. 이후 다른 미국 언론들도 시리아에서.. 더보기
아침을열며1/미국의 '그것 논쟁'과 들러리 최근 미국 대통령 선거 유세 도중 재미있는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것은 국가와 기업가에 관한 것이기도 하고, 기업가 정신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발단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제공했다. 오바마는 열흘 전인 지난 13일 버지니아주에서 유세를 했다. 그 자리에서 성공한 기업가와 그들의 성공 비결에 관한 연설을 하면서 국가와 국민들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런데 공화당과 보수주의자들은 오바마 연설 가운데 한 대목만 주목하고 이를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두 문장으로 이뤄진 구절이다. “만약 당신이 기업을 운영한다면 당신이 그것을 이룬 것이 아니다. 누군가가 그것을 가능하도록 했다.” 기업가는 물론 공화당은 발끈했다. 미국상공회의소는 특별한 개인의 놀라운 성과를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전미자영업자연맹은 “엄청난 개인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