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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가 쓴 칼럼/여적

[여적] 파티게이트(220822) ‘괴짜 총리’로 불리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58)가 올가을 퇴진한다. 성비위 전력이 있는 측근을 당 요직에 임명한 것도 모자라 수차례 말바꾸기를 하자 내각의 장차관들이 줄사퇴한 것이 결정타가 됐다. 하지만 그에 앞서 존슨의 발목을 잡은 근본 원인은 ‘파티’였다. 파티 애호가로 이름난 존슨 총리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2021년 수차례에 걸쳐 총리실 직원과 공무원, 보수당 의원 등과 파티를 하는 동영상과 사진이 잇따라 공개됐다. 물론 방역지침 위반이었다. 영국 언론이 ‘파티게이트’로 명명하면서 이 사건은 존슨의 정치생명을 야금야금 갉아먹어 마침내 퇴진 위기로 몰아넣었다. 핀란드의 산나 마린 총리(37)가 파티 스캔들에 휘말려 정치적 위기에 몰렸다. 마린 총리가 한 아파트에서 연예인 등 친구들과.. 더보기
[여적] 위기의 트럼프(220812)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지난 8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플로리다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트럼프가 기밀인 대통령기록물을 유출하고 파기했다는 게 주된 혐의다. 압수 대상 목록에 핵무기 관련 문건이 포함됐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대통령기록물법을 어기면 최고 3년의 징역형에 처해진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압수수색이 전례없는 일이다 보니 후폭풍이 크다. 트럼프는 자신의 대선 출마를 막으려는 민주당의 정치수사라고 반발했다. 공화당은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이기면 법무부를 조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사흘 뒤엔 FBI의 신시내티 지부가 무장한 트럼프 지지자의 습격을 받았다. 건물 침입에 실패한 습격자는 도주 끝에 사살됐다. 사법당국은 습격자가 ‘1·6 의회 폭동’과 관련 있을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라고 한다.. 더보기
[여적] 투석실의 간호사(220808) 어느 곳을 가든 투석전문병원 간판을 흔히 보게 된다. 혈액투석 환자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노인인구 증가로 신장질환의 주원인인 당뇨·고혈압 환자가 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8년 혈액투석 환자는 2014년에 비해 약 23% 늘어났는데, 이 기간 동안 46% 늘어난 진료비의 절반이 65세 이상 환자의 몫이었다. 혈액투석의 대표적인 방법이 인공투석이다. 신장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할 때 그를 대행하는 장치를 이용해 혈액을 몸 밖으로 꺼내 노폐물을 없애고 필요한 전해질 따위를 보급해 몸 안으로 되돌려 보내는 치료법이다. 신장이식 수술이 어려운 말기 신장 질환자가 주로 받는다. 혈액투석 환자를 전담하는 간호사를 투석실 간호사라고 한다. 신장에 대한 지식은 물론 투석 중 심정지가 .. 더보기
[여적] 저무는 일본 사민당(220712) '55년 체제’를 빼놓고는 일본 정치를 설명할 수 없다. 1955년 자유당과 민주당이 합당하면서 거대 정당이 된 자민당이 이후 줄곧 여당이 되고, 제1야당 사회당이 견제에 나서는 정당 구도가 형성된 것을 가리킨다. 자민당 중심의 보수정당이 의석의 3분의 2를, 사회당·공산당 중심의 진보정당이 3분의 1을 분점해 ‘1.5 정당제’로 불린다. 55년 체제는 자민당이 1993년 8월 중의원 선거에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면서 1차 붕괴했다. 사회당 등 야당이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대변화가 일어났다. 이 흐름은 2009년 민주당이 일본 헌정 사상 처음으로 정권을 교체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55년 체제의 완전 종식이었다. 55년 체제의 한 축이었던 사회당은 모두 3차례에 걸쳐 일본의 정치를 주도했다. 첫번째는 1.. 더보기
[여적] 죽음의 '세락(serac)'(220705)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해발 8848m) 베이스캠프~제1캠프 사이의 쿰부 아이스폴 구간은 위험하기로 악명 높다. 발 아래에서 시시각각 움직이는 빙하 때문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위험한 곳이 있다. 아이스폴 상부에 있는 ‘세락(serac)’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빙하가 급경사를 내려올 때 갈라진 틈과 틈이 교차해 생긴 거대한 얼음덩어리로, 집채보다 크다. 산악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이 세락을 통과하는 것이다. 언제 무너져 내릴지 몰라서다. 2008년 8월 두 번째로 높은 K2(해발 8611m)에 오른 한국 여성 산악인 고미영(2009년 작고)은 당시 경험을 이렇게 말했다. “마치 러시안 룰렛 게임을 하는 것 같았다.” 2014년 4월 에베레스트 쿰부 아이스폴에서 눈사태가 나 셰르파 16명이 한꺼.. 더보기
[여적] 코로나 전단?(220702) 코로나19 발병 초 관심사의 하나는 문 손잡이를 잡았을 때 감염 여부였다. 손잡이에 감염자의 바이러스가 남아 있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2020년 9월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의 한 콜센터 문 손잡이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된 바 있다. 지금이야 물체에 잔존하는 바이러스를 통한 감염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지만 당시엔 모든 것이 불안했다. 여전히 문 출입구와 승강기 안팎에 비치된 손소독제는 그 시절 불안감의 증표였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일 북한 내 코로나 발병 지역 확인 사실을 전하면서 “국경 지역들에서 풍선에 매달려 날아든 색다른 물건들을 각성있게 대하고 출처를 철저히 해명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대북전단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풍선’ ‘색다른 물건’ 등으로 볼 때 대북전단을 통해 코로나 바이러.. 더보기
[여적] 백악관 가는 BTS(220528) 백악관으로부터의 초청. 누구에게나 꿈같은 일이다. 세계적 유명인사들도 예외가 아니다. 초청받은 유명인사들이 극소수인 이유다. 백악관이 이들을 초청하는 데는 목적이 있다. 국정 홍보에 활용하기 위함이다. ‘로큰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는 1970년 12월 백악관을 찾았다. 리처드 닉슨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마약과 공산주의 대처 연방총대리인’ 임명장을 받기 위해서였다. 1984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을 초청했는데, 그의 히트곡 ‘빗잇(Beat It)’을 활용해 반음주 캠페인을 펴기 위해서였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7월 10대 팝스타 올리비아 로드리고를 초청했다. 그를 통해 청소년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장려할 목적이었다. 방탄소년단(BTS)이 바이든의 초청으로 오는 31.. 더보기
[여적] 핀란드의 중립 포기(220517) 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39년 11월30일 소련이 핀란드를 침공했다. 인구 370만명인 핀란드가 소련군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영토의 10%를 내주고 3개월여 만에 굴복했다. 하지만 발트3국과 달리 소련에 재병합되는 운명은 피했다. 이런 경험은 핀란드가 종전 후 중립국을 선택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1948년 소련과의 우호조약으로 중립국 지위를 인정받은 핀란드는 마셜플랜을 거부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도 가입하지 않았다. 대신 소련이 국내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감수해야 했다. 강대국의 눈치를 보면서 자국의 이익을 양보하며 국가를 유지하는, ‘핀란드화(Finlandization)’라는 국제정치 용어가 나온 배경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핀란드를 여러 차례 소환하고 있다. 전쟁 초기 에마.. 더보기
[여적] 판결문 유출(220505) “대통령들은 오고 가지만 연방대법원은 영원하다.” 미국 27대 대통령 윌리엄 태프트의 이 정의보다 미 연방대법원을 잘 설명하는 말은 없을 것이다. 최장 8년인 대통령 임기에 비해 종신직인 연방대법관을 부러워하는 것만은 아니다. 행정부(대통령·부통령), 입법부(상·하원의원)처럼 선출직은 아니지만 미국인이 가장 신뢰하는 헌법기관이어서다. 판례로 사회적으로 민감한 현안의 방향을 결정하는 영미법계의 전통에서 연방대법원의 위상은 도드라진다. 간혹 정치적 논쟁에 휘말리는 경우가 없지 않지만 연방대법원이 정의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지는 이유다. 흑인 민권운동의 도화선이 된 ‘브라운 대 토피카 교육위원회’(1954년), 낙태권을 기본권으로 인정한 ‘로 대 웨이드’(1973년) 판결 등 숱한 판결들이 미국 사회의 물줄기를.. 더보기
[여적] 바이든의 전쟁(220503) 전쟁은 종종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래서 피해도 더 커진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그렇다. 당초 러시아의 일방적인 우위가 예상됐지만 우크라이나 국민의 결사항전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원에 러시아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금은 누구도 전쟁의 향배를 짐작하기 어렵게 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푸틴의 전쟁’에서 ‘바이든의 전쟁’으로 변질되어 가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상원의원·부통령 시절 바이든은 외부의 위협에는 단호한 입장을 취했지만 군사적 조치는 선호하지 않았다. 부통령 시절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리비아 내전에 개입하지 말라고 조언한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해에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20년 만에 종식시켰다. 그런 그가 우크라이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