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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가 쓴 칼럼/여적

[여적] 중국의 해외 기지(211207) 미국은 ‘기지 국가’다. 전 세계 국가가 해외에 설치한 군사기지의 약 95%가 미군 기지다. 미 공식 자료에 따르면 2016년 9월 현재 미군의 해외 기지는 45개국 514곳에 이른다. 2015년 를 쓴 데이비드 바인은 공식적으로 잡히지 않는 것까지 포함하면 70여개국 800곳 정도로 추산했다. 지금은 81개국 등지 약 750곳으로 추정한다.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는 미국의 해외 기지 중 가장 규모가 크다. 반면 중국은 아프리카 동부 지부티 한 곳에 해외 기지를 두고 있다. 그것도 2017년 8월부터 운용 중이다. 프랑스와 러시아, 영국이 10~20곳을 운용 중인 것에 비교해도 적다. 지부티에 1호 기지를 둔 이유는 이곳이 수에즈 운하로 가는 전략적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미국,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도 .. 더보기
[여적] 경항모가 뭐길래(211204) 607조7000억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이 법정시한을 하루 넘기고 3일 국회에서 처리됐다. 법정시한 내 처리의 발목을 잡은 예산안 가운데 하나가 72억원의 경항공모함(경항모) 사업이었다. 당초 지난달 16일 국회 국방위에서 5억원으로 대폭 삭감돼 사업 착수가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막판에 원상회복됐다. 경항모 도입은 해군의 숙원이다. 1990년대 중반 처음 제기된 뒤 2019년 국방중기계획에서 공식화됐다. 2033년까지 대략 길이 265m·폭 43m, 3만t급 항모를 건조하는 것이 핵심이다. 경항모는 ‘움직이는 영토’로 불리는 항공모함 중 규모가 가장 작다. 항모는 크기(t수)에 따라 대형항모(9만~10만t), 중형항모(4만~7만t), 경항모(1만~3만t)로 분류한다. 대형항모는 천문학적인.. 더보기
[여적] 사과의 요건(211129) 역대 대통령 중 박근혜만큼 사과로 물의를 일으킨 이는 없다. 무엇보다 ‘대리(대독)’ 사과로 유명했다. 2013년 취임 후 김용준 총리 후보자 등 장차관급 6명이 도덕적 결격 사유로 무더기 낙마했다. 그때 사과문은 허태열 비서실장 명의였고, 김행 대변인이 대신 읽었다. 그해 5월 미국 방문 중 일어난 ‘윤창중 성추행 의혹 사태’ 때는 이남기 홍보수석이 대독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는 삼성서울병원장이 먼저 대리 사과를 했다. 2016년 말 최순실 의혹이 터졌을 때는 ‘녹화’ 사과로 분노를 자아냈다. 정치인은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과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사과인지, 아닌지 알쏭달쏭할 때가 많다. 사과하는 모양새만 드러내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속성 탓이다. 사과의 생명은 타이밍과 진정성이다.. 더보기
[여적] 문어도 아프다(211124) 문어는 무척추동물 중 가장 지능이 높다. 말 잘 듣는 애완견 수준이라고 한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받은 은 문어가 인간과 얼마나 잘 교감하는지를 보여준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 문어 파울이 점쟁이로 유명해졌다. 우승팀을 포함해 8번의 경기 결과를 모두 맞힌 것이다. 문어는 음식으로도 인기다. 살아 있는 문어를 데친 문어숙회는 경북 북부지역에서 제사상에 빠져서는 안 될 정도로 대접받는다. 영국 정부가 최근 문어·오징어 같은 두족류, 바닷가재·게 같은 십각류에도 동물복지법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어류도 고통을 느끼니 살아 있는 상태로 요리하지 말라는 말이다. 인간과 동물의 공통점 중 하나가 고통을 느끼고, 고통을 피하려 한다는 것이다. 동물에게 부당하게 고통을 가해서는 안 된.. 더보기
[여적] 위기의 꿀잠(211106) “전남 여천군 소라면 쌍봉리 끝자락에 있는/ 남해화학 보수공장 현장에 가면, 지금도/ 식판 가득 고봉으로 머슴밥 먹고/ 유류탱크 밑 그늘에 누워 선잠 든 사람들 있으리….” 송경동 시인의 시 ‘꿀잠’ 첫 부분이다. 시인이 젊은 시절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노동자의 고단한 현실을 담은 것이다. 잔업과 철야로 부족한 잠을 메우기 위해 점심시간에 선잠을 잘 수밖에 없지만 그들에겐 그야말로 꿀잠이었을 터이다. 노동자에게 꿀잠만큼 달콤한 것은 없다. 그러나 해고노동자들에게 꿀잠은 그림의 떡일 뿐이다. 그들이 있을 곳은 길바닥이나 천막, 아니면 저 높은 굴뚝이나 철탑, 크레인, 전광판 등이다. 한여름 땡볕에도, 한겨울의 살을 에는 추위에도 한뎃잠을 잘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오랜 투쟁과 해고로 지친 몸을 잠시.. 더보기
[여적] 방관자 효과(211019) 1964년 3월13일 새벽(현지시간) 미국 뉴욕시 퀸스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키티 제노비스라는 여성이 강도의 흉기에 찔려 숨졌다. 단순 살인사건이었지만 대반전이 일어났다. 2주 뒤 보도된 뉴욕타임스의 ‘살인을 목격한 38명은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는 기사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범행을 목격했으나 아무도 피해자를 도우려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미 사회가 경악했다. 아무도 신고하지 않은 것은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목격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의문을 가진 이들이 있었다. 사회심리학자 존 달리와 빕 라터네이였다. 두 사람은 1968년 심리를 알아보는 한 실험을 했다. 참가자들을 대기실에 두고 벽에 뚫린 통풍구를 통해 연기를 들여보냈다. 참가자들이 얼마나 빨리 신고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 더보기
[여적] 녹색 식민주의(211013) 오늘날 ‘친환경’은 절대선이다. 그래서 친환경을 의미하는 ‘그린(green)’이 붙으면 무엇이든 각광받는다. 그런데 ‘그린’이 붙어도 부정적 의미를 지니는 말들이 있다. 그린워싱(greenwashing)이 대표적이다. 친환경과 거리가 먼데도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위장환경주의를 뜻한다. 기업이 제품 생산 중 발생하는 환경오염 문제는 축소하고 재활용 같은 일부만을 부각시키는 행위로, 명백한 소비자 기만행위다. 녹색 식민주의(green colonialism)도 부정적인 뜻을 담고 있다. 이는 선진국이 후진국의 토지나 노동력 등을 착취해 높은 생활기준을 성취하는 것을 이른다. 개발도상국의 식량생산력의 급속한 증대 또는 이를 위한 농업개혁을 일컫는 녹색혁명, 선진국의 독성 살충제와 플라스틱 폐기물 등의 후진.. 더보기
[여적] 추곡수매(211009) 해마다 이맘때면 쌀농사를 짓는 농민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게 있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쌀 재배면적과 생산량 통계다. 쌀값에 직접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농가 소득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통계청은 8일 올해 쌀 재배면적(0.8%)과 생산량(9.1%) 모두 지난해보다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쌀 재배면적과 생산량이 늘어난 것도 각각 2001년과 2015년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쌀 재배면적은 쌀 생산량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생산량은 표본조사를 통해 파악하는데, 지역별 쌀 생산력이나 재배품종, 기후 등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과거 국정감사 때 종종 엉터리 통계 논란이 일었는데, 실제 생산량이 통계와 차이가 나 시장에 혼란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쌀 작황이 호조라는 통계를 보는 농민의 입술은 바짝 타들어.. 더보기
[여적] 호주의 핵잠수함(210918) 영연방국가 호주는 미국의 전통적인 우방국이다. 1946년 미 주도 글로벌 정보동맹인 ‘파이브 아이즈’에 참여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파병했다. 도널드 트럼프 때는 미국·일본·인도와 함께 안보협의체 ‘쿼드’에 참여했다. 세계에서 여섯번째로 큰 땅덩어리에 비해 군사력은 그다지 높지 않다. 스톡홀름국제평화문제연구소(SIPRI)에 따르면 지난해 호주의 전 세계 군비 순위는 12위(1.4%)다. 한국(2.3%·10위)보다도 낮다. 역내에 군사적 경쟁국이 없는 탓이기도 하다. 호주에 군사적으로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지난 15일 미국이 영국, 호주와 함께 새 안보협력체 오커스(AUKUS)를 출범시키면서 호주에 핵잠수함 기술을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첫 핵.. 더보기
[여적] 카불 공항(210818) 공항은 흔히 한 나라의 관문으로 불리며, 그 나라의 이미지를 대표하기도 한다. 아프가니스탄 수도의 카불 공항은 전쟁으로 점철된 아프간의 슬픈 현대사와 궤를 같이한다. 1960년에 문을 열었지만 1970년대 말 이후 국제공항으로서 기능을 상실했다. 옛 소련·아프간 전쟁(1979~1989) 때는 소련의 군기지로 활용됐다. 소련 퇴각 후 탈레반 집권기에는 제한적으로 운용됐다가 2001년 9월 미국의 침공으로 파괴됐다. 2008년 11월 재개장했지만 하루 이용객은 200~300명에 불과했다. 군 공항 역할도 하지만 미군은 북쪽으로 40㎞ 떨어진 바그람 공군기지를 이용한다. 탈레반이 지난 15일 수도 카불을 20년 만에 재장악하면서 카불 공항은 유일한 탈출구가 됐다. 하지만 카불 공항은 한때 탈출하려는 아프간인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