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9일 협력업체 노동자 감전 사망사고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안전사고 근절을 위한 특별대책’을 내놨다. 감전 사망사고 방지를 위해 작업자가 전력선에 접촉하는 ‘직접활선’ 작업 즉시 퇴출, 끼임사고 방지를 위한 전기공사용 절연버켓(고소작업차) 차량에 밀림 방지장치 설치 의무화, 추락사고 방지를 위해 작업자가 전주에 직접 오르는 작업 전면 금지 등이다. 한전의 3대 재해인 감전·끼임·추락사고를 막기 위해 원청으로서 책임을 다하겠다는 것이다. 

한전 대책은 지난해 말 발생한 협력업체 노동자의 감전사 소식이 언론보도로 알려진 지 엿새만에 나왔다. 안경덕 노동부 장관은 곧바로 정승일 한전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제 곧 중대재해법이 시행되면 처벌될 수 있다”고 전한 뒤 이 사실을 공개했다. 중대재해법 시행 전이라 책임을 물을 수 없지만 향후 같은 산재가 발생하면 원청에 책임을 묻겠다는 노동당국의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정 사장은 이날 대책을 발표하며 “올해를 중대재해 퇴출의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진작에 나왔어야 할 대책과 약속이다. 한전은 이번 대책을 충실히 이행해 보여주기식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사고를 낸 뒤 사장이 고개를 숙이고 대책을 발표하는 풍경도 이제 사라져야 한다. 그것이 공기업 최다 산재 사망사고 기업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는 책임있는 자세다.

노동자들의 산재 사망은 대부분이 원청의 하청에 대한 관리감독 소홀 때문에 발생한다. 한전의 경우 2016년 이후 지난해까지 산재로 숨진 하청업체 노동자는 46명이다. 반면 6년 동안 숨진 한전 직원은 1명뿐이다. 같은 시공사의 다른 사업장에서 사고가 반복하는 것도 원청의 책임이다. 지난 6일 화재로 소방관 3명이 숨진 평택 냉동창고 신축공사 시공사는 2020년에만 각종 사업장에서 4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친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이다.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임에도 솜방망이 처벌 관행 때문에 시정되지 않고 반복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대재해법 시행(1월27일)이 보름여밖에 남지 않았다. 그런데 경영계는 아직도 이 법을 시행하면 기업인들이 과도하게 처벌되는 근거로 이용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는 사실을 왜곡하며 법의 부작용을 과장하고 있다. 하지만 산재, 특히 중대재해 예방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국가적 과제다. 노동자에 대한 안전조치를 강구해 그들의 죽음의 행렬을 멈추는 것이 기업의 올바른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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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5일 오전 자강도 일대에서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1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올해 처음이자 지난해 10월19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 이후 78일 만의 무력시위다. 더구나 이번 발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철도 복원을 위한 동해선 착공식에 참석하기 직전 이뤄졌다. 북·미 협상이 지지부진한 데다 남측에 새 정부가 들어서는 과정이어서 한반도 정세가 불안해지고 있다. 북한의 긴장 조성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는 그 내용이나 시기로 볼 때 매우 부적절한 군사행동이다. 북한이 이날 발사한 것이 합참의 추정대로 탄도미사일이 맞다면 그 자체로 유엔 제재 결의 위반이다. 북한은 지난해 1월 당대회에서 국방력 강화 5개년 계획을 천명한 뒤 1월22일 순항미사일 2발 발사를 시작으로 10월19일 신형 SLBM까지 지난해에만 8차례 시험 발사를 했다. 제재 위반인 탄도미사일 발사는 피하려는 노력도 보였다. 그런데 이번에 새해 벽두부터 탄도미사일을 쏘았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한반도 주변 정세를 불안하게 하는 변수들도 나타나고 있다. 먼저 북·미관계는 개선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북핵 해결과 관계 개선을 뒤로 미루는 전략적 인내로 다시 돌아서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도 지난해 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국방력 강화 기조를 재강조하면서 대외 정책에 대해서는 따로 밝히지 않았다. 모호성 유지 전략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좋은 징조가 아닌 점은 분명하다. .

이번 미사일 발사는 남북협력을 통해 대화를 복원하려는 남측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강원 고성군 제진역에서 열린 동해선 강릉~제진 구간 착공식에 참석했다. 부산에서 두만강까지 남북철도를 잇는, 2018년 판문점선언에서 남북이 동해선 및 경의선 연결사업을 최우선적으로 추진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이런 의미 있는 행사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빛이 바랬다.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도발로 규정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도 “우리는 이러한 상황을 근본적으로 극복하기 위해 대화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대화 복원 의지와 함께 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뜻이다. 북한이 무력시위로 얻을 것은 없다. 추가 도발을 멈추고 대화를 통한 관계 개선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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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등 핵무기 보유 5개국 정상들이 3일(현지시간) 핵전쟁과 핵무기 확산 방지를 위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정상들은 공동성명에서 “핵무기 보유국 간의 전쟁 방지와 전략적 위험 저하를 우리의 우선적 책임으로 간주한다”면서 핵무기의 방어적 목적 사용, 핵무기 추가 확산 예방, 핵확산금지조약(NPT) 의무 준수 등을 강조했다. 미·중 전략 경쟁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핵 보유 5개국이 한목소리로 책임을 강조한 것은 의미가 크다. 

핵 보유 5개국이 핵전쟁 방지 책임을 강조하고 방어적 목적의 핵무기 사용으로 제한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주목할 것은 이번 공동성명이 우크라이나와 대만해협에서 미·유럽과 중·러의 대립이 신냉전을 방불케하는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이번 공동성명이 두 분쟁 위험과 직접 관계가 없더라도 긴장을 진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과거 공동성명이 NPT 밖에서 핵무기를 개발하는 이란과 북한 등을 규탄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과 달리 이번에는 핵 보유국들의 책임을 강조했다는 것이 이 점을 도드라지게 한다. 5개국이 핵 전쟁 방지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은 ‘핵 없는 세상’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단계이다. 유엔에 따르면 전 세계에 있는 핵탄두는 약 1만3000기로, 이 가운데 미·러가 90%를 보유하고 있다.

물론 공동성명의 한계는 있다. 무엇보다 국제법적 효력이 없다. 또 공동성명이 실질적인 핵무기 감축과 핵무기 현대화 작업 중단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실제로 중국은 공동성명 불과 몇 시간 뒤인 4일 미·러에 핵무기 감축을 요구하면서 자신들은 핵무기 현대화를 계속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미국은 중국이 현재 350기인 핵탄두를 2027년까지 700기, 2030년까지 1000기로 늘릴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미·러 또한 2025년까지 핵탄두 수를 각각 1550기로 제한하기로 했지만 지지부진하다.

하지만 공동성명이 제대로 이행된다면 한반도 평화 정착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북한의 핵개발 명분을 약화시켜 한반도 비핵화를 촉진할 수 있다. 현재 논의 중인 이란핵합의 복원 협상을 촉진해 중동 평화를 앞당길 수도 있다. 5개국 정상들은 공동성명의 이행을 넘어 실질적인 핵무기 감축 노력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국제사회도 이를 압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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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니가타현의 사도(佐渡) 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천 후보로 지난 28일 선정했다. 일본의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에 대한 문화유산 등재 시도는 2015년 하시마(端島·일명 군함도)에 이어 두 번째다. 그런데 일본 정부는 군함도 등재 때 강제동원 역사를 알리겠다고 한 약속조차 지키지 않고 있다. 이번 추진이 국제규범에 대한 도전이라는 비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사도 광산은 태평양전쟁 당시 조선인 강제노역의 현장이었다.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2019년에 발간한 자료에는 전시 기간 중 최대 1200여명의 조선인을 강제 동원한 사실이 기록돼 있다. 이 광산에서 강제노역한 조선인이 1140명에 달하며, 이들이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이런 사실을 입증하는 일본 공문서도 최근 공개됐다. 그런데도 니가타현과 사도시는 그 대상 기간을 에도시대로 한정하는 편법을 쓰면서 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함도를 문화유산으로 등재할 때 일제강점기를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과 판박이다. 조선인을 강제동원했다는 사실을 숨기는 명백한 역사 왜곡이다.

일본은 군함도 문화유산 추진 당시 역사 왜곡 논란을 빚자 조선인 강제노역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정보센터를 설립하기로 약속했으나 지키지 않았다. 이 때문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지난 7월 유감을 표시하고 충실한 이행을 촉구했다. 그런 일본 정부가 또다시 사도 광산의 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유네스코와의 약속이 한국 등 국제사회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속임수였음을 자인하는 꼴이다. 사도 광산은 그동안 4차례 후보 선정을 시도했지만 매번 탈락했다. 아무리 문화유산 등재가 급해도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어기는 것은 정도가 아니다. 일본 정부는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임을 자부한다면 사도 광산 문화유산 등재 추진 작업을 당장 멈춰야 한다.

정부는 28일 일본문화원장을 불러 항의한 데 이어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나서 사도 광산 문화유산 추진에 깊은 유감을 표했다. 일본에 항의하는 것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일본의 홍보전에 대비해 일제강점기 강제노역의 실태와 사도 광산 문화유산 등재의 부당성을 국제사회에 적극 알려야 한다. 유네스코도 일본의 약속 이행 전에는 사도 광산 문화유산 등재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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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 16일과 21일, 22일 세 차례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를 열고 공무원·교원 노동조합 타임오프제(근로시간면제제도) 법안을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타임오프제는 공무원·교원 노조의 전임자에게 노사교섭이나 산업안전, 조합원 고충처리 등 노무관리 성격이 있는 업무를 근무시간으로 인정해 급여를 지급하는 제도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물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까지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 법안이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기대한 바와 딴판이다. 

타임오프제는 노동개혁법안 중에서도 가장 쉽게 풀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런데 이 제도 도입에 따른 비용 추계를 둘러싼 여야 간 이견 때문에 법 통과가 지지부진하고 있다. 타임오프제를 도입하면 노조 전임자에게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그 대상자를 몇 명으로 하고, 몇 시간을 인정하고, 얼마의 비용을 지불할지 등이 관건이다. 법을 우선 통과시킨 뒤 별도 위원회를 통해 정하자는 민주당과 법 개정 전에 정하자는 국민의힘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충실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대선 후보들까지 찬성한 법안을 비용을 이유로 질질 끄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국민의힘은 표를 의식해 이 법안에 반대하는 기업의 편에 서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타임오프제 도입은 노동개혁법안 처리에 대한 여야의 진정성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이런 정도의 법안에서조차 논의가 지지부진하다면 향후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 법안(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나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노동자 대표가 이사회에 들어가 회사 경영에 참여하는 노동이사제는 민주당이 올해 정기국회 안에 도입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윤 후보가 지난 15일 긍정적 입장을 밝히면서 다시 논의의 물꼬를 텄지만 경영계의 반대에 부딪혀 있다. 노동자들의 권익 보호에 가장 중요한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문제도 지난 16일 환노위에서 처음 논의가 시작됐다. 하나같이 서둘러 논의를 진척시켜나가야 할 사안이다.

환노위는 28일 네 번째 소위를 열고 타임오프제 법안을 논의한다. 여야는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이어서 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한 법안과 근로기준법 개정 논의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약속한 제도 개선도 못하면서 무슨 염치로 노동자에게 표를 달라고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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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예람 공군 중사를 성추행한 혐의(강제추행치상 등)로 기소된 장모 중사에게 징역 9년형이 선고됐다.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은 17일 “피해자의 죽음을 오로지 피고인의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다 해도 추행으로 인한 정신적 상해가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주요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군검찰이 구형한 15년형보다는 낮지만 강제추행치상 형량이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형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1심 선고 형량은 결코 가볍지 않다. 군내 성추행과 이 중사를 사망에 이르게 한 군의 부실 대응을 단죄한 것으로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이 중사 사건은 발생은 물론 이후 수사 등에서 군의 충격적인 부실 대응을 드러냈다. 이 중사는 지난 3월 초 저녁 자리에 불려 나갔다가 선임 장 중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뒤 피해를 호소하다가 동료와 상관으로부터 회유·압박 등 2차 피해에 시달린 끝에 지난 5월21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사건의 파장을 감안하면 가해자 장 중사에 대한 중형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다만 이날 재판부가 구형량보다 낮은 형량을 선고한 것은 장 중사가 성추행 후 이 중사에게 자살을 암시하는 듯한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이 특가법상 보복 협박으로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과를 위한 행동이었다는 장 중사의 주장을 재판부가 수용한 것이다. 이에 이 중사 유족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데 추후 항소심 등에서 추가로 판단하기를 기대한다.

이 중사 사망 이후에도 군내 성추행과 부실 대응이 이어져 국민적 지탄이 일었다. 지난 8월 상급 부사관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해군 A중사가 목숨을 끊었고, 이 중사 사망 열흘 전에는 공군 B하사가 상급자로부터 강제추행당한 뒤 숨진 사실이 드러났다. 그런데 군은 여전히 성폭력에 둔감하다. 군은 매번 사건 축소·은폐에 급급하고, 피해자에 대한 회유와 압박하는 등 2차 가해를 했다. 이 중사 사건의 초동수사를 부실하게 진행한 관계자들에 대한 기소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 재판에 대한 항소 여부는 즉각 알려지지 않았다. 군법원의 최종 형량은 향후 군내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양형 기준이 된다. 그동안 군사법원은 제식구 감싸기로 존재 이유를 의심받아왔다. 군내 성범죄를 근절하고 미온적인 군내 분위기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도 중형은 필요하다. 국방부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군내 성폭력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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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들이 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해달라고 회사 측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대법원이 잇따라 노동자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3부는 16일 노동자들이 현대중공업(현 한국조선해양)을 상대로 낸 임금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뒤집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현대미포조선 노동자들이 낸 같은 취지의 소송에서도 동일한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기업이 경영 악화를 이유로 노동자들의 법정수당 청구를 쉽게 배척해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이 경영상 어려움을 빌미로 통상임금을 지급하지 않아온 기업들의 관행에 쐐기를 박은 판결로 평가한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통상임금 재산정에 따른 노동자들의 추가 수당 요구가 민법상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였다. 신의칙이란, 계약 당사자는 신뢰를 바탕으로 성의 있게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 노동자들은 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인데도 회사 측에서 이를 제외하고 법정수당과 퇴직금을 지급했다며 수당 차액을 달라고 소송을 냈다. 회사 측은 임금협상 당시 상여금 등은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는다는 전제로 단협을 체결했는데 통상임금 소급분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에 위배된다며 맞섰다. 1심 재판부는 신의칙 위반이 아니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으나, 2심은 신의칙 위반이라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신의칙 적용이 오락가락하게 된 것은 2013년 12월 ‘양승태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비롯했다. 고정적·일률적·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밝히면서도, 기업이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있는 경우엔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면서다. 문제는 기준이 모호해 재판부마다 판결이 엇갈릴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는 점이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경영상태의 악화를 예견할 수 있었고, 경영상의 어려움을 극복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 신의칙을 들어 추가 법정수당 청구를 쉽게 배척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대법원이 신의칙 적용의 구체적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대법원은 지난해에도 기아자동차, 두산모트롤 통상임금 소송에서 신의칙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현대중공업 측은 “파기환송심에서 충분히 소명할 예정”이라며 소송전을 이어갈 것임을 시사했다. 이번 판결이 통상임금 소송에서 기업들이 신의칙에 기대는 관행을 끝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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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발생한 공군 제8전투비행단 A하사 성추행 사망 사건의 가해자인 B준위가 지난해 또 다른 성추행을 저지른 의혹이 제기되었음에도 군 당국이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공군이 B준위의 추가 성추행을 은폐했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군 당국이 B준위 성추행 의혹에 제대로 대응했다면 A하사의 극단적 선택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군의 안이한 대응을 용납할 수 없다.

경향신문이 입수한 A하사 사망 사건 군 수사기록에는 B준위가 지난해 또 다른 성추행을 저지른 정황이 보인다. 또 다른 성추행의 피해자는 지난해 B준위가 뒤에서 손을 잡고 팔 안쪽 겨드랑이를 만지거나, 자신과 마주쳤을 때 “보러 온 줄 알고 설렜다”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 오랜만에 만났을 때는 “너무 그리웠다”는 말을 하며 신체적 접촉도 했다고 한다. B준위의 행동은 명백한 성추행이다. 피해자는 성추행 사실을 자신의 부대장에게 보고하면서 B준위의 행동에 기분이 나빴다고 했다. 하지만 부대장은 B준위의 행위에 대해 제대로 조치하지 않았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징계위원회도 소집하지 않고 성인지 감수성 교육만 실시했다. 성폭력에 대한 군의 안일한 인식과 미온적인 대처가 비극을 불렀다는 비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A하사 사망 사건과 관련해 B준위에 대한 초동 수사가 부실했다는 추가 정황도 드러났다. B준위는 A하사 사망 당일 그의 집에 무단으로 들어가 방을 뒤지는 등 증거물에 손을 댄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도 군 수사기관은 B준위에 대한 몸 수색이나 그의 차량에 대한 수색조차 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사건 당일 B준위의 차량 블랙박스 기록은 지워졌고, 수사기관은 A하사의 유서나 노트북 같은 기본 증거조차 확보하지 못했다. 고의적인 증거 인멸로 수사를 방해하려는 의도가 명백하다. 용의자에 대한 수색은 초동 수사의 기본인데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공군은 올해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대응 과정에서 사건 무마와 부실 수사 등으로 국민적 지탄을 받았다. 이번 사건으로 또다시 성폭력 대응 부실을 드러냈다. 도대체 어떤 조치가 있어야 군이 성범죄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다는 건가. 이런 식이라면 또 다른 성추행 사건이 있었을지 모른다는 의심마저 든다. 공군은 이번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밝히고 관련자를 엄중히 문책해야 한다. 근본적인 대책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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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독자적 제재 조치를 취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10일 중국과 미얀마 등 각국의 인권 침해에 관련된 개인과 단체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면서 북한의 강제 노동과 인권 탄압을 이유로 북한 중앙검찰소와 리영길 국방상 등을 포함시켰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을 상대로 새로운 제재를 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미관계 개선에 또 다른 악재여서 향후 한반도 정세에 미칠 파장이 우려된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종전의 제재와 다른 점이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에 대한 제재가 아니라 북한이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인권 상황과 관련된 제재라는 점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그동안 역대 행정부처럼 북한의 인권 상황은 규탄했지만 인권 문제를 대화나 협상 테이블에 올리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에 인권을 고리 삼아 제재를 가한 것은 바이든 대외 정책의 핵심인 인권 중시 정책을 대북 정책에도 적용하겠다는 뜻이다. 이번 제재가 73주년 세계인권의날과 바이든이 주도한 민주주의 정상회의 폐막일에 맞춰 나온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바이든이 대북 인권 제재 카드를 꺼내든 것이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한 압박 카드일 수도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4월 새 대북정책 검토를 완성한 뒤 북한과 대화에 나섰으나 호응하지 않자 압박으로 돌아선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번 제재가 북한에 보내는 경고 메시지인 셈이다. 하지만 압박 카드가 아닌 전략의 변화일 수도 있다. 즉 바이든 행정부가 다시 북핵 문제와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를 뒷전으로 미루는, 이른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를 재현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미국의 새 제재에 북한은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자국 내 인권을 거론하는 경우 반발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문제는 그 수위다. 북한이 미국의 제재를 빌미로 추가 도발에 나서는 것은 위험하다. 자칫 북·미 대화가 깊은 단절로 흐를 수 있다.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평화프로세스도 동력을 잃게 된다. 오바마 행정부가 전략적 인내라는 미명하에 북한 문제를 뒷전으로 미루는 동안 북한은 핵 무력을 고도화했다. 결과적으로 이는 미국에 대한 북한의 위협을 증진시켰다. 이를 되풀이할 이유가 없다. 미국은 이번 제재와 상관없이 북한과의 대화 자세를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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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오늘(10일) 발전소에서 일하던 20대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가 어두운 작업장에서 혼자 일하다 숨졌다. 일터 곳곳에 만연한 산업재해에 경종을 울린 참혹한 죽음이었다. 이후 산재를 방지하자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하지만 바뀐 것이 전혀 없다는 현장의 아우성이 들린다. 김씨의 동료들은 여전히 비정규직이고, 위험한 일을 하청에 떠넘기는 관행도 그대로다. 오늘도 일터로 나갔다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김씨의 죽음을 조사한 ‘김용균 특조위’는 석탄화력발전소의 원·하청 구조가 그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민영화를 위해 작업 공정을 무리하게 쪼갠 뒤 여러 협력사에 외주를 준 결과 위급상황을 막기 위한 현장의 소통이 단절되면서 김씨가 위험에 노출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위험의 외주화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지난 10월 쪼개기 계약연장으로 일자리를 유지해오던 하청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앞서 지난 8월엔 발전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가 원청의 부당한 작업지시에 항의해 옥상에서 투신했다. 하청노동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의 외주화 실태가 개선되지 않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김씨의 죽음을 계기로 정치권과 정부는 법과 제도를 정비한다고 했지만 보호 장치는 여전히 구멍투성이다. 국회는 2018년 12월 산업안전보호법 개정안(일명 김용균법)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도급을 금지한 범위에 김씨의 업무였던 전기사업 설비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김씨처럼 위험에 노출된 노동자들이 정작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지난 1월 통과된 중대재해처벌법도 마찬가지다. 전체 산재 사망자의 80%를 차지하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적용이 2024년까지 유예됐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법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와 원청인 발전소의 태도도 이해할 수 없다. 김용균 특조위는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의 산재 위험을 낮추고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협력사 노동자를 직접고용하고 정규직화할 것을 발전소 측에 권고했다. 정부·여당도 연료·환경설비 운전 분야의 정규직화를 조속히 매듭짓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 3년간 정규직으로 전환된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는 한 명도 없다. 더욱이 김씨 죽음의 책임자는 반성도 사과도 없고, 처벌도 받지 않고 있다.

문제가 이렇게 심각한데 대권 주자를 비롯한 정치권은 느긋하기만 하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를 제외한 다른 주요 정당 후보는 아직 노동 공약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데는 소홀히 하면서 표는 달라는 것이다. 섣부른 땜질식 처방이 김용균들의 죽음을 부르는 것을 모른다는 건가. 김씨 3주기를 맞아 정치권과 대선 주자들이 할 일은 노동존중이라는 빈말보다는 비정규직 처우 개선과 위험의 외주화를 막는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는 것이다. 당장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보호를 위한 근로기준법과 중대재해법 개정 논의부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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