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광화문광장 내 세월호 기억공간의 이전·재설치를 위한 유가족과의 협의체 구성을 거부했다. 오 시장은 지난 28일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협의체가 만들어진다면 또다시 일부 정치적인 힘이 개입하거나 시민단체들이 조력한다고 나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문제가 정치화함으로써 국민 대다수의 마음이 떠났다”고도 했다. 협의체 구성은 최근 불거진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를 둘러싼 갈등 국면에서 유가족이 자진철거를 결정한 근거였다. 오 시장의 협의체 구성 거부와 ‘정치화’ 운운은 유가족에 대한 모독으로, 잦아들던 갈등에 기름을 붓는 것이나 다름없다.

오 시장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이후 기억공간 재설치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재차 밝혔다.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재설치 반대’ 의견이 51.4%라는 것을 근거로 댔다. 여론조사는 오 시장이 지난 17일 유가족을 만나기 전 실시한 것인데, 이를 빌미로 철거를 밀어붙였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안전사회를 만들기 위한 상징적 공간의 존폐를 여론조사로 결정하겠다는 발상이 놀랍다. 이러니 ‘기억공간 철거는 세월호 지우기’라고 비판받는 것이다.

 

최근 세월호 기억공간을 둘러싼 갈등은 오 시장의 철거 통보로 시작됐다가 유가족의 자진철거 결정으로 수습됐다. 기억공간 전시물 등은 시의회 1층 임시 전시관으로 옮겨졌고, 목조구조물 해체도 29일 시작됐다. 서울시도 이미 광화문광장의 기능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추모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한 터다. 이런 상황에서 오 시장이 협의체 구성 거부와 기억공간 재설치 반대를 언급한 것은 부적절하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오 시장의 편협한 인식을 드러낼 따름이다. 추모공간의 크기나 형태 등에 대해서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유가족과 협의하는 게 바람직하다.

 

오 시장은 자격 논란을 빚고 있는 김현아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 강행 의지도 내비쳤다. 그는 서울시의회가 김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의견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한 데 대해 “가장 큰 논거가 (문재인 정부 주택정책을) 비판만 열심히 하고 비전이 없다는 건데 (청문회에서) 비전을 설파할 시간을 줬느냐”고 했다. 그러나 서울시의회가 부적격 의견을 채택한 것은 김 후보자의 ‘비전 부족’ 때문만이 아니다. 김 후보자는 부동산을 네 채 보유한 다주택자임에도 “시대적 특혜”라고 항변하는 등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인식을 보여줬다. 오 시장은 반대 여론을 겸허히 받아들여 임명을 철회하는 것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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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끝나면서 낮 최고기온이 35도를 넘는 폭염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20일 오전 10시를 기해 폭염 위기경보 수준을 ‘주의’에서 ‘경계’로 올렸다. 기상청은 이번 폭염이 이달 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보했다. 2018년 고온 현상을 몰고 왔던 열돔 현상이 이번에도 폭염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하지만 코로나19 4차 대유행과 맞물려 있어 피해는 당시보다 클 것으로 우려된다. 폭염에 더 노출될 수밖에 없는 에너지 빈곤층과 노인, 저소득 가구 등 취약계층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 

행안부 조사 결과 최근 두 달 동안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6% 증가했다. 지난해 한 명도 없던 온열질환 사망자도 이미 6명이나 발생했다. 폭염이 본격화하기 전부터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이번에는 코로나19 4차 대유행까지 겹쳐 취약계층이 겪어야 할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코로나19로 경로당이 문을 닫아 갈 곳이 없었던 노인과 쪽방촌 거주민 등 에너지 취약계층이 특히 우려된다.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인 쉼터가 문을 닫으면 이들 소외계층은 냉방시설이 없어 찜통 속에서 더위를 견뎌야 한다. 이미 온열질환자가 발생한 것을 생각하면 이들이 입을 피해가 상상이 간다. 폭염 피해가 우려되는 또 다른 사람들은 옥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다. 행안부 조사를 보면 온열질환자의 절반 이상이 야외 작업장, 논과 밭 등 실외에서 발생했다. 이 중 30% 가까이는 건설 현장 같은 야외 작업장이다. 야외 작업장에서는 폭염특보 발령 시 1시간 주기로 10~15분 휴식하고, 근무시간을 조정해 옥외 작업을 피할 것을 권장하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건설노동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키는 비율은 23%에 불과했다.

 

지금은 코로나19 방역에 폭염 대책까지 세워야 하는 비상상황이다. 다른 어느 때보다 취약계층에 대한 강력한 보호책이 필요하다. 폭염 대책을 앞다투어 내놓고 있는 정부와 각 지자체는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 없도록 추가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해와 달리 노령층은 백신을 접종한 만큼 이들이 맘 놓고 휴식을 취할 쉼터를 확대 운영할 필요가 있다. 야외 작업장에서 폭염 대책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점검하는 것도 필요하다. 폭염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취약계층이 없도록 촘촘하고 단단하게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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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청해부대의 문무대왕함 승조원 301명 중 247명이 코로나19에 걸린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82%가 감염된 것이다. 먼 곳의 망망대해에서 홀로 작전을 수행 중인 함정에서 거의 모든 승조원이 집단감염됐다니 충격적이다. 해외 파병된 장병들의 안전을 위해 국방당국은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문무대왕함 집단감염 사태는 파병 후부터 사태 발생 후 대응까지 총체적으로 부실투성이다. 해외 파병부대에 대한 감염병 대응 매뉴얼이 존재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의 ‘해외 파병부대 우발사태 지침서’에 감염병 위기관리 및 대처 부분이 빠져 있다는 지적이 있다. 국가위기관리 매뉴얼에도 감염병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적시되어 있지 않다고 한다. 합참은 지난해 6월 해외 파병부대 코로나19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하달했다면서도 내용은 비밀이라 공개할 수 없다고 한다. 내용을 떠나 사태가 이 지경이라면 그 매뉴얼은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문무대왕함이 군의 백신 접종계획에서 제외된 것도 의문이다. 군 당국에 이어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도 “백신 수송과 유통 문제 등이 어렵다고 판단돼 백신을 공급하지 못했다”고 해명했지만 적극적인 대응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문무대왕함의 대응이다. 첫 유증상자가 나온 이후 최초 확진자 6명이 확인되기까지 11일이라는 시간이 있었다. 초기 대응만 잘했어도 이런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든다. 나아가 국내외의 앞선 함정 감염 사례들이 전혀 참고되지 않은 점도 이해할 수 없다. 지난해 미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호는 함장의 선제적인 감염자 하선 조치를 해군 지휘부가 반대해 집단감염으로 이어졌다. 불과 3개월 전에는 해군 상륙함 고준봉함에서 승조원 약 39%가 감염됐다. 일선 함정 지휘관은 물론 해군 지도부의 방심이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감염병 대응에 허점을 드러낸 합참 등 군 지휘부는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청해부대원들은 이날 저녁 수송기 2대에 타고 아프리카를 떠나 한국으로 향했다. 3밀(밀접·밀집·밀폐) 환경의 함정 내에서 지낸 점을 고려하면 음성 및 판정 불가 인원에서도 추가 확진자가 나올 수 있다. 장병 도착 즉시 재검사로 감염 여부를 확인, 신속히 치료해야 함은 물론이다. 더불어 이번 사태의 진상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 책임자 문책도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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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 보좌관의 성추행 의혹에 대한 분노와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또 의원 보좌관이 연루된 사건이 터졌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성매매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보좌관을 재임용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잇단 보좌관의 성비위 사건에도 제 식구 감싸기만 하려는 국회의원들의 무딘 성인지 감수성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

MBC 보도를 보면 지난해 4·15 총선 당시 박 의원 캠프의 사무장이던 A씨는 성매매 혐의로 경찰에 입건돼 면직 처리됐다가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지 한 달 뒤 지역구 사무실 5급 비서관으로 재임용됐다. 국회의원 보좌관이 선거운동 기간 동안 성매매를 한 것도 문제지만 이 사실을 알고도 재임용했다니 놀랍다. 더구나 보좌관 재임용은 박 의원의 직접 지시로 이뤄졌다고 한다. 의원이 직접 지시하니 문제를 인식했다 한들 누가 반대할 수 있을까. 앞서 양 의원도 당선 후 지역사무소에서 동료 여직원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보좌관을 기용했다 호된 비판 끝에 당에서 제명 처분을 받았다. 최근 구속되기까지 한 이 보좌관은 양 의원의 가까운 친척이다. 보좌관의 잇단 성비위의 책임은 마땅히 해당 의원들이 져야 한다.

 

더욱 문제인 것은 두 의원이 말로는 권력형 성범죄 척결에 앞장서왔다는 사실이다. 박 의원은 지난해 오거돈·박원순 시장의 성폭력 사건 때 지자체장의 성추행 등으로 재·보궐 선거가 치러질 경우 소속 정당의 공천을 제한하자는 ‘오거돈·박원순 방지법’ 대표 발의자였다. 공직사회의 성비위를 준엄하게 심판하자던 의원이 그 시기에 제 식구 감싸기를 한 것이다. 양 의원도 민주당 내에서 그동안 잇따른 권력형 성범죄에 대해 엄벌을 요구하고 성의식 대개조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의혹이 드러난 이후 성폭력이 없었다고 해명해 2차 가해 논란을 부르고 또 피해자에게 취업 알선을 제안하는 등 회유까지 시도했다.

 

박 의원은 의혹이 제기되자 사과하고 모든 당직에서 사퇴했지만 그것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국민의힘은 양 의원 사건이 터졌을 때 신랄하게 비난하며 민주당에 철저한 조치를 요구했다. 그런데 지금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남의 허물은 크게 들추면서 정작 자신들의 비리에는 눈감고 있다. 민주당은 성추행 의혹이 드러난 지 한 달 후에야 양 의원을 제명해 큰 비난을 받았다. ‘성비위 내로남불’은 부메랑이 될 뿐이라는 사실을 박 의원과 국민의힘은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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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시간당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5.1%(440원) 오른 9160원으로 결정됐다. 역대 최저 인상률을 기록한 지난해에 비해 인상폭이 확대되고, 지난 2년간 유지한 인상 억제 기조에서 벗어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자 노동계의 숙원인 ‘1만원’ 문턱은 끝내 넘지 못했다. 특히 현 정부 5년 평균 인상률이 박근혜 정부 때보다 낮은 것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등을 감안하더라도 납득하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 1만원 공약에 따라 집권 첫해부터 과감한 인상을 추진했지만 결과는 초라했다. 결정연도 기준으로 첫 두 해는 16.4%, 10.9%로 크게 올랐지만 최근 2년은 2.9%, 1.5%로 인상폭이 크게 줄어들었다. 고용 쇼크에다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복병을 만난 탓이다. 현 정부 5년간 평균 인상률은 7.2%로, 이전 정부 때 7.4%보다 0.2%포인트 낮다. 노동 존중을 내세운 정부의 성적표라고 믿기 어려운 실망스러운 결과다. 문재인 정부는 마땅히 반성하고 남은 임기 동안 최저임금 정책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 같은 결과는 코로나19 탓도 있지만 최저임금발 고용 쇼크를 강조한 경영계의 목소리를 더 많이 반영한 측면이 크다. 내년 인상률을 보더라도 경제성장률 전망치(4.0%)와 물가상승률(1.8%) 합계에 미치지 못한다. 더욱이 정부가 2018년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함으로써 인상 효과는 갈수록 상쇄돼 최저임금 정책의 취지가 무색해지는 터다. 그런데도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 시 일자리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경영계 목소리에 귀 기울여왔다는 게 노동계의 불만이다. 어려움에 처한 경영계 처지를 감안해야 함은 당연하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논란이 있는 만큼 충분히 살펴봐야 했다. 정보기술(IT) 업종을 비롯해 대기업이 역대 최대 규모의 영업이익을 거두고 임금을 대폭 올린 현실을 감안했는지도 의문이다. 코로나19 사태를 빌미로 노동자들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된 만큼 현장에서 준수하도록 관리·감독하는 일이 과제로 남았다. 올해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에 대한 최저임금 위반율(27.6%)이 지난해(11.7%)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난 데서 보듯 영세 사업장일수록 잘 지켜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동시에 최저임금 인상이 ‘을과 을의 싸움’이 되지 않도록 소상공인·영세 자영업자 보호 대책을 마련하는 데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최저임금은 노동자의 최저생계를 보장하기 위한 안전판임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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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 시행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안이 지난 9일 발표되자마자 논란에 휩싸였다. 뇌심혈관계 및 근골격계 질환 등이 직업성 질병에서 제외되는 등 법 적용 대상이 크게 축소되고, 사업주에 부과된 의무는 모호하게 규정돼 노동계 반발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 간다면 중대재해법이 제구실을 하지 못할 것이 뻔하다.

중대재해법은 노동자 사망 산재 발생 시 안전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처벌이 핵심이다. 그런데 시행령은 안전보건 관리 구축 의무가 있는 사업주에게 인력·시설·장비 등을 갖추는 데 적정 예산을 편성하도록 했을 뿐 구체적 기준을 정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위험 작업 시 2인1조 원칙 및 신호수 배치 같은 노동계의 요구는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았다. 기준이 모호하면 사고가 났을 때 인과 관계나 책임 소재를 두고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시행령으로는 홀로 일하다 숨진 김용균씨나 이선호씨와 같은 불행한 사례를 막을 수 없다. 반면 사업주에겐 면죄부를 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노동자 안전보다 기업에 책임 회피 명분을 준 정부로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중대재해의 대상이 되는 직업성 질병에 과로사 원인으로 지목되는 뇌심혈관계 및 근골격계 질환과 직업성 암이 제외된 것도 문제다.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사나, 학교 급식실 비정규 노동자의 폐암 등이 빠지는 문제가 생긴다. 노동자와 시민을 중대재해로부터 보호한다는 입법 취지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논란이 된 사안들은 시행령 제정 전부터 노동계와 시민사회가 강조해온 것들이다. 그럼에도 결과물을 보면 과연 정부가 의견 수렴에 최선을 다했는지 의문이 든다. 지난 1월 누더기가 된 중대재해법을 통과시킨 국회는 ‘경영계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했다. 모법에 이어 시행령마저 졸속이라는 비판을 받는다면 정부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정부는 40일간의 입법예고 기간 동안 노사 등 각계 의견을 반영해 제기된 문제점을 반드시 보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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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파견 논란을 빚어온 자동차 부품업체 현대위아가 사내하청 비정규직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8일 현대위아의 사내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 64명이 원청을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현대위아가 하청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불법파견 관행에 쐐기를 박은 것을 넘어 직접 고용을 명시한 판결로 의미가 크다. 

사내 하청노동자의 불법파견 및 직접 고용 문제는 오랫동안 비정규직 문제의 핵심이었다. 근로자 파견은 파견사업주(하청)가 노동자를 고용해 사용사업자(원청)의 지시와 감독을 받아 사용사업자를 위해 일하는 형태다. 자동차·조선·철강 등 제조업체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진다. 그러다보니 현대위아 사건처럼 하청노동자의 지위는 늘 법적 다툼의 대상이 됐다. 쟁점은 원청에 근무하는 것이 근로자 파견에 해당하는가였다. 대법원은 현대위아의 경우 사내 하청노동자들이 현대위아로부터 직접 지휘·명령을 받는 파견 관계에 있다고 판단해 직접 고용하라고 한 것이다. 현행 파견법은 원청이 사내 하청노동자를 2년 이상 또는 파견 대상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 업무에 사용하면 직접 고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대법원의 판결에도 해당 기업들이 꿈쩍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대법원은 2010년, 2012년, 2015년 사내 하청노동자의 불법파견과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잇따라 노동자 손을 들어줬다. 당시 피고였던 현대차는 정규직 특별채용을 하면서도 소송전으로 시간을 끌었다. 현대제철 등 일부 기업은 추가 소송을 피하기 위해 편법을 쓰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 6일 자회사를 설립해 사내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 7000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직접 고용을 회피하려는 꼼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현대위아도 2심 판결 후 별도 법인을 통한 정규직 채용을 하면서 불법을 저질러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노동행위 판정을 받았다.

 

이제 사내 하청 불법파견 관행은 없어져야 한다. 비정규직 정규직화 문제는 공공기관 사례에서 보듯 해결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기업으로서는 코로나19 상황에서 하청업체 노동자 직접 고용 부담까지 져야 하는 어려움이 적지 않다. 그렇다고 불법적인 상황을 해소하지 않고 마냥 미루는 것은 옳지 않다. 준법 고용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 기업의 자세가 아니다. 현대위아는 이번 판결에 따라 사내 하청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길 바란다. 정부도 직접 고용이 이뤄질 수 있도록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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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사망 1명·부상 5명의 인명피해를 낸 파주 LG디스플레이 공장 독성 화학물질 누출사고의 진상이 뒤늦게 드러났다. 경향신문이 배진교 정의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재해조사 의견서’를 보면 사고와 수습 과정은 어처구니없는 일의 연속이다. 사고 당시 배관 수정작업을 하던 하청업체 직원들은 독성 물질이 누출되자 손으로 막았다. 원청이 위험 물질임을 몰라서 현장의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알리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또 작업 전 배관에 남은 화학물질을 제거하지 않고 작업하고, 사고 후에도 차단 밸브를 잠그지 못해 하청업체 직원들이 10분 넘도록 허둥댔다. 유독 물질이 누출됐을 때 즉각 밸브를 잠그는 것은 안전수칙의 기본인데, 어떤 밸브를 잠가야 할지 몰랐다는 것이다. 이런 기초적인 수칙도 지키지 않는 바람에 작업자들을 대피시키지 못해 인명피해를 키웠다. 게다가 회사 측은 애초 공사 경험이 전혀 없는 업체를 작업자로 선정했다. 결국 업체 선정부터 사고 발생 후 조치까지 총체적 안전관리 부실이 사고의 원인이었던 셈이다.

LG디스플레이에서는 2015년 질소가스 누출 사고로 협력업체 직원 2명이 사망하고, 2018년엔 승강운전기 끼임 사고로 협력업체 직원이 숨지는 등 산재가 빈발했다. 이 때문에 회사 대표는 지난 2월 국회 산재 청문회에 참석해 산재 줄이기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회사는 지난달 최고안전환경책임자 직급을 신설, 산재를 줄이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체계화된 안전대책이나 안전의식이 없다면 이런 약속은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 LG디스플레이는 노동자 보호와 산재 사업장이라는 오명을 벗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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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중사가 성추행에 이은 2차 가해로 숨져 수사가 진행되던 터에 현역 장성이 부하 직원을 성추행해 보직해임되고 구속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6일 국방부에 따르면 직할부대 소속 준장이 최근 회식 후 노래방에서 부하를 강제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욱 국방장관이 군 내 성범죄 척결을 다짐한 게 엊그제인데 장관의 직접 지휘를 받는 장성이 가해자라니 말문이 막힌다. 과연 이런 군이 성범죄를 척결할 수 있을지 강한 의문이 든다.

이번 사건은 무엇보다 국민의 지탄 속에 연일 공군 중사 사망사건 수사가 보도되는 시점에서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공군 중사 사건은 피해 신고 후 부대 내 처리, 상급자와 동료들의 2차 가해, 피해 호소 묵살, 사망 이후 조치 미흡 등 온갖 부조리를 만천하에 드러내 군의 명예를 실추시켰다. 공군 참모총장이 사건에 책임을 지고 옷을 벗었고,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엄정 수사를 지시했다. 국방부가 6월 한 달을 성폭력 피해 특별신고기간으로 하고, 민관군 합동위원회를 출범시켜 근본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기로 한 것은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피해 특별신고기간이 종료된 지 불과 이틀 만에, 합동위원회가 출범한 지 나흘 만에 이번 사건이 일어났다. 명색이 장군이라는 사람이 한 일이라고는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군 내에서 장성은 모든 행동에서 모범을 보여야 할 위치에 있는 상관이다. 그리고 위계가 명확한 조직이라 자칫 위력에 의한 성범죄 가능성이 높아 행동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 그런데 솔선수범해야 할 장성이 사건의 당사자가 됐다니 장군으로서 명예를 어떻게 생각해왔는지 묻고 싶다. 이렇게 무딘 성인지 감수성으로 부하들의 존경을 받으며 군의 기강을 세울 수 있을지도 의문이 든다.

 

서 장관은 지난달 28일 합동위원회 출범식에서 “정의와 인권 위에 강하게 신뢰받는 군대로 진화해나가는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의 말은 이번 사건으로 공염불이 됐다. 성범죄에 대한 군의 인식이 전혀 달라지지 않았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나아가 군은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을 입증했다. 서 장관은 이번 사건을 철저히 조사해 가해자인 장군 등 책임이 있는 사람을 일벌백계해야 한다. 이번에도 성역 없는 수사와 응분의 처벌에 실패한다면 국정조사 등을 실시할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 성범죄 수사를 민간으로 넘기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특단의 조치를 해서라도 이참에 군내 성범죄는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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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2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826명으로, 지난 1월 이후 처음으로 800명대를 기록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감염세의 진원지가 수도권이라는 점이다. 전체 확진자 중 수도권의 비중은 이날 기준으로 사흘 연속 80%를 넘었다. 지난 1주일간 하루 평균 확진자는 509명으로, 새 거리 두기 3단계에 해당할 정도로 심각하다. 전파력이 강한 인도발 델타 변이 바이러스 감염도 90% 이상이 수도권에서 발생하고 있다. 수도권의 확산세가 전국적인 대유행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들어 완만한 감소세를 보이던 확진자는 지난주부터 다시 늘어났다. 사적모임 5인 제한과 영업시간 오후 10시 제한을 완화하는 새 거리 두기 적용과 접종자 야외 마스크 미착용 같은 백신 유인책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당국은 방역 긴장감 이완과 젊은층의 사회 활동량 증가 등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실제 최근의 감염은 음식점, 학원, 실내체육관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시설에 집중됐다. 백신 접종률이 낮은 젊은층의 비중도 높았다. 잘못된 신호가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확산을 부추길 요소는 아직도 많다. 우선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과 이를 부추길 해외 유입 우려다. 이날 해외 유입 확진자는 코로나19 발병 이후 두 번째로 많은 61명을 기록했다. 당국은 델타 변이와 이번 확산세는 직접 관계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다른 변이에 비해 전파력이 매우 큰 만큼 언제든 대규모 유행을 부추길 수 있다. 당국은 차단책을 강구해야 한다. 3일 민주노총이 서울 도심에서 열기로 한 노동자대회도 우려를 자아낸다. 민주노층은 문화공연 등 다른 분야에서 대규모 행사를 허용하면서 노조 집회를 불허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당국의 불허에도 강행을 예고했다. 민주노총의 주장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수도권 확산세가 거센 상황에서는 집회를 자제하는 게 옳다.

 

수도권의 확산세가 이대로 지속된다면 새 거리 두기 적용 시점을 다시 유예하거나 3단계로 강화할 수밖에 없다. 그런 일이 벌어질 경우 그 피해는 상상하기 어렵다. 무슨 일이 있어도 대유행만은 막아야 한다. 당국은 수도권의 취약시설을 중심으로 특별 점검에 나서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휴가철과 맞물리면서 1단계 시행으로 규제가 풀린 비수도권으로 확산세가 퍼져나갈 위험이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지자체와 긴밀히 협의해 언제라도 거리 두기 단계를 상향하겠다”고 밝혔다. 이 말을 실천에 옮겨 전국적 확산을 막아야 한다. 시민들의 협조 없이는 방역에 성공할 수 없다. 마스크 쓰기와 거리 두기 준수 등 생활 속 방역 의지를 다시 한번 다질 때다. 


Posted by emu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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