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예고한 ‘10·20 총파업’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민주노총은 정부의 자제 요청에도 서울 도심 대규모 집회를 비롯해 총파업을 강행할 태세다. 민주노총과 정부 간 극적인 타협점이 없다면 물리적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민주노총은 정부가 코로나19 시기에 노동자들의 요구에 침묵으로 일관해왔다는 이유로 파업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 이들이 내건 핵심 요구사항은 비정규직 철폐, 노동법 전면 개정, 산업 전환기 일자리 보장, 주택·교육·의료·돌봄·교통 공공성 강화 등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노동 현안을 부각하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전체 조합원의 절반인 55만명이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말 그대로 된다면 여느 때보다 참가자가 많게 된다. 이번 총파업은 건설노동자, 공공·민간 비정규직 노동자, 간접고용 및 하청용역 노동자, 특수고용 노동자 등이 주도한다. 코로나19로 가장 많은 피해를 본 노동자들이 전면에 선다는 뜻이다.

하지만 정부는 파업을 막겠다는 입장이 분명하다. 김부겸 총리는 지난 15일 “공동체의 안전을 위해 ‘총파업 철회’라는 대승적 결단을 내려달라”고 했다. 서울시도 총파업 관련 집회 10건 모두 금지하고, 집회 강행 시 주최자와 참여자를 감염병예방법 위반으로 즉시 고발하겠다고 했다. 총파업으로 대규모 감염이 발생하면 11월부터 시행할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민주노총은 지난 7월 초 서울 도심 집회 등 민주노총 행사를 통해 코로나19가 확산한 사례가 없다며 정부가 코로나19를 이유로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반발한다. 공동체의 안전과 집회의 자유라는 두 가치가 정면충돌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원칙을 바꿀 수는 없고, 민주노총은 오랫동안 준비해온 총파업을 포기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마지막 희망은 정부와 민주노총이 대화를 통해 총파업을 막는 방안을 찾는 것이다. 김 총리는 민주노총이 지난 7일 기본권과 방역법 충돌 문제를 비롯한 현안에 대한 공개토론 제안에 응하지 않고 있다. 이번 파업을 막고자 한다면 김 총리는 당장 민주노총과 만나야 한다. 민주노총도 총파업 강행을 재고해야 한다. 그래도 강행한다면 마스크 착용과 거리 두기 등 방역 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11월 위드 코로나의 안정적 정착은 타협할 수 없는 과제다. 민주노총 총파업이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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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택배노조와 롯데택배 대리점협의회가 13일 상생협약을 맺었다. 지난 1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노사정 간 합의된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문’이 택배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되도록 협력하기로 약속한 것이다. 택배업계의 상생협약은 처음 있는 일로, 지난 8월 CJ대한통운 대리점 대표의 사망으로 택배 노사 간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 의미가 작지 않다. 

양측은 이날 협약에서 2022년 2월까지 택배노조는 쟁의행위를 자제하고 대리점협의회는 노동조합을 인정할 것 등을 약속했다. 이와 함께 대리점 업주들은 노조의 정당한 활동을 보장하고, 양측은 택배 현장 현안의 시급한 해결과 주기적 소통에 노력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택배업계 갈등의 당사자들이 소통 창구를 만들었다는 게 반갑다. 택배노조는 그동안 분류작업에서 택배기사를 제외하기로 합의해놓고도 택배사들이 이행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택배사 CJ대한통운의 한 대리점주가 노동자들이 자신을 압박한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일어나 택배기사들과 대리점주 간 갈등은 극단으로 치달았다. 이런 상황에서 양측이 주기적으로 소통해간다면 불필요한 대립을 피하면서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상생협약이 롯데택배 대리점들 이외 다른 회사로도 파급되어야 한다.

이번 협약도 택배업계 갈등을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협약은 우선 택배 현장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협약의 당사자들은 우선 대화와 협력을 통해 해결하되 필요하면 원청인 롯데택배에 공동으로 협조를 요청할 수 있도록 명문화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행태를 보면 택배사의 협조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다. 택배사들은 2017년 1월 노조가 출범한 이후에도 특수고용노동자인 택배기사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라며 노조의 교섭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택배기사와 대리점주 간 갈등에 택배사의 책임이 큰데도 의도적으로 발을 뺐다. 택배사가 책임 있게 나서지 않는 한 양측의 갈등은 언제든 반복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택배업계 최초의 상생협약이 노사 및 노노 간 갈등 해소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 택배노조와 대립해온 CJ대한통운은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에 따라 당장 노조와의 교섭에 임해야 한다. 정부 또한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 내용이 이행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택배기사 분류인력 확충과 주 평균노동시간 60시간 초과 금지 등이 얼마나 지켜지는지부터 살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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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성폭력 피해 공군 이모 중사 사망사건에 대한 최종 수사결과를 7일 발표했다. 국방부 검찰단은 이날 관련자 25명을 입건해 15명을 기소하고, 이들을 포함한 38명에 대해 징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초동수사 부실로 물의를 빚은 관계자는 단 한 명도 재판에 넘기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사과하고, 서욱 국방부 장관이 철저한 진상규명을 약속하며 창군 이래 처음으로 특임 군검사까지 투입한 결과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명백한 솜방망이 처벌이자 제 식구 감싸기다.

이 중사는 지난 3월 초 선임부사관에게 성추행을 당한 뒤 신고했지만 군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이던 5월 하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성폭력 발생부터 사후조치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총체적 문제점이 드러나 국민적 공분을 샀다. 당연히 초동수사 부실과 사망에 이르게 한 회유와 압박 등 2차 가해가 수사의 초점이었지만 초동수사를 담당했던 공군 20비행단 군사경찰과 군검사는 물론 수사 지휘·감독 책임자인 전익수 공군 법무실장 등 법무실 지휘부는 한 명도 기소되지 않았다. 기소된 15명 중 공군본부 군사경찰단장에 대한 혐의도 부실 수사가 아닌 상부 허위보고다. 유족이 2차 가해 혐의로 추가 고소한 전속부대 상급자인 15비행단 대대장과 중대장도 불구속 기소했다.

그 이유를 보면 더욱 기가 찬다. 검찰단 관계자는 “초동수사가 미진했던 것은 맞다”면서도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수사를 게을리했을 뿐 직무유기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관련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으로 군의 무능을 자인한 것이나 다름없다. 실제로 사건 초기 군사경찰은 블랙박스 등 자료 확보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군검사는 사건을 송치받고도 55일간 가해자 소환조차 하지 않아 증거 확보에 실패했다.

이 중사 사건 이후 해군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일어나는 등 군내 성폭력은 끊이지 않고 있다.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한 단죄만이 유사 사건의 재발을 척결하는 길인데도 군은 스스로 외면했다. 유가족은 “대통령의 말만 믿고 지켜봤는데 피눈물이 난다”며 특검을 요구했다. 유족은 아직도 이 중사의 장례식을 치르지 못하고 있다. 형사처벌과 별개로 문책 대상자 38명에 대한 징계도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8일에는 이 중사 성추행 가해자로 구속기소된 장모 중사에 대한 결심공판이 열린다. 국회는 지난 8월 군사법원법을 개정했으나 일단 군사법원을 존치시켰다. 그러나 이후에도 군내 범죄 처벌에 미온적인 군사법원을 폐지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이런 일로 군은 더 이상 국민을 실망시켜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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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지난 4일 취임 첫 기자회견에서 한·일관계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는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또 중국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신청에 대해서는 중국이 CPTPP가 요구하는 높은 수준을 충족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1년여 전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와 마찬가지로 북한을 언급하면서도 한국은 쏙 뺐다.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메시지가 없어 유감스럽다. 

기시다 총리가 취임 전부터 아베 신조(安倍晋三) 노선을 계승하겠다고 밝힌 터라 한국 무시는 어느 정도 예상됐다. 기시다 총리는 문재인 정부의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파기를 비판한 것은 물론 2019년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해 강경 입장을 보였다. 이번 내각을 꾸리는 과정에서도 아베 전 총리가 임명한 외무상·방위상을 유임시키고, 관방장관에는 2012년 일제하 위안부 모집에 강제성이 없었다는 내용의 의견 광고를 아베 전 총리와 공동으로 미국의 지역신문에 낸 인물을 앉혔다. 게다가 5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도 북한 납치 문제 해결에 대한 협조만 구했을 뿐 한·일 문제는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일관계를 개선하는 데 당분간 관심이 없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의 취임에 맞춰 축사를 보내 “한·일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했다. 한국 내 일본기업의 자산매각과 수출 규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등 현안을 푸는 방법은 대화 외에는 없다.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해서도 한·미·일 협력은 필요하다.

 기시다 총리는 자민당 내에서 주변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온건파로 통한다. 한·일관계 악화의 원인을 오로지 한국 정부에 돌릴 것이 아니라 실사구시의 태도로 접근한다면 문제를 풀지 못할 것도 없다. 모테기 외무상은 이날 첫 기자회견에서 “이웃 나라와의 관계가 중요하다”며 어려움 속에서도 “중국, 한국 등과 고위급 의사소통을 계속해 왔다”고 소개했다. 양국 정부 모두 대화 분위기를 만들어나가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오는 31일 앞당겨 실시되는 일본 총선 이후 기시다 총리가 한·일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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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겼던 남북 간 통신연락선이 4일 다시 이어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9일 ‘10월 초 복원’ 의지를 밝힌 지 닷새 만이자 지난 8월10일 한·미연합훈련 실시에 반발해 일방적으로 끊은 지 55일 만이다. 우발 상황에 대처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남북 연락선을 복원해 다행스럽다.

이번 통신선 재연결은 북한 최고 지도자의 의지를 담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제안하자 일주일 뒤에 공개적으로 통신선 복원 의지를 표명하고, 실제 이행했다. 이는 북한 또한 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정부가 통신선 재개를 조심스럽지만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토대”로 평가한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남북 통신선 복원이 남북관계의 개선으로 바로 이어지려면 몇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북한은 이날 통신선을 재개하면서도 남측에 “선결되어야 할 중대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을 요구했다. 북한이 언급한 ‘중대과제’는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과 남측의 이중기준 철회를 가리킨다. 북측은 지난달 말부터 남측과 미국이 자신들의 미사일 시험 발사를 도발로 규정하면서 남측의 미사일 시험은 정당하다고 하자 이중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즉 북측으로서는 자신들의 미사일 등 신무기 개발이 미국의 적대 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것인데도 남측이 이런 성격을 무시하면서 무기 개발을 강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남측을 향해 이런 문제를 먼저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향후 이에 대한 남측의 노력 등을 보면서 대화 문호의 폭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남북은 모처럼 이뤄낸 통신선 복원을 계기로 다시 관계 개선과 협력 확대의 길로 가야 한다. 독일을 방문 중인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3일 베이징 동계올림픽 공동참가를 위한 연내 남북 고위급 회담 성사 의사를 밝혔다. 고위급 회담이 성사된다면 남북정상회담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대화의 길은 그리 쉽지 않아 보인다.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것도 남북 관계 개선의 여지를 좁히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우선 안정적으로 대화를 이어나가는 것이다. 서로 상대방을 자극하면서 군사적 긴장을 부를 수 있는 미사일 개발 경쟁 등은 접고,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재설치 문제 등부터 차근차근 풀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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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이 국제노동기구(ILO) 사무총장 선거에 출사표를 냈다. 한국인이 ILO 사무총장 선거에 뛰어든 것은 처음이다. 정부는 강 전 장관이 당선되면 노동 선진국으로서의 위상을 다질 수 있다며 범부처 차원에서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강 전 장관이 노동 분야에서 일한 경험이 전무하다며 ILO 사무총장 도전에 반대했다.

정부는 지난 1일 강 전 장관의 입후보를 밝히면서 그의 경력이나 유엔에서의 경험으로 볼 때 국제기구 수장 자격으로는 손색이 없다고 했다. 인정한다. 그러나 강 전 장관은 노동 분야에서 일한 경력이 전무하다. ILO가 국제 노동 기준을 제시하고 각국의 노동 현안을 논의하는 유엔 산하 전문기구라는 점에서 보면 치명적인 단점이다. 차기 ILO 사무총장은 ‘포스트 코로나’ 이후 급변할 노동 환경 등을 다뤄야 하는데, 노동 문외한인 강 전 장관이 풀어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역대 ILO 수장을 보면 비전문가가 대다수였다. 하지만 아무리 리더십이나 추진력, 판단력 등이 중요한 자질이라 하더라도 전문성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그동안 ILO 수장에 아시아 출신도, 여성도 없었다는 점은 다른 후보에 비해 차별성이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것이 선거에 유리하다고 볼 근거는 없다.

한국은 국제노총(ITUC)이 매년 발표하는 글로벌 노동권 지수(GRI)에서 7년 연속 최하위인 5등급을 받았다.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노동 후진국임을 보여주는 부끄러운 지표다. 현 정부는 노동존중사회를 약속했지만 지난 4년반 동안 이를 얼마나 충실히 이행했는지 의문이다.  지난해 노조법을 개정했지만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들의 단체교섭권은 여전히 보장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올해 4월 ILO 핵심협약 3개 추가 비준과 문재인 대통령의 ILO 총회 기조연설 등을 통해 노동 선진국으로서 위상이 높아졌다고 강조했지만 썩 동의되지 않는다. 더구나 ILO가 ‘필수적 시민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극도로 중대한 상황에 한정돼야 한다’고 했음에도 민주노총 위원장을 시위 주도 혐의로 구속까지 했다.

정부는 강 전 장관이 당선되면 한국의 ‘노동 선진국’ 위상도 다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노동 강국은 그렇게 달성되는 게 아니다. 노동자의 권익 보장을 위해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등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먼저다. 정부가 강 전 장관의 ILO 사무총장 선거 지원에 앞서 새겨야 할 일이다. 오죽하면 국내 최대 노동단체가 3일 “강 전 장관의 경험과 비전은 ILO 사무총장 직책과 한참 거리가 멀다”고 비판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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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미오 전 일본 외무상이 29일 자민당 총재로 선출됐다. 기시다 총재는 다음달 4일 열릴 임시국회에서 총리 선출 절차를 거쳐 총리로 취임한다. 기시다는 이날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고노 다로 행정개혁담당상에게 1표 차로 앞선 뒤 결선투표에서는 87표 차로 승리했다. 

기시다는 2007년 아베 1차 내각 때 내각부특명대신으로 입각한 뒤 아베 2차 내각에서 4년7개월여 동안 외무상을 지냈다. 또 아베·스가 내각 노선을 계승하겠다는 입장을 누차 밝혔다. 개헌에 찬성하고, 일본의 방위력 강화를 지지한다. 탈원전보다 원전 재가동 추진을 선호하며 대외정책에서도 미·일 동맹을 근간으로 대중국 압박에 초점을 맞춰온 기존 노선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아베 신조와 스가 히데요시 내각의 연장선이 될 공산이 크다.

우리의 관심은 일본의 새 정부 출범이 한·일관계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다. 현재로선 기시다가 이끌 차기 일본 정부에서 한·일관계가 크게 개선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기시다는 위안부와 강제징용 등 과거사 문제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그는 한·일 갈등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2015년 위안부 합의’에 서명한 당사자다. 문재인 정부가 이를 파기한 데 대해 매우 비판적이다. 2018년 강제징용에 대한 대법원의 잇단 배상 판결에 대해서도 강경한 입장을 보여왔다. 지난 18일 자민당 총재 후보 토론회에서 그는 “한국 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로 초래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국이 먼저 첫걸음을 내디뎌야 한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법원은 지난 27일 전범 기업에 대한 자산매각 명령까지 내렸다. 일본은 그동안 자산매각을 통한 현금화를 한·일관계의 마지노선으로 여긴다고 공언해왔다. 한·일관계를 한층 더 악화시킬 악재가 터진 셈이다. 향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일본의 수출규제 등 양국이 풀어야 할 현안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일관계를 이대로 둘 수 없다는 점은 양국 정부 모두 공감한다. 기시다 정부의 출범을 맞아 양국 정부가 새로운 마음으로 경색된 관계를 풀어나갈 필요가 있다. 기시다는 자민당 내에서 온건파로 분류된다.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 다음달 4일 총리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한·일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는 메시지가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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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압류한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의 상표권과 특허권에 대한 매각 명령을 결정했다. 대전지법 김용찬 부장판사는 27일 강제징용 피해자 2명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상표권과 특허권 특별 현금화 명령 신청을 받아들였다. 법원이 국내에 있는 일본 전범기업의 자산 매각을 명령한 것은 처음이다. 미쓰비시 측이 즉각 항고 방침을 밝혀 당장 상표권과 특허권을 매각해 현금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일본은 현금화가 이뤄질 경우 한·일관계가 악화될 것이라고 예고한 터라 양국 관계 경색은 불가피하다.

이번 결정은 대법원이 지난 10일 미쓰비시중공업에 대한 자산압류 조치가 정당하다고 판결한 이후 이를 실제로 적용한 첫 사례이다.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을 비롯한 다른 전범기업들의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본제철은 지난해 12월 한국 내 자산인 피앤알(PNR) 주식 매각명령에 대한 심문서 공시송달 효력이 발생한 상태다. 법원이 언제든 PNR 주식을 강제 매각해 현금화하라고 명령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일관계를 악화시킬 사안들이 더 있는 셈이다.

대법원이 2018년 10월과 11월 잇따라 일본제철과 미쓰비시에 대한 강제징용 손해배상 확정 판결을 내리자 일본은 강력히 반발했다.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는 게 일본의 입장으로, 이 판결이 한·일 양국 간 약속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가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에 대한 수출규제를 비롯한 각종 경제 보복 조치를 내린 것도 이에 대한 대응이다. 여기에 더해 일본은 자국 기업의 한국 내 자산 매각을 더욱 심각한 사안으로 본다. 한·일관계의 마지노선으로 인식한다. 일본 정부가 이날 주일 한국대사관 공사를 초치하고 강한 유감을 표명한 것도 이 때문이다.

미쓰비시의 자산 매각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우리는 할 일이 없으니 한국이 해결방안을 제시하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는 한 진전은 있을 수 없다. 한·일청구권협정의 적용 범위에 대한 법적 다툼이 있음을 일본 정부도 알고 있다. 양국 관계의 파국을 막기 위해선 이제 일본이 나서야 한다. 일본은 29일 자민당 총재에 이어 다음달 4일 차기 총리를 선출한다. 새 총리 선출이 한·일관계 회복을 위한 물꼬를 트는 계기로 작용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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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청소년 기후활동가들의 모임인 청소년기후행동이 24일 글로벌 기후파업의날을 맞아 ‘기후시민의회’ 구성을 제안했다. 기후위기 당사자인 미래세대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정부 주도의 논의 구조의 한계를 지적하며 새 시스템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다. 스웨덴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주최한 올해 기후파업의날 행사의 테마인 ‘시스템을 전복하라’(#UprootTheSystem)는 것에 따른 행동이다. 전 세계 1400여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린 행사에서 참석자들은 기후위기뿐 아니라 인종주의, 성차별, 불평등 같은 사회경제적 문제에 대한 관심과 행동도 촉구했다. 

미래세대의 목소리에는 절박함이 배어 있다. 그만큼 각국 정부의 탄소 감축 움직임은 느리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국가 간 협의체(IPCC)가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제시한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 ‘1.5도 제한’에 맞추기 위해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최소 45% 탄소 감축을 권고했고, 각국은 올해 4월 열린 기후정상회의에서 구체적 감축 목표를 내놨다. 중국은 지난 21일 해외에 석탄을 사용하는 화력발전소를 신규 건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미국도 같은 날 개발도상국 지원을 위한 기후기금을 두 배로 올릴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지난 17일 유엔은 현 상황이라면 향후 10년간 지구 평균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2.7도 상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 감축 목표로는 기후위기 대응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한 것이다. 더욱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백신 양극화는 기후위기에 취약한 후진국 시민들을 더 큰 위험 속으로 내몰았다. 기후위기와 사회경제적 위기는 결코 분리된 것이 아니며 이를 극복하려면 기성세대가 아닌 미래세대 중심으로 힘을 합쳐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인식이다.

국회는 지난 8월 말 탄소중립기본법을 통과시키며 2030년 감축 목표를 ‘35% 이상’으로 설정했다. 정부는 아직 그에 대한 구체적 수치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국내 기업이 해외 석탄발전 사업에 투자할 경우 공적 금융지원을 중단하는 등의 탈 탄소 전환 방침을 밝혔다. 시민들이 수년 전부터 요구해온 게 뒤늦게 이뤄졌다.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 논의 시스템을 바꾸자는 요구를 수용해 더욱 적극적으로 탄소 감축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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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15일 낮 평안남도 양덕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두 발을 발사했다. 지난 11·12일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시험발사한 데 이은 도발이다. 더구나 탄도미사일은 순항미사일과 달리 유엔 안보리가 금지한 것이다. 북한이 올 들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게 처음은 아니지만 유엔이 금지한 미사일을 포함해 연속으로 도발을 감행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강한 유감을 표한다.

이번 북의 군사 도발은 그 시점이 매우 미묘하다. 한·미 북핵 협상대표는 전날 비핵화와 관계없이 대북 인도적 지원 방침을 밝혔다. 또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방한 기간이기도 하다. 북핵 문제는 왕이 부장 방한의 최대 의제 중 하나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의용 외교장관은 이날 왕이 부장을 만나 북한의 대화 복귀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중국의 협조와 지지를 당부했고, 왕이 부장도 화답하던 터였다. 이 점에서 북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이런 한국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 됐다.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에 대해 “대화를 재개하는 방향으로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밝힌 왕이 부장으로서도 무척 곤혹스럽게 됐다.

북한이 민감한 상황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이유는 몇가지로 분석할 수 있다. 우선 무기체계 고도화 목표를 달성하려는 북한의 시간표에 따른 것이다. 마침 이날 국방부는 문 대통령이 참관한 가운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를 했다. 세계 7번째로 SLBM을 개발한 한국을 향해 북한도 대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을 향한 대화 촉구 메시지이기도 하다. 북한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재검토 작업 시한을 앞둔 지난 3월25일 첫 탄도미사일을 쏜 바 있다. 최근 유엔 안보리에서 중국·러시아를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대북 제재 일부 해제를 압박하는 의미도 있다.

하지만 유엔 결의 위반인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용한 대화 촉구 메시지가 되기 어렵다. 오히려 미국 내 여론을 악화시켜 아프간 철수로 궁지에 몰린 바이든을 압박할 수 있는 위험한 카드가 될 수도 있다. 지난해부터 국제사회에서는 북한이 신형 SLBM을 발사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북한이 진정 대화를 원한다면 더 이상의 도발을 해서는 안 된다. 그래야 한국과 미국이 대화 카드를 내놓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는 점을 북한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


Posted by emu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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