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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가 쓴 칼럼/마감후

마감후27/이란 핵 논란과 랍비의 지혜



이쯤 되면 필시 사람들은 양치기 소년의 말을 무시하듯 해야 할 텐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사람들은 그가 말을 바꿔도 마냥 믿기만 한다. 오히려 이 일에 개입해 편들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압박마저 느낀다. 이란 핵개발을 둘러싼 이스라엘 얘기다. 자고 일어나면 이란 핵개발 관련 뉴스가 외신을 뒤덮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물론 공화당 대권후보들까지 한목소리로 이란을 비난한다. 이스라엘은 한술 더 뜬다. 오는 7월까지 이란 핵시설을 공격하겠다며 미국마저 협박한다. 이란이 핵무기를 만들었다는 증거도 없고, 이란 핵무기 개발 예측시기에 대한 이스라엘의 말바꾸기가 이어지는데도 왜 사람들은 귀를 쫑그릴까.


이란 핵사태 해결을 위해 만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오바마 미국 대통령(경향신문DB)



이스라엘이 이란 핵무기 개발에 위기의식을 느끼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후반부터다. 1998년 당시 이스라엘 군정보기관 책임자 모셰 야알론은 이란이 2008년까지 핵무기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1998년은 이란이 핵확산금지조약에 가입한 해다. 야알론의 경고는 제2차 인티파다(팔레스타인 봉기)와 레바논 전쟁 탓에 파묻혔다. 이란 핵무기 개발 시기에 관한 이스라엘의 예측이 먹혀든 것은 2006년부터다. 당시 이스라엘 군정보기관 책임자 아모스 야들린은 그 시점을 2010년으로 예측했다. 2009년엔 정보기관 모사드 책임자이던 메이어 다간이 2014년으로 시기를 늦췄다. 2010년엔 그 시기가 다시 2012년으로 앞당겨졌다. 이스라엘의 이란 핵무기 소유 예측시기가 당겨졌다 늦춰졌다를 반복하자 이스라엘에서조차 전쟁을 부추기기 위해 성급한 발표를 했다는 비난이 나왔다. 이스라엘 정보 책임자들의 예측에도 이란이 핵무기를 만들었다는 증거는 없다. 이스라엘의 행태는 장난으로 거짓경고를 일삼은 양치기 소년과 다름없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개발 전략이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둘러댄다. 자신의 말에 확신을 심어주기 위해 또 다른 거짓말을 하는 식이다.


미 정보당국은 이란 핵개발이 이미 2003년에 중단된 것으로 보고 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인 2007년에 이를 처음으로 선언했고, 오바마 행정부도 재확인했다. 그런데도 논란이 끊임없는 데는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영국 일간 가디언이 최근 흥미로운 보도를 했다. 이란 핵개발 문제가 정치화한 것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2009년 친서방 인사인 야마노 유키아로 바뀐 데서 비롯됐다는 내용이었다. 미국과 서방의 입맛에 맞게 보고서를 만들어 이란 핵개발 의혹을 과장했다는 것이다. 흥분과 감정에 밀려 냉정과 이성이 설자리를 잃으면 일어나지 않을 전쟁도 일어난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그렇다. 9·11 테러로 미국 중심부를 공격당한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에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사담 후세인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화학무기와 대량살상무기를 가지고 있고 비행기를 이용해 미국을 공격할 수 있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딕 체니 부통령도 미 본토가 대량살상무기로 공격받을 가능성이 1%라도 있으면 확실하게 다뤄야 한다고 했다. 이라크 침공 명분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1%의 가능성이 아니라 핵무기를 소유할 가능성만 있어도 전쟁으로 막아야 한다는 논리로 발전하고 있다. 이란 핵개발을 둘러싼 위기가 이란 공격으로 이어져서는 안될 일이다. 지금은 외교적 해법이 필요한 때다.


이스라엘에는 다음과 같은 전래설화가 있다고 한다. 한 랍비가 있었다. 그는 폭군에게 자기 지역 유대인의 목숨을 살려주면 1년 안에 그의 개가 말을 하도록 가르치겠다는 엉뚱한 약속을 한다. 이 얘기를 들은 랍비 부인은 그를 바보라고 했다. 그러나 랍비는 말한다. “1년은 긴 시간이다. 폭군이 죽을 수도, 내가 죽을 수도 있지.” 랍비는 비밀스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말을 이어갔다. “또 개가 말을 할 수도 있는 거고.” 이스라엘은 주민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걸고 폭군과 협상한 랍비의 지혜를 배울 필요가 있다. 그것은 바로 협상과 기다림의 지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