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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가 쓴 칼럼/여적

[여적]은행강도(170424)

조찬제 논설위원

 

미국 서부 개척시대를 다룬 영화에는 은행강도가 단골소재로 나온다. 대공황 시절에도 은행강도가 설쳤다. 워런 비티 주연의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원제 Bonnie and Clyde)가 대표적이다. 미 역사상 첫 은행털이 사건은 1798년 8월 말 필라델피아에서 일어났다. 그러나 위조 열쇠로 금고문을 연 것이어서 엄밀한 의미의 은행강도는 아니다. 첫 은행강도는 65년 뒤인 1863년 12월15일 매사추세츠주에서 발생했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은행강도 사건은 정치적 성격을 띠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스탈린이 연루된 ‘1907 티플리스 은행강도 사건’이다. 제정 러시아 시절인 1907년 6월26일 카프카스 지역의 티플리스 예레반광장(지금의 조지아 수도 트빌리시 자유광장)에서 수류탄 폭발음과 총성이 진동했다. 소련공산당의 전신인 러시아사회민주노동당의 볼셰비키 세력이 돈을 운송하던 러시아제국은행의 역마차를 공격한 것이다. 볼셰비키는 34만1000루블(2008년 기준 약 340만달러)을 강취했다. 이 사건은 블라디미르 레닌과 이오시프 스탈린 등이 직접 모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스탈린의 경우 공격을 주도했다는 설도 있지만 확인되지 않는다. 볼셰비키는 차르 타도를 위해 ‘몰수’라는 이름으로 은행을 자주 공격했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도 활동자금 마련을 위해 은행을 턴 것으로 악명을 떨쳤다. 1976년 1월 일어난 레바논 베이루트 영국 중동은행 사건의 강취액은 2500만파운드(현재가 약 2억1000만달러)에 이른다. 

그런가 하면 2005년 8월 초 발생한 브라질 중앙은행 사건은 ‘창의적인’ 수법으로 세계를 경악시켰다. 강도단은 범행 3개월 전 은행 인근의 집을 빌려 깊이 4m·폭 70㎝·길이 78m 터널을 파 1억6000만헤알(당시 약 7100만달러)을 빼냈다. 

국내 은행강도 사건은 대부분 빚 갚기나 유흥비 마련을 목적으로 한다. 범행에 사용된 총도 사제 또는 장난감이었다. 그러나 지난 20일 낮 경북 경산의 농협 강도 사건은 실제 권총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용의자는 범행을 감추기 위해 자전거를 이용하고 외국인 노동자인 것처럼 속이는 등 치밀함을 보였지만 결국 폐쇄회로(CC)TV에 덜미가 잡혔다. 범행 55시간 만이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4232035015&code=990201#csidx14d1ee647b08f4fbb23a642b0a1c0c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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