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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가 쓴 칼럼/여적

[여적]살인폭염(170621)

2003년 여름은 유럽에 악몽이었다. 그해 7~8월 유례없는 폭염이 덮쳤다. 기록상 1540년 이래 가장 더웠다. 프랑스, 스페인, 영국, 포르투갈, 네덜란드, 독일 등 각국에서 7만여명이 숨졌다. 말 그대로 ‘살인폭염’이었다.

 

최근 세계를 달구고 있는 때 이른 무더위도 그 폭염을 닮았다. 미국 남서부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지난 19일(현지시간) 최고 기온은 47.8도였다. 1990년 이 도시가 기록한 미국 도시 지역 역대 최고 기온인 50도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일부 지역은 40도를 오르내리고 있다. 중동 지역은 50도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 말 파키스탄 투르밧 지역의 기온은 53.5도까지 치솟았다.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온난화가 원인의 하나로 지목된다. ‘가장 무더웠던 해’는 매년 바뀌고 있다. 지난해 22개국에서 역대 최고 기온 기록을 세우거나 타이를 기록했다. 올해에는 이미 7개국이 그 수준에 도달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온 상승은 엄연한 현실이다.

 

때마침 지구온난화에 따른 살인폭염이 갈수록 빈번할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19일 발표됐다. 미국 하와이대 카밀로 모로 교수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현재 수준이라면 연간 20일 이상 살인폭염에 노출되는 세계 인구 비율이 현재 30%에서 2100년에는 74%에 이르게 된다. 살인폭염은 기온과 습도에 따라 기준이 다르다. 습도 60%·기온 30도 이상, 습도 80%·기온 28도 이상, 습도 90%·기온 27도 이상이면 살인폭염에 해당된다.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 필리핀, 브라질 북부, 베네수엘라, 스리랑카, 인도 남부, 나이지리아와 서아프카 대부분, 호주 북부는 2100년에 살인폭염 일수가 300일을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서울은 현재 0일에서 67일이 된다. 여름 내내 살인폭염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2015년 말에 체결된 파리기후변화협정은 산업화 이전 시기 대비 지구 기온 상승폭을 2도 이내로 묶는 것이 목표다. 이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세계 인구 절반가량은 2100년에 최소 한 번은 살인폭염을 겪을 수밖에 없다. 살인폭염을 줄이는 유일한 길은 온실가스 대폭 감소다. 그래야만 2100년 서울의 살인폭염 일수는 2일로 줄어든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6202052015&code=990201#csidxe2174cf0bd1344688acb82245e00d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