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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가 쓴 칼럼/여적

[여적]강한 남자 속의 메르켈(170708)

12년째 독일 총리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에게는 많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독일판 철의 여인’ ‘뉴 비스마르크’ ‘프라우 나인’(‘아니요 부인’이라는 뜻). 메르켈이 그만큼 강한 지도자라는 의미다. 실제로 국제무대에서 특유의 카리스마로 남성 지도자들을 휘어잡아왔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정상회의 총리’다. 7~8일 자신이 태어난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메르켈의 진가를 재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오는 9월 총선을 앞둔 마지막 국제행사인 만큼 국내 정치적으로도 의미가 크다. G20의 성공이 총선 승리와 4선 총리의 보증수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돌았다. 여느 때보다 강한 남성 지도자들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다. ‘마초 3인방’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의 축’으로 불리는 지도자들이다. 강 대 강의 대결이지만 메르켈에게도 힘겨운 상대들이다.


 무엇보다도 트럼프와의 만남이 중요하다. 트럼프에게 지지 않는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총선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3번째 만남이지만 악연의 연속이었다. 지난 3월 방미 때는 악수를 거절당했다. 5월 말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서는 무역수지 흑자를 이유로 “나쁜 독일”이라는 말을 들었다. 에르도안과도 신경전을 벌였다. 에르도안이 재독일 터키인을 상대로 연설하겠다고 주장했지만, 메르켈은 불허했다. 푸틴과의 관계는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 병합 이후 좋지 않다.


 메르켈은 G20 개막 전날인 6일 이들과 각각 정상회담을 했지만 결과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어쩌면 메르켈이 가장 마음 졸이는 일은 최고 관심사인 7일 밤 트럼프와 푸틴의 첫 정상회담일 것이다. 두 사람의 힘겨루기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 메르켈은 주인공에서 들러리로 전락할 수 있다. 하나 더 있다. 공동성명 만장일치 채택이다. 기후변화와 자유무역을 두고 미국과 이견이 많다. 정치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독일 정부는 별 기대하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메르켈의 지도력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