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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가 쓴 칼럼/여적

[여적] 쿠오모 형제(200327)

지난 23일 밤 9시(미국 동부시간 기준) CNN 방송의 TV쇼 <쿠오모 프라임 타임>. 진행자 크리스 쿠오모(50)가 출연자를 소개했다. “뉴욕 주지사이자 나의 형 앤드루 쿠오모다. 또 나와줘 고마워.” 쿠오모 주지사(63)는 대뜸 “엄마가 나가야 한다고 하셨다”고 했다. 이 말의 숨은 뜻을 알려면 일주일 전 상황을 돌아봐야 한다. 지난 16일 쿠오모 주지사는 동생 프로그램에 출연해 뉴욕주의 코로나19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던 중 갑자기 형제는 ‘누가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아들인가’를 두고 티격태격했다. “형이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지 잘 알지만 엄마에게 전화할 시간은 있겠지? 엄마가 형 소식을 듣고 싶어해.” “나오기 전에 전화했어. 근데 엄마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자식이고, 너는 두 번째래.” 이 장면은 코로나19로 고통받는 미국인들에게 큰 웃음을 줬다. 쿠오모 주지사의 첫마디는 자신이야말로 엄마 말을 잘 듣는 자식임을 강조한 기선 제압용 멘트였다.

형제는 이날도 두 차례 서로 놀리는 장면을 연출해 시청자를 즐겁게 했다. 첫 번째는 동생이 중간광고 때문에 형의 말을 끊으며 시작됐다. “말을 끊어 미안한데….” “미안하면 끊지 마.” “밀어붙이는 재능을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것 같아.” “넌 안 그렇고?” 둘의 아버지는 뉴욕 주지사를 두 차례 지낸 민주당 정치인 마리오 쿠오모(2015년 사망)다. 두 번째 장면은 방송 막바지에서 나왔다. “네가 나보다 훨씬 더 나아.” “농구장에서만 낫지.” “거짓말 마.” “아버지는 형이 여러 방면에서 축복받았지만 손이 바나나 같아서 공을 다룰 수 없다고 했지. 다 아는 얘기야.” 하지만 형 쿠오모의 동생 사랑은 널리 알려져 있다. 언론에 대한 극도의 불신을 보이면서도 “내 동생은 내가 믿을 수 있는 기자 중 한 명”이라고 책에 쓴 바 있다.

방송 후 쿠오모 형제를 내세워 코미디 정규 프로그램을 만들자는 제안들이 쏟아지고 있다. 실현만 된다면 대박감이다. 쿠오모 주지사는 코로나19의 최대 수혜 정치인으로 떠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맞설 민주당의 대항마로 거론된다. 그는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동생 로버트 케네디 전 법무장관의 딸과 결혼했다가 이혼했다. 쿠오모 형제의 행보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