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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가 쓴 기사/경향신문 사설

[사설] 위원장 구속에 민주노총 총파업 선언, 노·정 관계 파탄 안 된다(210903)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2일 구속 수감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 민주노총 위원장이 구속된 것은 두 번째다. 노동계 현안이 많은데 국내 제1노조인 민주노총 위원장이 구속된 것은 유감스런 일이다. 갈수록 악화되는 노·정 관계가 파탄에 이르지 않을까 우려된다.

경찰은 이날 오전 서울 정동 민주노총 사무실에 경찰관들을 투입해 양 위원장을 강제로 구인했다. 양 위원장은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시작되던 지난 7월3일 서울 도심의 전국노동자대회를 비롯한 여러 시위를 주도한 혐의를 받아왔다. 코로나19 방역 상황에서 법을 위반한 것은 맞지만 민주노총 위원장을 구속한 것은 여러모로 불행한 일이다. 과거 박근혜 정부 때 철도노조 파업 집행부를 체포할 때와 같은 폭력적 진압은 없었지만 위원장을 본부 사무실에서 강제로 잡아간 것은 처음이다. 또한 불법집회에 대한 무관용 대응에 예외는 없어야겠지만, 혐의를 다 인정한 양 위원장에 대한 영장 집행이 그렇게 시급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현 정부에서 민주노총 위원장 두 명이 모두 불법집회를 했다는 이유로 구속됐다. 전임자인 김명환 위원장은 2019년 10월 불법집회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대선 당시 노동존중 사회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임기 내 최저임금 시급 1만원과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공약 등은 물 건너갔다. 노동자의 산재 예방을 위한 중대재해처벌법도 누더기가 됐다. 여기에 국정농단 사건의 공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마저 가석방됐다. 민주노총이 현 정부의 노동존중과 개혁 의지를 의심하며 코로나19 상황에도 대정부 강경 투쟁을 고집한 이유다.

민주노총은 다음달 20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향후 노·정 관계에서 또 다른 변곡점이 될 수 있다. 양 위원장의 구속으로 노동계가 자극받아 노·정 관계는 더욱 악화될 공산이 크다. 국가적 위기는 노·정 모두에 새로운 접근을 요구한다. 민주노총이 내세우고 있는 코로나19에 따른 불평등 해소 등은 무시할 수 없는 노동자의 권리다. 그러나 시민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면 명분도 실리도 얻기 힘들다. 집회에 대한 공동체의 우려가 크다면 민감한 시기를 피하는 게 옳다. 정부 또한 코로나19 방역을 빌미로 노동자의 기본권을 훼손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노·정 모두 파국을 피하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