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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가 쓴 칼럼

마감후2/모든 것은 오바마에 달렸다 지난달 19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연방 상원의원 특별선거에서 민주당은 공화당에 패했다. 매사추세츠주는 공화당이 1972년 이래 상원선거에서 한 번도 이기지 못한 민주당의 ‘아성 중 아성’이었다. 그런 곳에서 패했으니 민주당으로서는 좌불안석일 터이다. 민주당이 잃은 것은 연방 상원의원 ‘1석’만이 아니다. 정국 주도권을 빼앗겼다. 당장 상원에서 ‘슈퍼 60석’이 붕괴되면서 보건의료개혁 논의는 중단됐다. 오바마의 개혁은 빛바랠 위기에 놓였고, 그의 재선 가도에도 ‘빨간불’이 커졌다.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평범한 재선 대통령보다는 좋은 단임 대통령이 되겠다”는 다짐은 빈말이 아니다. 민주당의 앞날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중간선거가 ‘발등의 불’이다. 하지만 ‘1994년의 악몽’이 유령처럼 주위를 .. 더보기
마감후1/아프간전은 정당한 전쟁인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10일 노벨평화상 수락연설을 통해 ‘정당한 전쟁(just war)’이라는 화두를 꺼냈다. 앞서 오바마가 3만명 증파를 핵심으로 하는 새 아프가니스탄 전략을 밝힌 터여서 곧바로 ‘아프간 전쟁은 정당한 전쟁인가’ 하는 논란을 낳았다. 오바마는 노벨상 수상연설에서 “전쟁은 특정 조건이 맞아야만 정당화될 수 있다”며 세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최후의 자위 수단일 경우, 군사력이 비례적으로 사용될 경우, 민간인들을 폭력으로부터 보호할 경우다. 그러나 “우리는 대부분의 역사에서 정당한 전쟁을 거의 보지 못했다”고 했다. 오바마가 정당한 전쟁 논리를 꺼낸 의도는 명백하다. 아프간 전쟁의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오바마는 이를 위해 비폭력주의자인 간디와 마틴 루터 킹마저 배격한다. .. 더보기
정동탑13/노벨평화상과 즐거운 상상 한 번 상상해보자. 버락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이 되지 않았다면 올해 노벨평화상을 받을 수 있었을까. 반대로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미 대통령이 됐다면 노벨평화상 수상이 가능했을까.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핵개발을 중단한다고 발표하면 노벨평화상을 받을 수 있을까. 오바마가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지 열흘이 지났지만 그의 수상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비판론자들 주장의 핵심은 ‘시기상조론’이다. 대통령 재임기간이 1년도 되지 않아 평화상을 받을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그의 업적 평가에 대한 불만이 깔려 있음은 물론이다. 미 정가에서도 왈가왈부 중이다. 공화당 쪽에서는 그가 이뤄낸 성과보다 그의 스타 파워의 반영물이라고 주장한다. 민주당에서는 전쟁 중인 대통령은 평.. 더보기
정동탑12/이란 아프간 대선과 미 이중잣대 1년 전 국제문제 전문지 포린폴리시(9·10월호)는 미국 대외정책의 이중잣대(double standard) 가운데 걱정되는 것이 무엇인지 독자들에게 물었다. 다양한 답변 가운데 ‘민주선거를 권장하면서도 싫어하는 나라의 경우 결과를 인정하지 않기’ ‘민주주의와 자유를 강조하며 독재정권 지지하기’ 등 선거 관련 내용이 눈길을 끌었다. 전자의 대표적 사례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선거와 하마스가 언급됐다. 고개가 끄덕여졌다. 팔레스타인 양대 정파 가운데 강경파인 하마스가 2006년 선거에서 온건파인 파타에 승리를 거뒀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를 인정하지 않아 급기야 지난 겨울 전쟁까지 치렀으니 말이다. 선거를 바라보는 미국의 이중잣대는 여전하다. 최근 두 달여 시차를 두고 치러진 이란과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선거가 .. 더보기
정동탑11/역사는 과연 진보하는가 지난 한 달 동안 지구촌에서는 굵직한 사건들이 잇따랐다. 이란 대선 불복시위(6월12일), 온두라스 쿠데타(6월28일),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유혈참사(7월5일) 등이다. 세 사건의 공통점을 찾기는 쉽지 않다. 굳이 들자면 모두 반(反) 서방국가라는 점 정도일 듯하다. 그럼에도 마치 한 몸에서 나온 돌연변이처럼 비슷하다는 착각이 든다. 그래선지 사건을 바라보는 마음도 편치 않다. 무엇보다도 ‘역사는 진보한다’는 명제에 의문부호를 붙여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진행형인 이 사건들이 함축하고 있는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향후 역사는 이 사건들을 어떻게 규정할까. 이란의 대선 불복시위 열기는 한 달이 지나면서 시들고 있다. 불씨마저 꺼진 것이 아닌가라는 분석도 나온다. 초기만 해도 테헤란 도심을 가득 메운 인파와.. 더보기
정동탑10/"정부는 거짓말한다" 지금 미국에선 ‘고문 메모’를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다. 고문 메모란 조지 W 부시 전 행정부 시절 미 중앙정보국이 물고문 등 테러 용의자들에게 ‘가혹한 신문’을 하도록 법적 근거를 담은 것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달 중순 공개하면서 최고의 정치 쟁점으로 떠올랐다. 오바마는 작성자를 조사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벌어지는 양상은 그의 손을 떠난 모습이다. 부시 전 행정부의 반발에 이어 메모 작성에 참여한 변호사 3명에 대한 법적 책임 공방이 일었다. 급기야 미 행정부 내 서열 3위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마저 ‘진실게임’에 휘말리면서 파장이 번지고 있다. 고문 메모 논란은 국가안보, 정치 공세 그리고 정부의 거짓말을 생각하게 한다. 딕 체니 전 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을 또 다른 테러 공격에 취.. 더보기
정동탑9/'바잉 더 워' 9·11 테러 직후 미국민들의 애국심은 절정에 달했다. 알카에다와 사담 후세인을 향한 분노는 이글거렸다. 그동안 ‘눈엣가시’를 없애지 못해 안달이 난 부시 행정부에 애국심과 분노는 더할 나위 없이 써먹기 좋은 수단이었다. 언론도 귀찮은 방해꾼이 아니었다. 언론 스스로 애국심 열기와 보도경쟁에 사로잡혔다. 후세인이나 대량살상무기(WMD) 정보만 언론에 살짝 흘리면 나머지 일은 착착 진행된다. 언론이 충실히 이를 확대 재생산한다. 정보의 사실 여부는 상관없다. 후세인 제거를 위한 부시의 이라크 침공 드라마는 2002년 가을부터 본격화한다. 백악관 안에 ‘전쟁을 팔’ 마케팅 조직이 생긴다. ‘백악관이라크그룹(WHIG)’이다. 판매원은 부시의 정치고문인 칼 로브와 비서실장 앤드루 카드, 국가안보보좌관 콘돌리자 .. 더보기
정동탑8/'다른 세계'는 필요하다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세계경제포럼(WEF)과 매년 같은 시기에 열리는 세계사회포럼(WSF)은 주류 언론으로부터 주목받지 못한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WSF는 현 세계의 지배원리인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를 공개적으로 반대한다. 자본의 논리에 지배받은 주류 언론이 반길 리 없다. WSF 참석자 가운데 관심을 끌 만한 유명인사들이 많지 않다는 점도 한 요인이다. 유명인사 축에 드는 이도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나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 등 주류 언론이 좌파로 딱지붙인 인물들이다. 일반 참석자들도 급진 좌파에서 사회개혁운동가, 인권운동가, 환경보호 활동가 등 주류 언론으로부터 ‘환영받지 못하는 인사’들이다. 브라질 열대우림인 아마존 벨렝에서 1일 끝난 올해 행사는 예년과 달랐다. 외신에 따르면 .. 더보기
정동탑7/오바마 개혁 시험대 '로비' 미국 자동차업계 ‘빅3’가 이번주 생사의 갈림길에 서있다. 2일(현지시간)까지 자구책을 의회에 제출해야 한다. 3일과 5일엔 청문회가 열린다. 자구책이 만족스럽다면 의회는 다음주 250억달러 지원 법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여러 이유 때문에 빅3 운명에 대한 관심은 지대하다. 최고경영자가 타고올 교통수단조차 뉴스거리가 될 정도다. 지난달 의회로부터 ‘도덕성 해이’라고 지탄받았음에도 이들은 자가용비행기를 타고 청문회에 참석할 모양이다. 내 관심은 이보다 미 정부가 금융산업에 대한 구제방침을 빅3에도 적용할지 여부다. 미 정부는 지난 9월 양대 모기지업체 프레디맥과 패니메이를 국유화했다. 1주일 후 리먼 브라더스는 파산시켰다. 그 후 AIG, BOA, 씨티그룹 등엔 세금 수천억달러를 쏟아부었다. 과연 미 정부.. 더보기
정동탑6/'피스맘'의 접을 수 없는 꿈 그를 보면 영원히 바위를 굴려야 하는 형벌을 받은 시지푸스가 떠오른다. 선봉에 서서 군중을 이끄는 모습에선 전쟁터에서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모습보다 투사의 강인함이 느껴지지만, 그만이 아는 불안한 그림자가 불굴의 투지 뒤에 감춰져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는 시지푸스처럼 포기하지 않고 부조리를 삼키며 묵묵히 나아갔다. 그러기를 약 22개월. 그동안 29년을 함께 한 남편은 떠났다. 주변에 남은 것은 망가진 몸과 빚더미, 그리고 정치인에 대한 혐오와 좌절뿐이었다. 그는 더 이상 시지푸스이기를 거부했다. 5월28일, 미국 반전운동의 상징인 ‘평화의 엄마(Peace Mom)’ 신디 시핸(50)이 운동 중단을 선언했다. 이날은 미국의 현충일(Memorial Day)이자 3년여전 이라크에서 숨진 아들 케이시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