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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가 쓴 칼럼/여적

[여적]달빛정책(170511)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은 달빛정책이라도 내놓으면서 비판해야 한다.” 놀랍게도 이 말을 한 이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다. 2001년 9월 하순 민주당의 한광옥 대표가 취임 인사차 연희동을 찾았다. 전두환은 “김 대통령의 햇볕정책으로 이번에 북한이 미국의 공격목표에서 벗어났다”면서 이같이 덧붙였다. 당시 한나라당이 김대중 정부의 대북정책을 사사건건 비난한 데 대한 비판이다. 요지는 대안 없는 비판은 무의미하다는 것일 터이다.

 

햇볕정책과 달빛정책은 진보·보수 정권의 대북관계를 가리키는 개념이다. 햇볕이 강풍을 이긴다는 이솝 우화에 착안한 햇볕정책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의 근간이다. 튼튼한 국방·안보, 흡수통일 배제, 남북 교류·협력 추진을 원칙으로 한다. 반대 개념인 달빛정책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햇볕정책을 ‘접근을 통한 변화’로, 달빛정책을 ‘압박을 통한 굴복’으로 정의한다. 보수 정권은 햇볕정책을 ‘북한 퍼주기’로 규정하고 박정희·전두환·노태우 정권 때도 추진했던 남북대화와 교류협력을 중단했다. 반면 김 교수는 “달빛정책을 추진한 이명박·박근혜 보수정권 동안 남북관계는 파탄이 났다”고 비판했다. 

그런데 외신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달빛정책(Moonshine policy)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Moonshine은 문 대통령의 성의 영어표기(Moon)에 착안한 것으로 햇볕의 반대 개념이 아닌, 보완 개념으로 쓴 것이다. 영국 언론인 마이클 브린은 월스트리트저널 기고 ‘한국 달빛 시대에 들어서다’에서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과 달리, 문재인 정부의 달빛정책은 더 현실적인 성격을 띠게 될 것”이라고 했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북한과 중국에는 좋은 소식이 될 수 있다”며 문 대통령의 달빛정책을 햇볕정책의 문재인판으로 이해하고 다소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런데 그게 영어로는 밀주(密酒)를 의미하는 은어다. 그만큼 구전되기 쉽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을 선호하지 않는 주변국의 일부세력이 한국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밀주정책’인 양 퍼뜨리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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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5102044035&code=990201#csidx2697ade6fac3f1288b3d77d1287308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