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무기가 쓴 칼럼/여적

[여적]문재인의 탈권위주의(170513)

백악관 집무실 책상에 걸터앉아 보좌관들과 얘기하는 대통령. 탈권위주의적이고 소탈한 미국 대통령의 상징이다. 이 정도만 돼도 부러운데, 버락 오바마는 그 이상을 보여줬다. 백악관 청소부와 하이파이브를 하는 모습이 그것이다. 이보다 시민친화적인 대통령이 또 있을까. 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은 권위주의와 불통의 상징이었다. ‘혼밥’과 ‘관저 근무’를 고집하고 수석비서관이나 장관들과도 대면접촉이 거의 없었다. 오죽하면 ‘박근혜의 신데렐라’ 조윤선 전 정무수석조차 11개월 동안 독대 한 번 하지 못했을까. 

 

문재인 대통령이 권위주의 색채를 벗겨내고 있다. 그는 12일부터 업무를 비서동인 여민관 집무실에서 보기 시작했다. 본관 집무실에서 500m 정도 떨어진 여민관은 그간 대통령과 참모 간 소통 장애의 상징이었다. 거리가 소통의 척도는 아니지만 가까울수록 소통이 잘될 것은 불문가지다. 청와대가 이번에 비서동 이름을 위민관에서 여민관으로 바꾼 것도 그런 배경이다. 위민(爲民)은 대통령이 주체, 국민이 객체라는 개념이지만 여민(與民)은 국민과 대통령이 함께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문 대통령은 참모진과 같이 식사하고,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티타임을 가졌다. 자리에 앉을 때 직원이 웃옷을 벗는 것을 도와주려고 하자 이를 사양하는 사진은 대서특필됐다. 어제도 청와대 직원식당에서 직원들과 함께 3000원짜리 메밀국수 점심을 먹었다. 이뿐 아니다. 첫 인사 발표를 직접 하는가 하면 국민과의 만남을 위해 경호를 최소한도로 하도록 요구했다. 구중궁궐 청와대가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는 것을 실감케 한다. 

대통령의 탈권위주의적 행보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 첫날 청와대 집무실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취임 초기 직접 가방을 들고다닌 노태우 전 대통령도 화제를 모았다. 시민들은 대통령의 탈권위주의적 행보를 보며 감동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임기 말까지 이런 모습을 보고 싶다”는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관건은 지속적인 실천이다. 청와대발 탈권위주의의 물길이 공직사회를 넘어 사회 전반으로 퍼진다면 오바마가 부럽지 않을 것이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5122021005&code=990201#csidx6bdc5f9391425049cdb40390166b90e

'이무기가 쓴 칼럼 > 여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적]서울로7017(170522)  (0) 2017.05.22
[여적]사이버 냉전(170517)  (0) 2017.05.16
[여적]달빛정책(170511)  (0) 2017.05.11
[여적]포퓰리즘의 종말(170510)  (0) 2017.05.10
[여적]투표용지(170506)  (0) 2017.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