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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가 쓴 기사/경향신문 사설

[사설] 기어이 대북전단 살포 시도한 탈북민단체(200624)

탈북민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정부와 사회 각계의 호소를 무시하고 기어이 대북전단 살포를 시도했다. 이 단체 박상학 대표는 22일 밤 경기 파주 지역에서 대북전단 50만장을 풍선에 띄워 보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단 살포용 풍선 등은 23일 오전 강원 홍천에서 발견됐다. 살포 지점에서 동남쪽으로 70㎞가량 떨어진 남측 지역이다.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위는 무시한 채 대북전단 살포를 강행한 탈북민단체의 행위가 참으로 무책임하다.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는 국면에서 전단 살포는 매우 위험한 일이다. 전쟁도 아닌 평화기에 악의로 가득 찬, 그것도 심리전의 효과조차 의문시되는 조악한 내용의 전단으로 북측을 자극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탈북민들의 표현의 자유가 중요하다고 해도 국가 안보나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위보다 우위에 있지는 않다. 이 탈북민단체는 당국의 눈을 따돌리고 전단 살포에 성공했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통일부는 “풍향 등 정황상 전단의 대량 살포는 믿기 어렵다”며 “북측 지역으로 간 전단은 없다”고 밝혔다.

북한은 전단 살포를 빌미로 남북관계 단절을 선언한 데다 추가 살포가 ‘남북 충돌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방하는 문구를 담은 전단 실물을 공개한 데 이어 살포용 풍선 3000개를 준비해놓고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의 승인만 기다리고 있다. 더구나 북한은 다음 조치에 대해 “남측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으로 골치가 아플 것”이라고 했다. 새로운 방법으로 전단을 살포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자칫 2014년 10월처럼 서로 화기로 대응사격하는 상황이 재연되는 것은 물론 휴전선 일대 육지와 서해 북방한계선(NLL), 상공 모두에서 충돌이 벌어질 수도 있다.

북한은 판문점선언에 따라 철거한 대남 확성기를 2년 만에 재설치하고 있다. 대남방송까지 재개할 경우 남측으로서도 맞대응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대남·대북 방송 심리전을 재개하는 것은 시대를 거꾸로 돌리는 일이다. 남측보다 열악한 장비로 북한이 얻을 것은 없다. 전단 살포와 확성기 방송 재개는 판문점선언의 폐기를 의미한다. 한반도 평화를 담보하는 소중한 약속이 깨져서는 안 된다. 당국은 이번 전단 살포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여당도 전단 살포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법적 조치 마련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야당도 탈북민단체의 전단 살포를 만류해야 한다.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도 대북전단 살포를 막지 않았나. 시민의 안전을 넘어 민족의 안위를 위해 더 이상의 도발은 자제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