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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가 쓴 기사/경향신문 사설

[사설] 북·미회담 동력 살리려면 한·미연합훈련 축소 불가피하다(200722)

한국과 미국이 8월로 예정된 양국 군의 연합지휘소훈련을 축소·연기하는 문제를 두고 막바지 협의 중이다. 21일에는 정경두 국방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전화로 이 문제를 논의했는데, 축소를 한다는 데까지는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가 지속적으로 퍼지는 상황에서 지휘소훈련을 통상적인 규모로 실시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데 양측이 공감했다는 것이다. 한·미 연합훈련의 실시는 남북, 북·미 간 대화가 꽉 막힌 현시점에서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코로나19 상황뿐만 아니라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라도 한·미 연합훈련은 축소를 넘어 그 이상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과거부터 한·미 연합훈련에 극도의 거부 반응을 보여왔다. 더구나 대북 제재에 따른 기름 부족을 겪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대응훈련이 어느 때보다 고통스러운 상황일 것으로 추정된다. 또 지난달 하순 대남 군사행동계획을 보류한 이후 한·미 연합훈련 실시 여부는 한반도 정세의 변수로 부상했다. 이런 때에 훈련을 실시하는 것은 북한 무력 도발의 빌미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이번 훈련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임기 내 전시작전권 전환 일정과도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한·미는 지난해 전작권 전환을 위한 1단계 기본운용능력(IOC) 검증을 마쳤다. 이번 훈련은 2단계인 완전운용능력(FOC) 검증평가가 목적이다. 지난 3월 연합훈련이 코로나19 사태로 연기된 상황에서 이번 훈련까지 취소되면 전작권 전환 일정은 지연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국의 전작권 전환 일정이나 미국의 대비태세 점검을 위해 훈련은 필요하다. 하지만 코로나19 탓에 미국의 전작권 검증단이 오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목표를 변경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양국 모두 유연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식 취임하면 과감한 대북 정책을 추진하겠다며 이를 위해 남북 대화 복원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남북 간 인도적 교류는 북한이 불만을 표시한 한·미 워킹그룹을 거치지 않고 독자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는 8월 연합군사훈련을 연기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강력한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관철하기 위해서라도 훈련을 연기하는 게 바람직하다. 훈련 실시는 미국의 북·미 대화 재추진 언급과도 맞지 않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3차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거론했다. 대화를 한다면서 북한이 극도로 기피하는 군사훈련을 실시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훈련 축소는 물론 연기까지 하는 게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