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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가 쓴 기사/경향신문 사설

[사설] 진정 북·미 대화 원한다면 북한은 추가 미사일 발사 말아야(210325)

북한이 지난 21일 단거리 순항미사일 두 발을 시험 발사한 사실이 24일 확인됐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지난해 4월14일 이후 11개월여 만이며,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이날 미사일 발사는 북한이 새로운 대북 정책을 모색 중인 바이든 행정부를 겨냥해 대화를 촉구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그러나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와 남북 대화 중단을 경고한 북한이 추가 공세를 펼 수 있다는 점은 우려된다. 한반도 상황과 북한을 둘러싼 정세가 대화로 가느냐, 대결로 가느냐의 기로에 선 만큼 남·북·미의 면밀한 대응이 요구된다.

이날 한·미가 북의 미사일 발사 사실을 즉각 공개하지 않은 것은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염두에 둔 조치로 보인다. 순항미사일은 탄도미사일과 달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결의에 위배되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외신이 보도한 뒤에야 당국이 확인했다고 비판하지만, 한·미 당국이 상황 직후부터 인지하고 대응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우려할 사안이 아니다. 오히려 한·미가 과잉 대응했다면 북한을 자극했을 수 있다. 새로운 대북정책 발표를 앞둔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과 공조하면서 신중히 처신한 것을 평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미사일을 쏜 배경과 의도를 냉철하게 볼 필요가 있다. 미국은 지난주 국무·국방장관이 동시에 일본과 한국을 차례로 방문해 대북정책을 조율했다. 다음주 말에는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주재로 한·미·일 안보실장회의를 연다. 이런 차에 대미 공세를 자제해온 북한이 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것은 계산된 행위이다. 유엔 제재에 걸리지 않는 저강도 무력시위로 대화 의지도 밝히면서, 반대로 만족스러운 반응이 오지 않을 경우 단계적으로 대미 압박 수위를 끌어올릴 수 있음을 경고한 셈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북·미 양쪽 모두 대화 메시지를 명확히 발신하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새 대북 구상에는 2년 이상 이어진 북·미 간 교착상태를 깨고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유도하는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야 한다.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정착을 담보할 제안을 내놔야 한다. 미국의 새로운 대북정책은 북한엔 국가의 명운이 걸린 사안이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는 북한의 도발이 더 이상 없어야 한다. 남·북·미 모두 대화의 문을 열기 위해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내디뎌야 할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