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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가 쓴 기사/경향신문 사설

[사설] 최저임금 협상 개시, 노동존중사회 국정목표 취지 살려야(210401)

이재갑 노동부 장관이 31일 최저임금위원회에 2022년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했다. 내년에 적용될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노사 간 본격적인 줄다리기가 시작된 것이다. 올해는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을 결정할 마지막 해인 만큼 이번 협상 결과에 따라 현 정부의 국정목표인 노동존중사회 달성 여부가 평가받는다. 지난해에 이은 코로나19 사태로 상황이 녹록지 않지만 4년간 이어진 인상 기조가 무너져서는 안 된다.

지난해까지 4년간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성적표는 노동존중사회라는 목표가 무색할 정도로 초라했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이라는 대선 공약은 취임 2년 만에 물거품이 됐다. 지난해 인상폭은 역대 최저인 1.5%에 그쳤다. 4년간 연평균 인상률은 7.7%로, 박근혜 정부 평균(7.4%)과 비슷할 뿐 김대중 정부(9.0%)나 노무현 정부(10.6%)에 비해 현저히 낮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불가피했던 역대 최저 인상률의 피해는 비정규직·일용직·특수고용직 등 취약계층에 고스란히 돌아갔다. 이 같은 상황을 개선하려면 최저임금 인상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경영계와 노동계의 요구가 첨예하게 맞선 현실을 감안하면 최저임금 인상은 쉽지 않아 보인다. 경영계는 코로나19에 따른 거리 두기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피해를 호소하며 사실상 동결이나 삭감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노동계는 취약계층의 최소한의 생활 안정을 위해 대폭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노사 간 신경전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심의의 키를 쥐고 있는 최저임금위 공익위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최저임금위의 최우선 과제는 남은 100여일 동안 최저임금 인상의 기초가 되는 실태조사 등을 철저히 해 노사가 공감할 수 있는 중재안을 마련하는 일이다. 정부 또한 4년간 이어진 인상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오는 5월 임기가 만료되는 공익위원 9명 중 8명에 대한 추천권 행사가 시험대가 될 것이다. 경영계는 코로나19를 이유로 노동계의 고통분담 요구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지난해 코로나19 속에서도 높은 실적을 거둔 대기업과 성과급 잔치를 벌인 기업가에 대한 노동계의 분노를 직시해야 한다. 양대 노조도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 노사정 모두 내년은 코로나19가 종식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코로나19 이후의 새로운 경제·노동 환경에 맞도록 최저임금을 산정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