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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가 쓴 기사/경향신문 사설

[사설] 조선업 하청구조 개선하겠다는 노동부, 말보다 실천이다(220726)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5일 “(조선업계의) 다단계 하도급 문제 해결 등 구조적 과제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등을 통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 종료 사흘 만에 조선업계의 구조적 문제 해결 의지를 밝힌 것이다. 정부의 의미있는 태도 변화로 평가하며, 조선업계의 고질적인 병폐를 해결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조선업계에 만연한 다단계 하청구조는 이번 파업의 근본 원인이다. 다단계 하청은 ‘원청(조선회사)-1차 하청(사내하청 또는 사외 협력업체)-물량팀장-물량팀원’으로 이뤄진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인건비 절감 등을 위해 활용된 사내하청은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70%를 차지한다. 이런 구조 속에서는 20년 경력의 노동자도 최저임금 수준밖에 받지 못한다. 여기에 불황 때마다 하청노동자의 임금 삭감과 대량 해고는 반복된다. 다단계 하청구조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인력수급 불균형에 따른 고용불안과 저임금, 이로 인한 파업의 악순환을 끊을 수 없다. 사안의 본질이 이런데도 정부는 파업 종식 후 다단계 하청구조 개선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고 위법행위에 대한 엄정 대응만 강조했다. 사실상의 책임 방기다.
이런 상황에서 노사관계 주무 부처 장관이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고 한 것은 바람직하다. 조선업계 하도급 문제는 여러 주체가 관련돼 있고 이해관계가 복잡한 사안인 만큼 사회적 합의를 거치는 것이 타당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이 장관은 자신의 발언이 빈말이 아님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이 문제를 해결할 경사노위가 신속하게 가동할 수 있도록 앞장서야 한다. 정부 또한 이 문제를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이 장관은 이날 조선업계 인력난 해소 방안으로 외국인 노동자 신속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노동계에서는 숙련노동자 양성 없이 외국인 인력만 늘리는 데 부정적이다. 무엇보다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한 졸속 대책은 안 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근본적 인력수급 대책을 마련하는 일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