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무기가 쓴 칼럼/여적

[여적] 운명의 조지아주(210104)

미국 남동부에 위치한 조지아주는 50개주 가운데 면적은 24번째, 인구는 8번째, 가계수입은 33번째인 전형적인 농업지역이다. 건국 이전에는 영국과 독립전쟁을 치른 13개 식민지 중 하나였다. 남북전쟁 당시엔 연방에 반대하는 남부연합 7개주에 속했다. 조지아주를 세계에 알린 일등공신은 39대 대통령 지미 카터와 민권운동 지도자이자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마틴 루서 킹 목사일 터이다.

조지아주는 정치적으로는 민주당의 아성이었다. 민주당은 1900년 이후 1964년까지 대통령·주지사 선거는 물론 상원 선거도 싹쓸이했다. 일당 체제였기 때문이다. 정치지형이 바뀌는 변곡점이 된 해가 1964년이다. 그 뒤로 민주당이 대선 때 조지아주에서 이긴 것은 1976년·1980년(지미 카터), 1992년(빌 클린턴), 2020년(조 바이든) 4번뿐이다. 특히 1996년 이후 2016년까진 6번 내리 졌다. 상원 선거에서도 2000년 이후 한번도 승리하지 못했다. 조지아주는 바이든이 막판 역전으로 ‘6연패 사슬’을 끊은 2020 대선에서야 다시 ‘경합주’로 복귀했다.

 

5일(현지시간) 치러질 조지아주 상원 결선투표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상원의원 2명 모두를 뽑는데, 한 선거에서 한 주의 상원의원 2명을 결선투표로 뽑는 것은 전례가 없다. 대선과 함께 치러진 1차 투표에서 어느 후보도 50% 득표를 하지 못해 빚어진 일이다. 민주당이 2석 모두 가져가면 50 대 50 동수가 돼 백악관·하원에 이어 상원마저 장악하게 된다. 상원의장인 부통령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당 모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선거가 됐다. 결선에 투입된 선거자금만 약 5억달러에 이른다. 대선 뺨치는 규모다. 4일에는 트럼프와 바이든이 유세에 합류한다.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 후보들이 박빙 우위를 보이고 있다. 지난 1일 마감한 사전투표 참여자 수도 사상 최고인 300만명을 넘었다. 등록 유권자(773만명)의 약 39%가 투표한 것이다. 대선 때 사전투표 효과를 톡톡히 본 민주당은 고무돼 있지만, 그 결과는 대선처럼 바로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의 대선 불복에 한번 덴 민주당의 애간장은 또다시 타들어갈 수도 있다. 운명의 여신은 누구 손을 들어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