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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가 쓴 기사/경향신문 사설

[사설] 이 판국에 장군이 성추행, 이래서야 군 성범죄 해결되겠나(210707)

공군 중사가 성추행에 이은 2차 가해로 숨져 수사가 진행되던 터에 현역 장성이 부하 직원을 성추행해 보직해임되고 구속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6일 국방부에 따르면 직할부대 소속 준장이 최근 회식 후 노래방에서 부하를 강제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욱 국방장관이 군 내 성범죄 척결을 다짐한 게 엊그제인데 장관의 직접 지휘를 받는 장성이 가해자라니 말문이 막힌다. 과연 이런 군이 성범죄를 척결할 수 있을지 강한 의문이 든다.

이번 사건은 무엇보다 국민의 지탄 속에 연일 공군 중사 사망사건 수사가 보도되는 시점에서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공군 중사 사건은 피해 신고 후 부대 내 처리, 상급자와 동료들의 2차 가해, 피해 호소 묵살, 사망 이후 조치 미흡 등 온갖 부조리를 만천하에 드러내 군의 명예를 실추시켰다. 공군 참모총장이 사건에 책임을 지고 옷을 벗었고,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엄정 수사를 지시했다. 국방부가 6월 한 달을 성폭력 피해 특별신고기간으로 하고, 민관군 합동위원회를 출범시켜 근본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기로 한 것은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피해 특별신고기간이 종료된 지 불과 이틀 만에, 합동위원회가 출범한 지 나흘 만에 이번 사건이 일어났다. 명색이 장군이라는 사람이 한 일이라고는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군 내에서 장성은 모든 행동에서 모범을 보여야 할 위치에 있는 상관이다. 그리고 위계가 명확한 조직이라 자칫 위력에 의한 성범죄 가능성이 높아 행동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 그런데 솔선수범해야 할 장성이 사건의 당사자가 됐다니 장군으로서 명예를 어떻게 생각해왔는지 묻고 싶다. 이렇게 무딘 성인지 감수성으로 부하들의 존경을 받으며 군의 기강을 세울 수 있을지도 의문이 든다.

 

서 장관은 지난달 28일 합동위원회 출범식에서 “정의와 인권 위에 강하게 신뢰받는 군대로 진화해나가는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의 말은 이번 사건으로 공염불이 됐다. 성범죄에 대한 군의 인식이 전혀 달라지지 않았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나아가 군은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을 입증했다. 서 장관은 이번 사건을 철저히 조사해 가해자인 장군 등 책임이 있는 사람을 일벌백계해야 한다. 이번에도 성역 없는 수사와 응분의 처벌에 실패한다면 국정조사 등을 실시할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 성범죄 수사를 민간으로 넘기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특단의 조치를 해서라도 이참에 군내 성범죄는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