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무기가 쓴 기사/경향신문 사설

[사설] 성평등·인권 후퇴시킨 미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폐지 판결(220627) 미국 연방대법원이 지난 50년간 여성의 낙태권(임신중단권)을 보장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지난 24일(현지시간) 공식 폐기했다. 이에 따라 낙태권은 더 이상 연방정부의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됐으며, 낙태권의 존폐 결정은 주 정부와 의회의 손에 넘어가게 됐다. 이번 결정은 그동안 여성의 인권을 확대시켜온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판결로 유감을 표한다. 미 연방대법원이 낙태권을 폐기한 논리는 “임신중단 권리는 헌법 어디에도 명시되지 않고, 미국의 역사와 전통, 자유의 개념에 내재된 권리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의 헌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헌법을 지나치게 좁게 해석하고, 헌법 제정 이후 달라진 상황이나 인권 의식을 도외시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건강권 .. 더보기
[사설] 중대재해법 개정한다는 여권, 산재공화국 오명 잊었나(220618)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당론으로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17일 밝혔다. 앞서 정부도 지난 16일 향후 5년간 추진할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중대재해법 시행령 개정을 하나의 목표로 제시했다. 하지만 중대재해법은 시행에 들어간 지 5개월이 채 지나지 않았다. 법을 시행한 뒤에도 중대재해가 끊이지 않아 강화해도 모자랄 판에, 정부와 여당이 한목소리로 중대재해법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손댄다니 당혹스럽다. 법 제정 취지에 역행하는 처사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국민의힘 개정안은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이 충분한 조치를 했음에도 산재가 발생한 경우 법무부 장관에게 처벌 형량을 감경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정부가 시행령 개정을 경제정책방향에 포함시킨 명분은 기업의 경영활동을 위축시키는 법적 불.. 더보기
[사설] 봉합한 화물연대 파업, 안전운임제 강화로 근본 해결해야(220616) 민주노총 화물연대 파업이 8일 만에 종료됐다. 화물연대와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지난 14일 밤 파업의 원인이 된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 및 품목 확대 등 4가지 항목에 합의해서다. 가뜩이나 한국 경제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진 상황에서 파업 사태가 봉합된 것은 다행이다. 정부와 국회는 이번 노·정 합의를 계기로 안전운임제를 강화하는 방안 모색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번 노·정 합의는 안전운임제를 둘러싼 해묵은 갈등을 해소할 길을 열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안전운임제는 적정임금을 보장해 화물노동자들의 생계를 유지해주고 과적과 장시간 운행에 따른 사고를 방지하겠다는 취지로, 시멘트와 컨테이너 부문에 한해 올해 말까지 3년 시한으로 도입됐다. 애초 종료 1년 전 국토부 장관이 시행 결과를 국회에 보고하고, 이를.. 더보기
[사설] ILO의 ‘안전·건강한 노동환경’ 기본권 채택과 정부의 역할(220613) 국제노동기구(ILO)가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환경’을 노동기본권으로 지난 10일 채택했다. 노동기본권은 ILO가 노동자의 최소한의 권리 보장을 위해 선언한 기준으로, 이번 조치로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권리가 국제적으로 인정받게 됐다. 산업재해 피해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의미있는 진전이다. ILO는 1998년 ‘노동 기본원칙과 권리선언’을 발표하면서 결사의 자유, 강제노동 금지, 차별 금지, 아동노동 금지 4개 분야를 노동기본권으로 정하고 관련 협약 8개를 기본협약으로 채택했다. 그리고 24년 만에 산업안전보건을 노동기본권으로 추가했다. 회원국은 산업안전보건 관련 ILO 협약 155호(산업안전보건 및 노동환경)와 187호(산업안전보건 추진체계)가 기본협약으로 채택된 만.. 더보기
[사설] 화물연대 파업에 대화 외면하고 엄정 대응만 외치는 정부(220610)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사흘째로 접어든 민주노총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어떤 경우에도 법을 위반해서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법치국가에서 국민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에서 대화를 하고 있지 않느냐”고 했지만 기본적으로 엄정 대응 방침에 강조점을 두었다. 노동자들의 생계가 걸린 데다 복잡한 사안에 대해 대통령이 대화를 통한 해결보다 강경 대응을 강조해 우려스럽다. 파업 초기부터 정부의 대응을 보면 과연 이번 파업 사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된다. 주무부처인 국토부 원희룡 장관은 이날 “대화는 끊어진 적이 없고, 어제도 오늘도 의미 있는 대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화물연대 측은 지난 2일 1차 교섭 이후 정부와 대화가 없다고 반박했다. 대화를 하고 있느냐는 지극.. 더보기
[사설] “안전운임 폐지 철회” 화물연대 파업 돌입, 정부는 중재 나서야(220608)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7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파업에 참여하는 화물노동자는 전체 42만명 중 5% 정도이지만 국내외 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파장은 작지 않을 것이다. 신속한 해결로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는데, 정부는 엄정 대응 방침만 밝혀 강 대 강 대결이 우려된다.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나선 것은 안전운임제를 둘러싼 정부와의 입장차 때문이다. 안전운임제는 낮은 운임으로 과로·과적·과속 운행이 고착화된 화물노동자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최소한의 운임을 공표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2020년 1월부터 3년 동안 한시적으로 시행하기로 해 올해 말이면 없어지게 된다. 화물연대의 주장은 이 같은 시한을 폐지하고 안전운임을 전 차종·전 품목으로 확대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더보기
[사설] 늘어난 2030 지방의원 당선인, 정당·청년 정치 길 넓히길(220604) 6·1 지방선거에서 30대 이하 청년층(2030)의 광역의원 및 기초의원 당선인은 각각 83명, 333명으로 집계됐다. 2018년 지방선거(각 46명, 192명)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전체 선출 정수 대비 광역의원 및 기초의원 당선 비율도 각각 9.5%와 11.1%로, 4년 전 5.6%와 6.6%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10대 당선인도 처음으로 1명 나왔는데, 지난해 말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출마 가능 나이가 만 25세에서 18세로 낮춰진 덕분이다. 풀뿌리 민주주의로 불리는 지방자치의 토대를 튼실히 하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이번 2030세대의 약진에는 배경이 있다. 청년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과 함께 주요 정당이 청년들을 적극 공천한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경선 과정에서 청년과 정치신인에게 가산점.. 더보기
[사설] 임금피크제 대법 판결, 신규고용 안 줄일 보완책 마련해야(220527) 정년 연장 등의 보상조치 없이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것은 연령에 따른 차별에 해당돼 위법하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26일 A씨가 자신이 재직했던 B연구기관을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가 문제삼은 것은 자신이 임금피크제 도입 전에 하던 일을 그대로 하면서 임금만 깎였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만을 이유로 한 임금피크제는 현행 고령자고용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임금이 삭감되는데,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정년 연장 같은 보상조치가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는 취지다. 이번 판결은 대법원이 그동안 사업장별로 적용되는 임금피크제를 둘러싸고 엇갈렸던 하급심 판결에 처음으로 명확한 .. 더보기
[사설] 바이든 순방 귀국 중 ICBM 쏜 북, 대응 수위 높인 한·미(220526) 북한이 25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해 탄도미사일 3발을 발사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 순방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직후 뒤통수에 대고 보란 듯 미사일을 쏘아댄 것이다. 바이든의 한·일 순방을 계기로 한·미·일 3국이 대북 대응의 기조를 강경 쪽으로 돌린 터라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한층 고조될 수밖에 없게 됐다. 북한이 이날 발사한 미사일은 ‘화성-17형’ ICBM 한 발과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로 추정된다. 북한이 ICBM과 탄도미사일을 혼합해 쏜 것은 처음 있는 일로, 한·미 미사일 방어망을 시험하면서 미국과 한·일을 향해 압박을 가하려는 의도를 내포하고 있다. 한·미 정상은 지난 21일 정상회담을 통해 대북 억제력 강화를 다짐했다. 한·미.. 더보기
[사설] 기술동맹 추가 한·미 포괄적 전략동맹, 균형외교 훼손 안 된다(220521)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취임 10일 만의 정상회담이며,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취임 후 첫 아시아 순방이자 한국 방문이다. 향후 5년간 한반도 안보 및 경제환경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회담으로, 윤 대통령은 중요한 외교 능력 시험대에 올랐다. 두 정상은 회담에서 북한 도발에 대한 대응 등 한반도 안보, 글로벌 공급망 등 경제안보 강화, 국제 현안 협력 등을 주요 의제로 다룬다. 이 가운데 날로 높아지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대북 억지력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기본이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양국 간 경제안보 강화다. 최근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로 글로벌 공급망 확충이 절실한 바이든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막으면서 동맹국 중심으로 반도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