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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가 쓴 칼럼/여적

[여적] 오바마 환갑잔치(210810) 버락 오바마는 역대 미국 대통령 중 다섯 번째로 젊은 나이에 백악관에 입성했다. 취임했을 때 만 47세였다. 8년 뒤인 2017년 퇴임했을 때도 유엔 기준 청년(18~65세)이었다. 한창 일할 나이에 ‘전직 대통령’이 됐지만 현직이 부럽지 않았다. 오바마는 부인 미셸 여사와 함께 강연과 책쓰기로 엄청난 부를 모았다. 뛰어난 사교성을 바탕으로 한 록스타 못지않은 인기 덕분이다. 그렇게 모은 돈은 부동산에 투자했는데, 그중 하나가 매사추세츠주 고급 휴양지인 마서드비니어드섬의 1200만달러짜리 맨션이다. 오바마에게 일생일대의 오점이 될 만한 일이 그곳에서 일어났다. 지난 7일 밤(현지시간) 열린 60번째 생일 파티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춤을 추는 그와 하객들의 모습이 공개됐다. 보안상 이유로 파파라치 접.. 더보기
[여적] '노 골드' 국가들의 올림픽 도전(210802) 2016년 브하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준 나라가 코소보였다. 발칸반도의 소국 코소보는 20세기 말 유고연방 해체 과정에서 내전의 아픔을 겪은 뒤 우여곡절 끝에 2008년 독립했다. 리우는 코소보의 첫 올림픽 무대였다. 코소보는 겹경사를 맞았다. 첫 금메달까지 딴 것이다. 코소보의 ‘첫 출전 첫 금메달’ 스토리는 ‘국제평화 증진’이라는 올림픽 정신과 맞물리면서 큰 인상을 남겼다. 지난달 23일 개막한 일본 도쿄 올림픽에서도 많은 국가들이 첫 금메달에 도전 중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따르면 도쿄 이전까지 하계올림픽 ‘노 금메달’ 국가는 98개국이나 된다. 나우루나 모나코처럼 인구가 수만명에 불과한 작은 나라뿐만 아니라 방글라데시나 필리핀처럼 1억이 넘는 나라까지 망라돼 있.. 더보기
[여적] 세월호 기억공간(210726) 안산 화랑유원지, 진도 팽목항, 서울 광화문광장, 목포신항…. 세월호 참사의 기억들이 새겨진 장소들이다. 팽목항은 2014년 4월16일 참사 이후 바다에서 뭍으로 올라온 차가운 아이들이 부모와 처음 만난 곳이다. 단원고가 위치한 안산시의 화랑유원지는 세월호 희생자 정부합동분향소가 세워진 장소다. 참사 13일 뒤 설치돼 2018년 4월16일 문을 닫을 때까지 73만8446명이 찾았다. 광화문광장이 세월호 기억공간이 된 것은 참사 3개월 뒤였다. 당시 박근혜 정부가 참사 책임을 회피하려 하자 유가족들이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천막을 친 것이다. 세월호 천막은 2019년 3월 철거된 뒤 목조 세월호 기억공간 ‘기억과 빛’으로 재탄생했다. 목포신항에는 2017년 3월23일 인양된 세월호 선체가 거치돼 있다.. 더보기
[여적] 소나무 유전자(210715) “겨울이 되어서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시들지 않음을 안다.” 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추사 김정희는 ‘세한도’에 이 말을 인용했다. 제주 귀양살이를 하는 동안 책과 종이·먹을 보내준 제자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기 위함이었다. 권력의 끈이 떨어지면 외면하는 게 세태다. 그런데도 제자는 그러지 않았다.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송백지조'라는 말이 있듯이, 소나무와 잣나무는 흔히 절개를 지키는 선비의 기상을 상징한다. 바위를 뚫고 자라는 소나무를 보노라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소나무 아래서 태어나고, 소나무와 함께 살다가, 소나무 그늘에서 죽는다’는 말이 있다. 한국인의 삶과 뗄 수 없다는 뜻이다. 소나무는 한국의 대표 나무다. 국가산림자원조사에 따르면 소나무 숲은 전체 산.. 더보기
[여적] 우주관광 경쟁(210713) 1957년 10월 옛 소련이 쏜 인류 첫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는 미·소 간 우주 경쟁 시대를 여는 신호탄이었다. 옛 소련은 1961년 4월12일 유리 가가린을 우주로 보내면서 미국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 미국은 1969년 7월20일 인류 첫 달 착륙과 인류 첫 우주인 탄생 20주년에 맞춘 유인 우주왕복선 발사 성공으로 자존심을 회복했다. 하지만 민간인 우주관광은 다시 러시아가 먼저 시작했다. 첫 자비 우주여행객은 미국 사업가 데니스 티토였다. 그는 2001년 4월 소유스 우주선을 타고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약 8일간 머물다 귀환했다. 비용은 2000만달러였다. 이후 2009년 9월까지 민간인 6명이 더 소유스에 몸을 실었다. 러시아가 ISS 우주관광 프로그램을 독점했기 때문이다. 이에 자극받았을까... 더보기
[여적] '걷는 잠수교'(210621) 한강 다리를 걸어서 건너본 적이 있는가. 버스나 지하철에 지친 몸을 맡긴 채 해 질 녘 서쪽 하늘을 발갛게 물들인 노을을 보노라면 문득 걷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난다. 하지만 행동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다. 낭만이 없어서가 아니다.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구조 탓이다. ‘천만 도시’ 서울을 가로지르는 한강에는 다리가 28개가 놓여 있다. 철교 4개와 인도가 아예 없는 청담대교를 제외하면 23개 다리는 이론상으로 걸어서 건널 수는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그런 점에서 잠수교는 특별하다. 10번째 한강 다리로 만들어진 잠수교는 가장 짧지만 795m나 된다. 이름 그대로 홍수 때면 물에 잠긴다. 이 때문에 홍수철 방송사 카메라가 찾는 단골장소가 됐다. 한강 수위를 재는 척도이기 때문이다. 잠수교는 강남 개발.. 더보기
[여적] ‘키스톤 송유관’의 종말(210612) 1970년대 ‘오일 쇼크’ 이후 석유 대체 자원으로 주목받은 화석연료가 오일샌드다. 말 그대로 흙 속에 포함된 석유다. 지하의 원유가 지표면까지 이동하면서 수분이 사라져 모래·점토와 함께 굳은 것이다. 액체인 석유에 비해 경제성이 낮아 방치돼오다 2000년대 유가가 치솟고 정제 기술도 발달하면서 활발히 개발돼왔다. 베네수엘라에 이어 세계 2위 매장국인 캐나다가 가장 적극적이다. 캐나다는 원유의 중동 의존도를 낮추려는 미국과 손잡고 2008년부터 거대한 송유관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키스톤 송유관’ 사업이다. 캐나다 앨버타주 하디스티와 미 텍사스주까지 송유관을 연결하는 것이다. 이미 3단계까지 건설이 끝났다. 문제는 ‘키스톤XL 송유관’으로 불리는 4단계에서 벌어졌다. 하디스티에서 네브래스카주 스틸시티까지.. 더보기
[여적] 볼보와 더치셸(210529) 2015년은 기후변화에 있어 의미 있는 해였다. 그해 12월 지구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파리협약이 체결됐다. 앞서 6월 네덜란드에서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책임이 정부에 있음을 처음 명시한 ‘위르헨다 판결’이 나왔다. 그동안 말뿐인 국제사회의 감축 노력에 경종을 울린, 획기적인 판결이었다. 그 후 아일랜드와 프랑스에서도 유사한 판결이 잇따랐다. 지난 26일은 또 하나의 기념비적인 날이 될 법하다. 이날 네덜란드 법원은 자국의 석유기업 로열더치셸에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2019년 대비 45%까지 감축하라고 판결했다. 개별 기업의 탄소배출량 목표에 법원이 개입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기후변화 대응 책임이 정부만이 아닌 기업에도 있음을 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반면 같은 날 스웨덴의 볼보자동차.. 더보기
[여적] 북극항로의 '피폭'(210524) 1990년 미·소 간 냉전 종식이 가져온 선물이 있다. 북극항로(polar route)의 개척이다. 냉전 시절 서울에서 미국 동부로 가는 가장 빠른 항로는 알래스카 앵커리지를 경유하는 우회 항로였다. 옛 소련이 자국 영공 통과를 금지해서다. 1998년 7월7일 뉴욕발 여객기가 논스톱으로 북극 극지방과 러시아 상공을 거쳐 홍콩에 착륙한 이후 본격적인 북극항로 시대가 열렸다. 북극항로는 항공사에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비행시간 단축과 유류비 절감 효과를 톡톡히 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항공 승무원에겐 공포스러운 길이다. 우주방사선 피폭 탓이다. 우주방사선은 우주에서 지구로 쏟아지는 높은 에너지를 가진 각종 입자와 방사선을 말한다. 피폭선량은 고도가 높을수록, 노출시간이 길수록 증가한다. 10㎞ 이상 상.. 더보기
[여적] 아프간 전쟁 20년(210415) 2001년 9·11테러로 시작된 ‘테러와의 전쟁’은 애당초 시한이 없는 전쟁이었다.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한 조지 W 부시는 “(미국은) 지구상의 어느 테러조직이라도 찾아내 활동을 저지하며 격퇴시킬 때까지 전쟁을 끝내지 않을 것”임을 천명했다. 아프가니스탄이 첫 공격 목표가 된 것은 피할 수 없었다. 9·11 배후로 지목된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의 은신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해 10월7일 미국의 공습으로 시작된 아프간 전쟁이 20년이 되도록 끝나지 않고 있다. 아프간은 동서문명의 교차로라는 지정학적 위치와 풍부한 지하자원으로 제국의 오랜 침탈 대상이었다. 기원전 알렉산더 대왕의 침략에서부터 이슬람과 몽골족, 인도 등의 침략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19세기 이후 아프간은 침략자의 무덤이 됐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