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무기가 쓴 칼럼/여적

[여적] 신진 재벌의 기부(210219) 기부의 선구자 빌 게이츠 부부와 워런 버핏이 2010년 만든 ‘더기빙플레지(The Giving Pledge)’는 억만장자들의 자선클럽이다. 자산은 10억달러(1조1000억원)가 넘어야 가입할 수 있고, 가입자는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해야 한다. 기부는 살아 있는 동안에 해도 되고 사후에 할 수도 있다. 그동안 24개국에서 모두 218명이 이 클럽에 가입했다. 지난해 3월 기준 포브스 선정 세계 억만장자(2095명) 비율로 보면 약 10%에 해당한다. 대표적인 가입자는 최근 세계 최고 부자로 올라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를 비롯해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래리 엘리슨 오러클 회장 등이다. 세계 2위 부자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는 가입하지 않고 있다. 돈이 많다고 누구나 가입하는 게 .. 더보기
[여적] 빌 게이츠의 원전(210216) 빌 게이츠(66)는 워낙에도 혁신가이지만 최근 그 면모를 두드러지게 한 것이 기후변화 대처를 위한 청정기술 개발 투자다. 지난 15년간 사비 20억달러를 쏟아부었다. 그중에서 가장 많은 시간과 돈을 들인 분야가 원자력 발전이다. 그는 원전을 온실가스 배출이 0이 되는 넷제로의 관건이라고 주장한다. 차세대 원자로 개발을 위해 2006년 테라파워라는 회사까지 세웠다. 재생에너지를 추구한다면서 원전을 짓는다니 얼핏 모순처럼 들린다. 테라파워가 개발 중인 ‘나트륨’ 원자로는 열화우라늄을 원료로 쓰는 핵분열 원자로다. 다만 냉각재로는 물 대신 끓는점이 높은 액체 나트륨을 사용한다는 점이 다르다. 최악의 경우에도 폭발하지 않고 방사능 물질이 유출되지 않아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건설 비용도 4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더보기
[여적] 베이조스의 조기 퇴진(210204)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설립자(66)는 세 번의 은퇴를 선언했다. 2000년 1월 최고경영자(CEO)에서 물러났다. MS를 설립한 지 20년 만으로, 당시 게이츠의 나이는 불과 45세였다. 2014년 2월엔 MS 회장직을, 2020년 3월엔 MS와 버크셔 해서웨이 이사 자리까지 내놨다. 게이츠가 은퇴를 선언한 가장 큰 이유는 자선활동에 전념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그는 부인과 함께 만든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통해 보건과 국제개발, 교육, 기후변화 같은 전 지구적 과제 해결에 앞장서고 있다. 스티브 잡스 애플 공동설립자(2011년 사망)는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렸다. 그의 성공에는 뼈아픈 실패의 경험이 녹아 있다. 잡스는 애플 설립 10년 만에 넥스트라는 새로운 회사를 차렸다. 그러나.. 더보기
[여적] 취임식 시 낭송(210130) 마야 앤젤루(1928~2014)는 미국 흑인 여성의 희망의 상징이다. 시인, 배우, 전기작가, 인권운동가 등으로서 그가 미 문화 전반에 끼친 영향은 지대하다. 많은 미국인이 그를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는다. ‘흑인 여성의 계관시인’으로 불리는 그의 명성에 날개를 달아준 행사가 1993년 빌 클린턴 대통령 취임식이다. 그는 축시 ‘아침의 고동(鼓動)에 관해’를 낭독했는데, 낭독 시 앨범은 이듬해 그래미상을 안겼다. 유엔 창설 50주년 때는 축시를 낭독하는 영예를 누렸다. 그로부터 28년 뒤 앤젤루의 길을 걷는 흑인 여성 시인이 혜성처럼 등장했다. 지난 20일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에서 통합과 치유의 메시지를 담은 시 ‘우리가 오르는 언덕’을 낭독한 23세의 어맨다 고먼이다. 노란색 옷에 빨간 머리띠를 .. 더보기
[여적] 노예 영웅 '해리엇 터브먼'(210127) 미국 역사에서 노예, 여성, 흑인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인권 운동에 헌신한 대표적인 인물이 해리엇 터브먼(1822~1913)이다. 터브먼은 한평생 노예 해방과 여성 참정권 운동에 앞장서왔다. 그는 1950년대 버스 승차 거부 운동으로 유명한 ‘현대 시민권 운동의 어머니’ 로자 파크스에 비견된다. 로자 파크스가 20세기를 대표하는 흑인 여성 운동가라면 터브먼은 19세기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메릴랜드주 한 농장에서 노예로 태어난 터브먼은 어린 시절부터 노예주로부터 학대를 받았다. 노예제도가 폐지된 북부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로 도망친 그는 가족과 친구를 구출할 목적으로 노예 탈출 운동을 전개했다. 그는 ‘지하철도’로 불리는 노예반대 비밀조직을 통해 약 70명의 노예를 탈출시켰다. 이 운동은 남북전쟁 때도 .. 더보기
[여적] '산둥의 기적' 일어날까(210123) 광산 사고는 치명적이다. 폭발·붕괴·화재 사고 뒤에도 유독가스 발생이나 갱도 침수 등이 이어진다. 1942년 1549명이 숨진 최악의 중국 랴오닝성 탄광사고도 화재에 이은 일산화탄소가 원인이었다. 요행히 살아남더라도 신속한 구조가 생명이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 갇힌 곳은 대개 지하 수백m 아래다. 생존이 확인되더라도 구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렇다고 한계를 뛰어넘는 ‘인간 승리’ 드라마가 없는 것은 아니다. 2010년 칠레에서 기적이 일어났다. 구리광산이 붕괴돼 지하 700m에 광부 33명이 매몰됐다가 69일 만에 전원 구조됐다. 사상 최장 생존 기록이다. 구조는 사고 17일 만에 기적처럼 생존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피신처에 33명 전원 생존’이라고 적힌 쪽지가 탐침봉에 매달려 올라온 .. 더보기
[여적] 트럼프의 뒷모습(210120)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아름다운 퇴장’을 거론할 때 자주 인용되는 시인 이형기의 시 ‘낙화’ 첫 구절이다. 이 시구는 적어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집권 4년은 물론 대선 후 ‘79일간 권력이양기’에 그가 보여준 모습은 아름다움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었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는 당선자에게 축하인사를 건네지 않았다. 추악함의 정점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식 불참이다. 트럼프는 20일 오전(현지시간) 열릴 취임식 참석 대신 대통령 전용 헬기 마린원을 타고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셀프 환송’을 연다고 한다. 그 후에는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타고 플로리다주 거주지 마러라고로 떠난다. 현직 대통령의 취임식 불참은 역대 44명 대.. 더보기
[여적] '미친' 펠로시(210105) 하원의장은 미국 내 권력서열 3위다. 대통령 유고 시 부통령 다음으로 권한대행을 맡는다. 건국 이래 남성 전유물이던 이 자리에 여성이 선출된 것은 2007년이었다. 주인공은 민주당의 캘리포니아주 11선 하원의원 낸시 펠로시(81)였다. 조지 W 부시 2기 행정부 후반기부터 버락 오바마 1기 행정부 초반기까지 2번 연속 4년 동안 하원의장을 지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후반기인 2019년 1월 다시 하원의장에 선출됐다.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카멀라 해리스가 부통령에 당선되기 전까지 펠로시는 미 역사상 선출직으로 가장 높은 지위에 오른 여성이었다. 펠로시가 3일(현지시간) 개원한 117대 하원에서 다시 하원의장으로 뽑혔다. 하원의장으로만 4번째 소임을 맡게 된 것이다. 미 공화당이 펠로시를 비하해 부르는.. 더보기
[여적] 운명의 조지아주(210104) 미국 남동부에 위치한 조지아주는 50개주 가운데 면적은 24번째, 인구는 8번째, 가계수입은 33번째인 전형적인 농업지역이다. 건국 이전에는 영국과 독립전쟁을 치른 13개 식민지 중 하나였다. 남북전쟁 당시엔 연방에 반대하는 남부연합 7개주에 속했다. 조지아주를 세계에 알린 일등공신은 39대 대통령 지미 카터와 민권운동 지도자이자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마틴 루서 킹 목사일 터이다. 조지아주는 정치적으로는 민주당의 아성이었다. 민주당은 1900년 이후 1964년까지 대통령·주지사 선거는 물론 상원 선거도 싹쓸이했다. 일당 체제였기 때문이다. 정치지형이 바뀌는 변곡점이 된 해가 1964년이다. 그 뒤로 민주당이 대선 때 조지아주에서 이긴 것은 1976년·1980년(지미 카터), 1992년(빌 클린턴), 20.. 더보기
[여적] 백신 여권(201230) 코로나19가 팬데믹이 된 후 백신이 마지막 희망일 때가 있었다. 백신이 코로나19로부터 인류를 자유롭게 해줄 것이라는 믿음에서다. 그때 음모론이 머리를 내밀었다. 빌 게이츠의 ‘백신 음모론’이다. 각종 전염병 백신 개발에 헌신해온 그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속에 칩이 숨겨져 있고, 이 백신을 맞으면 실시간 감시를 당한다는 것이다. 게이츠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비판하자 트럼프 지지자들은 이 음모론을 들어 게이츠를 공격했다. 물론 가짜뉴스다. 연이어 들리는 백신 접종 소식이 여행 재개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이를 실현할 ‘백신 여권’ 도입 계획까지 나왔다. 백신을 맞은 이들에게 디지털 증명서를 발급해 해외여행은 물론 식당이나 공연장, 경기장 등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도록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