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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가 쓴 칼럼/여적

[여적]음악인의 저항(170823) 1973년 9월11일 칠레에서는 사회주의 아옌데 정부를 전복하기 위한 피노체트의 쿠데타가 일어났다. 미국의 지원을 받은 군부는 아옌데와 그의 인민연합을 지지한 지식인들을 무더기로 경기장으로 연행했다. 그중에는 문화예술운동 ‘누에바 칸시온(새로운 노래)’의 기수인 민중가수 빅토르 하라(1932~1973)도 있었다. 고문과 처형이 시작되자 하라는 저항하기 위해 기타를 치며 인민연합 찬가 ‘벤세레모스(승리)’를 불렀다. 화가 난 군인들이 기타를 빼앗았다. “노래할 테면 해봐!” 협박당한 하라는 손뼉을 치며 계속 노래했다. 군인은 그의 팔을 부러뜨리고 총 개머리판으로 손가락을 짓이겼다. 하라는 그래도 일어나서 노래하려 했다. 그는 무참히 살해됐다. 하라는 불의에 죽음으로 항거한 예술가의 표상으로 회자되고 있다... 더보기
[여적]돌아온 스티브 배넌(17082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의 1등 공신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지난 18일 경질됐다. 지난해 8월17일 트럼프 대선 캠프 총책임자로 합류한 지 꼭 1년 만이다. 배넌은 트럼프 당선 이후 승승장구했지만 늘 혼란의 진원지였다. 지난 2월 시사주간 타임이 그를 표지인물로 내세우고 뽑은 제목 ‘위대한 조종자’처럼 한때 그는 트럼프를 조종하는 2인자였다. 하지만 백악관은 그의 독무대가 아니었다. 주인공은 트럼프였고, 트럼프 주변에는 딸과 사위 등 경쟁자들이 즐비했다. 이 때문에 백악관의 인적 구성은 ‘배스킨 라빈스 31’ 아이스크림에 비유되기도 한다. 생존을 위한 권력게임은 불가피했다. 배넌의 주적은 글로벌리스트 4인방이었다. 트럼프의 딸 이방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더보기
[여적]미 남북전쟁 영웅 리 장군(170814) 2015년 6월17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에서 총격사건이 일어났다. 21세 백인 청년이 흑인교회에서 총기를 난사해 흑인 9명이 사망했다. 여느 총격사건과 달리 이 사건의 파장은 컸다. 범인은 백인우월주의자였다. 그는 인종 전쟁을 시작할 목적으로 범행했다고 자백했다. 이 사건은 ‘미국판 역사 바로 세우기’에 불을 댕겼다. 남북전쟁의 유산인 남부연합기 퇴출 운동이 확산됐고, 남부연합군(남군) 장군들의 동상 철거로까지 번졌다. 백인우월주의자들이 떠받드는 인종주의의 상징물이라는 이유에서다. 퇴출 대상 중 한 명이 사령관을 지낸 로버트 리다. 미 합중국 연방군(북군) 총사령관을 지낸 율리시스 그랜트 장군과 함께 남북전쟁 최고의 영웅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미 육사를 졸업한 리는 당초 모든 남부 주의 연방.. 더보기
[여적]괌(170811) 서태평양 마리아나 군도 남쪽 끝에 위치한 미국령 괌은 한국인에게 인기 있는 해외 관광지다. 해마다 이곳을 찾는 한국인은 일본인 다음으로 많다. 지난해 처음으로 50만명을 넘었다. 하지만 한국인에게는 끔찍한 참사 현장이기도 하다. 20년 전인 1997년 8월6일 새벽 1시40분, 김포를 출발한 대한항공 KE801편 여객기가 아가나 국제공항에 착륙하기 5분 전 추락했다. 신혼여행과 휴가를 즐기려던 승객과 승무원 등 228명이 사망했다. 폭우와 착륙 유도 장치 고장, 규정 고도를 무시한 조종사의 과실이 빚은 참사였다. 괌은 예로부터 전략적 요충지였다. 그러다 보니 섬의 주인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원주민 차모로족이 4000년 전부터 살기 시작한 괌은 1521년 포르투갈 탐험가 마젤란의 세계일주로 서방에 알려진.. 더보기
[여적]만델라와 주마(170810) 제이컵 주마 남아공 대통령은 넬슨 만델라의 후계자로 불린다. 흑백인종 분리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 철폐에 온몸을 바쳐온 인연 때문이다. 주마는 만델라가 만든 아프리카민족회의(ANC)에 17살 때 가입했고, 만델라가 정치범으로 27년을 보낸 로벤 섬 수용소에서 함께 복역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마는 여로모로 만델라와 대비된다. 남아공의 새 시대를 연 국부 만델라는 ‘마디바’(존경하는 어른)로 추앙받는다. 반면 주마는 부패와 무능을 상징한다. 집권 8년이 지난 그에게는 ‘부패의 독씨앗’ ‘남아공 최고의 부패 인물’이라는 오명이 따라다닌다. 2013년 12월10일, 닷새 전 타계한 만델라의 영결식 때 에피소드다. 조문 온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시민들로부터 록스타 같은 환영을 받았다. 반면 추도사를 하기 위해 .. 더보기
[여적]미국의 원전 건설 중단(170803) 지금까지 들어간 비용 약 90억달러(약 10조1000억원), 추가로 투입될 비용 약 160억달러(18조원). 이쯤되면 사업을 계속할 것인지, 중단할 것인지 결정하는 게 쉽지 않다. 미국의 전력회사 두 곳이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짓던 VC서머 원전 2기 건설을 중단하겠다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2013년 착공한 원전 2기는 완공까지 공정이 40%도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회사 측은 공사 지체에 따른 비용 증가, 전력 수요 정체, 저렴한 천연가스와 재생에너지와의 경쟁 등의 이유를 들었지만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컸다. 2008년 계약 당시 추정 공사비는 115억달러(12조9000억원)였다. 하지만 공사가 지체되면서 비용은 산더미처럼 불어나 250억달러(28조1000억원)로 전망됐다. 천문학적인 매몰비용을 감수.. 더보기
[여적]미·러 외교전쟁(170801) 2009년 11월 러시아에서 정부의 탈세를 조사하다 당국에 체포돼 감금된 변호사가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1년 불법감금 시한이 끝나기 불과 일주일 전이었다. 그의 이름은 세르게이 마그니츠키로, 37세였다. 마그니츠키의 감금과 죽음으로 러시아 정부의 탈세와 인권탄압 실태는 만방에 드러났다. 마그니츠키는 러시아 부패에 저항하다 숨진 상징으로 떠올랐다. 3년 뒤인 2012년 미 의회는 마그니츠키를 기리기 위해 러시아 인권탄압을 규탄하는 법안에 그의 이름을 붙였다. 그해 12월 발효된 ‘마그니츠키 법안’은 러시아의 인권침해 사범의 입국 금지 등을 담고 있다. 러시아는 내정간섭이라고 반발하며 맞불 조치를 취했다. 미국인의 러시아 아동 입양을 금지시킨 것이다. 이 사건은 1990년 냉전 종식 이후 미·러관계를 .. 더보기
[여적]트럼프의 '셀프 사면'(170724) 대통령의 고유권한 가운데 하나가 사면이다. 형벌권 전부 또는 일부를 없애는 것으로, 특정 죄에 대해 실시하는 ‘일반사면’과 특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특별사면’이 있다. 최근 청와대는 광복절 특사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이 취임하면 으레 광복절 특사가 있었기에 혹시나 기대했던 사람들은 실망했을 법하다. 미국의 경우 사면은 초대 조지 워싱턴 대통령 때부터 있었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2명만 사면권을 한 번도 행사하지 않았다. 취임 한 달 만에 폐렴으로 사망한 9대 윌리엄 헨리 해리슨과 취임 4개월 때 총에 맞아 두 달 뒤 사망한 20대 제임스 가필드다. 칠면조도 ‘사면혜택’을 누린다. 대통령이 백악관 추수감사절 기념행사로 칠면조를 살려주는 특별사면을 명령하는 것이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19.. 더보기
[여적]지폐 속 여성(170720) 2015년 6월 미국 재무부는 10달러 지폐에 새겨진 초대 재무장관 알렉산더 해밀턴을 2020년에 여성으로 바꿀 것이라고 발표했다. 찬반 논란과 함께 누가 미국의 첫 지폐 속 여성이 될지 관심이 고조됐다. 흑인 노예제 폐지 운동가 해리엇 터브먼이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10개월 뒤인 2016년 4월 재무부는 10달러 대신 20달러 인물을 바꾸기로 했다. 20달러 인물은 7대 대통령인 앤드루 잭슨이다. 노예 소유주 논란으로 옛날부터 교체 대상 1호였다. 지폐 속 첫 여성 타이틀은 터브먼에게 돌아갔다. 잭슨은 퇴출을 면하고 뒷면으로 쫓겨난다. 첫 흑인 대통령 시대를 맞아 첫 흑인 지폐 인물이 탄생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이후 이 계획을 번복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돈다. 지폐에 등장하는 여성.. 더보기
[여적]룰라의 몰락(170714) 시작은 돈세탁 수사였다. 2014년 3월 중순, 브라질 경찰은 수도 브라질리아의 한 주유소가 돈세탁 장소임을 포착했다. 연루된 범죄조직의 두목을 조사한 결과 그가 브라질 국영에너지기업 페트로브라스 간부로부터 차량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사건은 일파만파로 번졌다. 페트로브라스 간부들이 계약을 대가로 건설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브라질 검찰은 최대 부정부패 척결운동에 돌입했다. 바로 ‘세차 작전’이다. 이 작전은 ‘브라질 대통령들의 무덤’이 됐다. 지우마 호세프 당시 대통령은 ‘정부회계조작사건’으로 지난해 8월 말 탄핵됐다. 후임 미셰우 테메르 현 대통령은 탄핵 위기에 처해 있다. 세계 최대 육류가공회사 JBS 전 회장으로부터 15만달러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지난달 검찰에 기소됐기 때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