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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가 쓴 칼럼/여적

[여적]대통령의 사과(170607) 노무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사과를 가장 많이 했다. 그의 사과는 당선인 신분 때부터 시작됐다. 취임 일주일 전인 2003년 2월18일 대구지하철 참사가 발생하자 사흘 뒤 사과했다. 2004년 탄핵 사태 당시 헌재가 탄핵 소추안을 기각하자 다음날 대국민사과를 했다. 형 건평씨의 부동산 의혹, 경찰 과잉진압에 따른 농민 사망 사건 등 고개를 숙여야 할 때마다 마다하지 않았다. 제주 4·3사태에 대해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국가권력에 의한 대규모 희생이라며 여러 차례 사과했다. 노 대통령의 사과는 국민과 소통하고 권위주의에서 벗어나려는 시도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여러모로 대비된다. 늘 회피·늑장 논란을 불렀다. 우선 ‘대독(대리) 사과’. 첫 사과는 2013년 취임 후 김용준 총리 후보자 등 장차관급.. 더보기
[여적]미국 대통령의 핵심참모(170605) 미국의 파리 기후변화협정 탈퇴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공공의 적’이 됐다. 트럼프 결정 뒤에는 백악관 수석전략가 스티븐 배넌이 있었다. 트럼프 당선의 일등공신 배넌은 ‘트럼프의 브레인’으로 통한다. 미 언론은 이번 결정을 ‘배넌의 승리, 이방카의 패배’로 해석한다. 대통령의 브레인과 대통령 딸 사이의 백악관 내 힘겨루기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심거리 중 하나였다. 출범 넉달 보름이 지난 현재 배넌이 트럼프에게 한 발 더 다가간 것으로 보인다. 배넌을 향한 트럼프의 애정은 남다르다. 트럼프는 배넌을 위해 백악관에 없던 자리를 만들었다. 바로 수석전략가다. 대통령과 중요 현안이나 장기 과제를 논의하는 자리다. 비서실장에 맞먹는 지위다. 트럼프가 배넌을 신뢰하는 사례는 더 있다. 비록 나중에 없던 일로 했지만.. 더보기
[여적]메르켈의 딜레마(170531) 근대 이후 유럽 역사는 독일, 영국, 프랑스, 러시아 간 견제와 균형의 역사였다. 네 나라가 서로 물고 물리면서 세력 균형자 노릇을 했다. 독일은 공포이자 비난의 대상이었다. 어느 누구도 강력한 독일도, 분열된 독일도 원치 않았다. 어떤 경우든 유럽의 세력 균형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독일 입장으로서는 영향력을 행사해도, 하지 않아도 욕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것이 국제관계 속에서 형성된 ‘독일 딜레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독일 딜레마’ 속으로 뛰어들려는 걸까. 메르켈이 지난 28일 “유럽의 운명은 우리의 손에 맡겨야 한다”고 한 발언을 보며 든 생각이다. 메르켈은 맥주파티 형식의 정당행사에서 “이것이 지난 며칠간 경험한 것”이라고 말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및 주요 7개국(G.. 더보기
[여적]서울로7017(170522) 서울역 앞 낡은 고가도로가 ‘서울로7017’이라는 이름으로 지난 주말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건설된 지 약 47년 만이다. 서울시는 개장 첫날인 지난 20일에만 시민 15만명 이상이 찾았다고 했다. 가히 새 명소의 탄생이라 할 만하다. 숫자 7017의 70은 고가도로의 개통연도인 1970년에서, 17은 보행길로 다시 태어난 2017년에서 각각 따왔다. 그 길이 주변의 17개의 길과 이어지고 높이0가 17m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 서울 도심의 공중정원은 발상의 전환이 없었다면 결코 탄생할 수 없었다. 2007년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은 철거한 뒤 새 고가도로를 건설하기로 했다. 그러나 2014년 6월 서울시장 선거를 앞둔 당시 박원순 시장이 철거 대신 공원 활용을 공약으로 내걸면서 운명이 바뀌었다. 공중정.. 더보기
[여적]사이버 냉전(170517) 2007년 4월 말부터 약 3주간 에스토니아의 주요 정부기관 및 기업의 웹사이트가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2차 세계대전 참전 기념 동상 이전 발표가 발단이었다. 러시아인의 반발 시위, 에스토니아와 러시아 간 외교전, 그리고 최악의 사이버 공격 등 파장은 컸다. 배후로 러시아가 지목됐다. 그러나 러시아의 부인으로 ‘배후 없는 공격’으로 정리됐다. 이것이 국가를 대상으로 한 최초의 사이버전이다. 사이버전은 인터넷을 이용해 타국의 사회 인프라를 마비시키는, 다른 형태의 전쟁이다. 서방·불량국가 누구나 공격받고 공격할 수 있다. 다만 공격 배후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 특징이다. 사이버전 배후국으로 흔히 중국, 러시아, 북한이 지목된다. 중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사이버전 부대를 보유하고 있다. 인.. 더보기
[여적]문재인의 탈권위주의(170513) 백악관 집무실 책상에 걸터앉아 보좌관들과 얘기하는 대통령. 탈권위주의적이고 소탈한 미국 대통령의 상징이다. 이 정도만 돼도 부러운데, 버락 오바마는 그 이상을 보여줬다. 백악관 청소부와 하이파이브를 하는 모습이 그것이다. 이보다 시민친화적인 대통령이 또 있을까. 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은 권위주의와 불통의 상징이었다. ‘혼밥’과 ‘관저 근무’를 고집하고 수석비서관이나 장관들과도 대면접촉이 거의 없었다. 오죽하면 ‘박근혜의 신데렐라’ 조윤선 전 정무수석조차 11개월 동안 독대 한 번 하지 못했을까. 문재인 대통령이 권위주의 색채를 벗겨내고 있다. 그는 12일부터 업무를 비서동인 여민관 집무실에서 보기 시작했다. 본관 집무실에서 500m 정도 떨어진 여민관은 그간 대통령과 참모 간 소통 장애의 상징이었다. 거.. 더보기
[여적]달빛정책(170511)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은 달빛정책이라도 내놓으면서 비판해야 한다.” 놀랍게도 이 말을 한 이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다. 2001년 9월 하순 민주당의 한광옥 대표가 취임 인사차 연희동을 찾았다. 전두환은 “김 대통령의 햇볕정책으로 이번에 북한이 미국의 공격목표에서 벗어났다”면서 이같이 덧붙였다. 당시 한나라당이 김대중 정부의 대북정책을 사사건건 비난한 데 대한 비판이다. 요지는 대안 없는 비판은 무의미하다는 것일 터이다. 햇볕정책과 달빛정책은 진보·보수 정권의 대북관계를 가리키는 개념이다. 햇볕이 강풍을 이긴다는 이솝 우화에 착안한 햇볕정책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의 근간이다. 튼튼한 국방·안보, 흡수통일 배제, 남북 교류·협력 추진을 원칙으로 한다. 반대 .. 더보기
[여적]포퓰리즘의 종말(170510) ‘마크롱의 당선이 유럽 포퓰리즘 확산에 쐐기를 박았다.’ 프랑스 대선에서 중도 노선의 에마뉘엘 마크롱이 극우 민족전선의 마린 르펜을 꺾은 데 대한 언론의 대체적인 평가다. 그럴 만도 하다. 지난해 6월 영국의 브렉시트와 11월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절정에 이른 포퓰리즘은 이후 예상과 달리 퇴조했다. 지난해 12월 오스트리아 대선, 올해 3월 네덜란드 총선, 6월 영국 조기 총선의 척도로 여겨진 지난 4일 지방선거, 오는 9월 총선에서 극우 정당의 첫 연방의회 진입이 예상된 지난 7일 독일 주의회 선거에서 극우 정당은 줄줄이 패퇴했다. 결은 다르지만 한국 대선에서도 ‘홍트럼프’로 불린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도 참패했다. 포퓰리즘은 대중의 요구와 바람을 대변하려는 정치 사상이나 활동을 의미한.. 더보기
[여적]투표용지(170506) 첫 대선 사전투표가 치러진 지난 4일 난데없는 ‘투표용지 괴담’이 SNS를 타고 번졌다. 후보자 이름 사이에 간격이 있는 것과 없는 것 2종류의 투표용지가 있고, 간격이 없는 투표용지는 무효 처리된다는 내용이었다.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결국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허위 사실을 유포해 선거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라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뜨거운 사전투표 열기만큼이나 부정투표나 투표조작에 대한 우려를 보여준 예다. 대선 투표용지에는 기호 번호와 소속 정당 이름, 후보자 이름, 기표란이 인쇄돼 있다. 가로 길이는 고정돼 있지만 후보자 칸의 폭이나 후보자 간의 간격은 후보자 숫자에 따라 달라진다. 이번 대선의 경우 후보자 칸의 폭은 1㎝이다. 후보자 간 간격은 0.5㎝이.. 더보기
[여적]오바마의 고액 강연(170428) 조찬제 논설위원 흔히 탐욕스러운 자본가나 기업가를 비난할 때 ‘살찐 고양이(Fat Cat)’라는 말을 쓴다. 이 말은 1920년대 미국에서 처음 등장할 때부터 부정적 의미를 담고 있었다.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거액을 기부하는 부자를 뜻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현재 의미로 굳어졌다. 당시 금융위기를 극복해야 했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임기 동안 월가 은행가들을 자주 ‘살찐 고양이’에 비유했다. 그는 2009년 CBS 방송 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월가의 살찐 고양이 은행가 무리를 도우려고 출마하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심지어 자신의 후계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월가 고액 강연에 대한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살찐 고양이’ 비난이 오바마에게 부메랑이 돼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