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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가 쓴 기사/경향신문 사설

[사설] 코로나에 묶인 교육 현장, 최소한의 ‘교육의 질’ 확보해야(200916)

교육부는 오는 21일부터 수도권 유치원과 초·중·고교에서 등교수업을 재개한다고 15일 밝혔다. 이에 따라 추석연휴 특별방역 기간이 종료되는 다음달 11일까지 유치원과 초·중교는 전체 학생의 3분의 1 이내, 고교는 3분의 2 이내 범위 안에서 등교할 수 있게 된다. 등교수업은 지난달 26일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가 ‘2.5단계’로 강화돼 전면 원격수업에 들어간 지 약 4주 만이다. 사실상 2학기 개학일인 등교에 맞춰 교육당국과 학교는 방역과 수업 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한다.

등교수업은 청소년의 행동 및 정서 발달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3일째 10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조기 종식 가능성도 희박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등교수업의 조기 정착을 기대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오히려 전면 원격수업이 도입된 지난 4월9일 이후 학교 폐쇄-간헐적 등교-학교 폐쇄라는 패턴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학생들로서는 학교 대신 원격수업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원격수업이 코로나19 시대 교육의 ‘뉴 노멀’이 된 지 오래다. 하지만 여전히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 수업 방식만 온라인으로 바뀌었을 뿐 기존 방식대로 짜인 시간표에 맞춰 동영상 강의를 수강하거나, 동영상 강의를 틀어놓고 다른 과목이나 학원수업을 듣는 등 부작용이 드러났다. 그런가 하면 부모의 경제력 차이에 따른 학습 격차의 심화라는 문제점도 노출시켰다. 그동안 교육당국은 2학기 들어 실시간 수업을 도입하는 등 초기 문제점을 개선해왔다. 하지만 원격수업의 질을 높이고, 학습 격차를 해소하는 일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최대 과제로 남아 있다.

교육부는 이날 원격수업의 질 향상을 위한 개선책도 내놨다.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실시간 쌍방향 화상수업 실시, 콘텐츠 활용 수업 시 실시간 채팅 등을 통한 피드백 활성화, 실시간 조·종례 실시 등이다. 동시에 모든 교실의 무선 인터넷 환경 조성과 노후 기자재 20만대 교체 방안도 제시했다. 쌍방향 수업과 교사·학생 간 소통 강화, 교육 장비로 인한 차별 개선은 원격수업의 질을 높이기 위한 기본 대책이다. 코로나19 사태는 향후 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변수다. 그 어떤 것보다 교육의 역할이 더 중요한 시기다. 수업의 질을 높이기 위한 교육당국의 노력은 더 강화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