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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가 쓴 기사/경향신문 사설

[사설] 노동권 사각지대 ‘5인 미만’ 사업장, 언제까지 방치할 건가(210624)

주말과 겹치는 모든 공휴일에 대체 공휴일을 적용하는 ‘공휴일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23일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제정안이 이달 말 본회의를 통과하면 올해 하반기 주말과 겹치는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 성탄절도 대체 공휴일이 돼 쉴 수 있게 된다. 국민의 휴식권을 보장해 삶의 질을 높이고, 내수를 진작시킨다는 측면에서 대체 공휴일 확대는 바람직하다. 하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과 중대재해처벌법에 이어 이번에도 적용 대상에서 배제됐다.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그동안 대체 공휴일 확대가 뚜렷한 기준 없이 선심 쓰듯 진행돼 온 점을 보면 이번 법제화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문제는 기업의 규모에 따라 차등적으로 적용된다는 데 있다. 5인 이상~30인 미만 사업장은 내년부터 적용되고, 5인 미만 사업장은 아예 제외됐다.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않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최소 360만명이다. 이들은 사업주에 의해 언제든 해고될 수 있고, 해고되더라도 구제신청을 할 수 없다. 주 52시간 근무제 대상도 아니며, 연장·야간·휴일근로 시 통상임금의 50%에 해당하는 가산수당, 연차 휴가 등의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 내년 1월 말 시행되는 중대재해법의 적용 대상도 아니다. 기본적인 노동권과 안전의 보호망 밖에 방치돼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체 공휴일 대상에서마저 제외된다면 이들이 느낄 상대적 박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5인 미만 사업장을 제외한 이유는 유급휴가를 적용하지 않는 근로기준법과 충돌할 소지가 있어서라고 한다. 납득할 수 없는 논리다. 그러지 않아도 근로기준법과 중대재해법 적용을 받지 못하는 이들을 한번 더 죽이는 일이다. 이번에도 드러났듯 모든 문제의 근원은 사업장 규모에 따라 법을 차등 적용해 온 데 있다. 사업장의 규모가 노동자의 권리 박탈의 기준이 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 그 출발점이 근로기준법을 5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적용하는 일이다. 이는 국가 인권기관의 권고사항이자 시민사회와 노동계의 오랜 바람이기도 하다.

 

민주당은 차제에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과 중대재해법 적용을 위한 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 국민의힘은 이번 대체 공휴일법 의결에 불참한 이유가 5인 미만 사업장을 제외하는 것은 국민 공휴일 취지에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업장 규모에 따른 차별 해소에 공감한 만큼 법 개정에 동참할 것으로 기대한다. 더 이상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을 법망 밖에 방치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