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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가 쓴 기사/경향신문 사설

[사설] 위원장 구속에 민주노총 총파업 선언, 노·정 관계 파탄 안 된다(210903)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2일 구속 수감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 민주노총 위원장이 구속된 것은 두 번째다. 노동계 현안이 많은데 국내 제1노조인 민주노총 위원장이 구속된 것은 유감스런 일이다. 갈수록 악화되는 노·정 관계가 파탄에 이르지 않을까 우려된다. 경찰은 이날 오전 서울 정동 민주노총 사무실에 경찰관들을 투입해 양 위원장을 강제로 구인했다. 양 위원장은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시작되던 지난 7월3일 서울 도심의 전국노동자대회를 비롯한 여러 시위를 주도한 혐의를 받아왔다. 코로나19 방역 상황에서 법을 위반한 것은 맞지만 민주노총 위원장을 구속한 것은 여러모로 불행한 일이다. 과거 박근혜 정부 때 철도노조 파업 집행부를 체포할 때와 같은 폭력적 진압은 없었지만 위원장을 본부 사무실에서 강제로 잡아.. 더보기
[사설] ‘처참한 실패’ 미국의 20년 아프간전쟁이 남긴 교훈(210901)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30일(현지시간) “아프간에서의 20년간 미군 주둔은 끝났다”고 선언했다. 미 역사상 가장 긴 전쟁인 아프간전이 마침내 막을 내린 것이다. 지난 20년간 미국의 발목을 잡았던 아프간전은 미 역사에 또 하나의 실패한 전쟁으로 남게 됐다. 미국은 2001년 10월7일 9·11테러에 대한 응징 차원에서 아프간을 침공했지만 명분도 실리도 얻지 못했다. 9·11테러 주범인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 제거에는 성공했지만 탈레반 재집권을 막는 데는 실패했다. 이 과정에서 2조달러의 천문학적인 전비가 투입되고 미군 2400명이 희생됐다. 카불 공항에서의 마지막 철수 작전 과정에서 드러난 대혼란은 베트남전 패배에 이어 미국인에게 또다시 굴욕을 안겼다. 아프간전은 9·11 이후 미국의 대.. 더보기
[사설] 또 다른 국제분쟁 촉발한 IS의 비인도적 카불공항 테러(210828)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공항 인근에서 지난 26일 자살폭탄테러가 발생해 미군 13명을 포함해 약 200명이 사망했다. 탈레반 폭정을 피하기 위한 아프간인들의 필사의 탈출 현장에서 일어난 일이라 안타깝기 그지없다. 민간인과 이들을 도와주는 미군을 겨냥한 테러는 어떤 명분으로도 용서받지 못할 비열한 행위다. 비인도적인 만행을 저지른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강력히 규탄한다. 테러 배후로는 IS의 아프간 지부인 호라산(IS-K)이 지목되고 있다. IS는 전 세계 비무슬림을 대상으로 한 성전을 기치로 내건 테러조직이다. 2010년대 중반 이라크·시리아에서의 참수 동영상 공개 등으로 악명이 높다. IS-K는 그중에서도 과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은 올해 1~4월에 IS-K가 77건의 .. 더보기
[사설] 아프간 '특별기여자' 수용, 난민 인식 전환점 되길(210827)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 정부를 도운 현지인과 가족 378명이 26일 마침내 한국 땅을 밟았다. 탈레반의 아프간 재장악 후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이들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탈출시킨 결과이다. 정부는 이들에게 일단 난민이 아닌 ‘특별기여자’ 자격을 부여해 단기방문(C-3) 비자로 입국시켰다. 향후 장기체류가 가능한 방문동거(F-1) 비자와 취업이 자유로운 거주(F-2) 비자를 발급해 이들의 국내 생활을 도울 예정이다. 이 땅에 안착한 아프간인들을 환영한다. 법무부는 이날 출입국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날 입국한 아프간인들에게 난민에 준하는 장기체류 자격과 취업 자격을 부여할 법적 근거를 신속하게 마련하기 위함이다. 이들을 특별기여자로 규정한 만큼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들이 .. 더보기
[사설] 위기의 아프간 난민, 국제사회의 수용 협조 절실하다(210823)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재장악한 지 22일로 일주일이 지났지만 수도 카불공항은 국외로 탈출하려는 아프간인으로 아수라장이다. 미국과 탈레반이 암묵적으로 합의한 ‘이달 말’ 탈출 시한이 다가오면서 아프간인들의 필사의 탈출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 체류 시 탈레반의 탄압에 직면할 아프간인의 탈출과 이들의 수용이 국제사회 현안으로 떠올랐다. 미국은 아프간 탈출 대상자를 미국인 1만5000명을 포함해 6만5000~7만5000명으로 보고 있다. 대부분이 미국 등 서방 협력자와 그 가족이다. 지난 일주일간 카불공항을 떠난 사람은 1만7000명에 불과했다. 이런 속도라면 이달 말 시한까지 난민 전부를 탈출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더욱이 여기에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성장한 젊은층이 대거 빠져 있다... 더보기
[사설] 탈레반의 여성 인권 보호 약속, 국제사회가 주시한다(210819) 아프가니스탄을 20년 만에 재장악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17일 밤(현지시간) 대변인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반탈레반 세력과 화해를 약속했다. 반대자에 대한 보복 금지를 비롯해 여성 권리 보장, 언론자유 허용, 외국과 평화적 관계 유지 등이 내용이다. 탈레반이 아프간 시민들과 국제사회를 향해 내놓은 첫 공식 메시지여서 주목된다. 약속이 제대로 이행된다면 아프간에 긍정적 변화가 올 것이다. 그러나 이 약속에는 ‘이슬람 율법’과 ‘국가의 가치를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라는 조건이 달려 있어 과거 탈레반이 보여준 극단적 이슬람 율법 정치가 재현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탈레반 재집권에 가장 불안을 느끼는 이는 여성들이다. 탈레반은 1996~2001년 집권하면서 엄격한 이슬람 율법(샤리아)을 앞세워 여성의 권리.. 더보기
[사설] 이번엔 해군 부사관 성추행 사망, 이러고도 군이라 할 수 있나(210814) 공군 성추행 피해 부사관 사망 사건 수사가 끝나기도 전에 해군에서도 같은 사건이 발생했다. 해군 A중사는 지난 5월 말 부대 밖 식당에서 직속 상관과 식사하던 중 성추행을 당했다. A중사는 외부에 유출하지 말아달라며 주임상사에게 피해 사실을 보고했다가 사건 발생 두 달 보름 후인 지난 9일 피해 사실을 정식으로 신고했다. 그리고 피해자와 분리조치한 지 사흘 만인 지난 12일 숨졌다. 공군 여중사 사망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한 지 석 달이 지나지 않았는데 군 내에서 같은 사건이 재발한 데 대해 충격을 금할 수 없다. 철저한 진상규명과 함께 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문책이 있어야 한다. 아직 전모가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번 사건은 지난 5월 공군 중사 사망과 흡사하다. 해군 중사는 피해 발생 두 달여 후 극단적 .. 더보기
[사설] 아쉬운 한·미 연합훈련 축소 강행, 절실해진 남북 간 소통(210809) 북한의 반발과 정치권의 공방으로 논란이 돼온 하반기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규모를 축소한 채 예정대로 16일부터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8일 “코로나19 확산 상황 등을 고려해 후반기 지휘소 연습에 참여할 한·미 양측 인원을 모두 줄이기로 했다”면서 “방어와 반격 등 훈련 시나리오는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실적 불가피성은 이해하나, 남북 통신선 복원으로 조성된 화해 무드를 감안하면 일정을 조정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이번 훈련은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반발과 일정 연기를 둘러싼 정치권 공방으로 논란이 컸다. 김 부부장은 지난 1일 담화에서 “군사연습은 북남관계의 앞길을 더욱 흐리게 할 수 있다”며 남측 결정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혔다. 남북 통신선을 복원한 지 닷새 만에 북한.. 더보기
[사설] 이상기후와 댐 관리 부실이 수해 빚었다는 정부 보고서(210804) 지난해 8월 집중호우로 섬진강댐 하류, 용담댐·대청댐 하류, 합천댐·남강댐 하류 일대에서 큰 수해가 발생했다. 당시 원인을 두고 댐 관리기관인 수자원공사는 기상청 예보가 빗나가 어쩔 수 없다고 했지만 공사의 관리 부실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컸다. 환경부가 3일 지난해 수해가 기후변화에 따른 이례적인 집중호우와 부실한 댐 관리 등이 빚어낸 것이라는 공식 조사 결과를 내놨다. 천재와 인재가 결합한 재난이라는 지적이지만 방점은 인재라는 데 찍혀 있다. 지난해는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기후가 두드러진 해였다. 장마는 역대 최장(중부지방 기준)이었고, 강수량도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 태풍·호우에 따른 재산·인명 피해는 최근 10년 연평균보다 3배 이상 많았다. 집중호우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말에 일리가 없지 않다. 그.. 더보기
[사설] ‘세월호 기억공간’ 협의체 구성 거부한 오세훈 시장(210730) 오세훈 서울시장이 광화문광장 내 세월호 기억공간의 이전·재설치를 위한 유가족과의 협의체 구성을 거부했다. 오 시장은 지난 28일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협의체가 만들어진다면 또다시 일부 정치적인 힘이 개입하거나 시민단체들이 조력한다고 나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문제가 정치화함으로써 국민 대다수의 마음이 떠났다”고도 했다. 협의체 구성은 최근 불거진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를 둘러싼 갈등 국면에서 유가족이 자진철거를 결정한 근거였다. 오 시장의 협의체 구성 거부와 ‘정치화’ 운운은 유가족에 대한 모독으로, 잦아들던 갈등에 기름을 붓는 것이나 다름없다. 오 시장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이후 기억공간 재설치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재차 밝혔다.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재설치 반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