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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가 쓴 칼럼/아침을 열며

아침을열며17/석방 논란 버그달은 반역자인가 미국이 탈레반과 포로 맞교환을 하다니. 지난달 31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에게 잡힌 보 버그달 병장의 석방을 위해 관타나모 수용소의 탈레반 포로 5명을 풀어주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을 듣고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미국이 어떤 나라인가. 람보 영화에서도 보듯 적에게 잡힌 병사는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구해내는 것을 자랑스러운 전통으로 여기는 나라 아니던가. 아니나 다를까. 조국을 위해 전장에 나갔다가 포로가 된 병사가 5년 만에 석방된다는 소식에 ‘영웅의 귀환’이라며 기뻐하던 분위기가 돌변했다. 버그달과 그의 가족은 물론 오바마에게까지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오바마 행정부가 테러리스트와 협상을 했느니, 의회에 통보하는 절차를 어겼다느니, 버그달은 영웅이 아니라 탈영병이.. 더보기
아침을열며16/아직도 끝나지 않은 사바르 비극 그날의 비극은 막을 수 있었을까. 대참사 하루 전인 지난해 4월23일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 외곽 사바르의 라나플라자. 8층짜리 이 건물엔 방글라데시 경제를 지탱하는 의류공장 5개가 입주해있었다. 일손이 분주하게 돌아가기 시작한 지 얼마 뒤 건물 기둥에서 3개의 금이 발견됐다. 시 당국이 건물을 진단한 결과 안전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건물 안 의류공장에 조업중단 명령이 떨어졌다. 노동자 수천명은 조기 귀가했다. 집으로 돌아왔지만 몇 만원밖에 되지 않는 월급으로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이들은 불안했다. 조업중단 기간이 길어지는 만큼 수입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마냥 조업재개만 기다릴 형편이 아니었다. 아직도 월급날은 10여일이나 남았다. 하지만 하루만 더 일하면 초과근무수당은 손에 쥘 수 있다... 더보기
아침을열며15/‘거대한 체스판’에 마주한 푸틴과 오바마 지미 카터 미국 행정부 때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는 1997년 을 펴냈다. 브레진스키가 체스판에 비유한 지역은 유라시아 대륙이다. 옛 소련 붕괴 후 세계 최강국이 된 미국이 향후 헤게모니에 도전받지 않고 유라시아 대륙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훈수를 두는 것이 이 책을 쓴 목적이었다. 그는 이 책에서 옛 소련 지역인 러시아와 그 인접지역을 블랙홀로 불렀다. 그로부터 17년 후, 브레진스키가 블랙홀이라고 부른 지역의 우크라이나가 말 그대로 모든 국제뉴스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발단은 지난해 11월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유럽연합과 추진하던 무역협정 체결을 러시아의 압력에 밀려 중단한 일이었다. 이후 친유럽계는 ‘유로마이단 시위’를 주도해 야누코비치 대통령을 쫓아.. 더보기
아침을열며14/다시 스노든을 생각할 시간 “올해 해변가에는 상어보다 더 나쁜 것이 있다. 그것은 아마추어 사진가다.” 지난 11월 중순 정보수집 천국이 된 세상과 그에 따른 사생활 침해 문제를 커버스토리로 다룬 이코노미스트 기사는 이렇게 시작한다. 기사 도입부는 120여년 전인 1890년 코닥 휴대용 카메라가 가져온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 당시 신문 기사를 인용한 것이다. 누구든 휴대용 카메라로 일광욕을 즐기는 이들을 훔쳐볼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의미일 터다. 말하자면 정보수집 도구로서의 카메라 시대 도래의 부작용을 지적한 셈이다. 이코노미스트 기사는 120년을 뛰어넘어 정보수집 도구가 카메라에서 폐쇄회로(CC)TV를 지나 차량용 블랙박스와 구글안경으로 진화된 이 시대의 풍경을 전하고 있다. 정보수집은 다방면에서 혜택을 주지만 사생활 침해라는 심.. 더보기
아침을열며13/끝나지 않은 오키나와의 비극 지난 11일 오후 일본 오키나와 본섬 남쪽 끝 해안가에 있는 평화기원자료관을 찾았다. 오키나와 현정부가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에서 유일한 지상전이 벌어진 오키나와전쟁의 교훈과 영구평화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세운 것이다. 자료관을 둘러보다 제4전시실 한쪽 벽에 붙은 글에 눈길이 갔다. 일본어로 쓴 길지 않은 글이었다. 한국어로 된 자료관 안내서에는 이렇게 번역돼 있었다. “오키나와전의 실상을 접할 때마다 전쟁이라는 것처럼 잔인하고 이렇게 오욕투성인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생생한 체험 앞에서는 어떠한 사람도 전쟁을 긍정하고 미화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전쟁을 일으키는 것은 분명히 인간입니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전쟁을 용납하지 않는 노력을 할 수 있는 것도 우리들 인간이 아닐까요. 전후 이래 우리들은 .. 더보기
아침을열며12/무엇을 보았니 아들아 이집트 북동부 수에즈 운하 인근 도시인 이스마일리아. 지난 16일 한 무리의 주민들이 평화적인 거리시위를 벌이며 도로 한복판에 막아선 탱크들을 향해 행진한다. 이윽고 들리는 총성들, 그리고 주춤하는 시위대. 하지만 흰 모자를 쓴 한 남성은 두 팔을 하늘로 뻗은 채 꿋꿋하게 탱크들 쪽으로 걸어간다. 멈춰선 그는 탱크와 당당히 맞선다. 두 팔은 여전히 하늘을 향해 있다. 10초쯤 지났을까. 총성과 함께 그는 고꾸라진다. 총탄이 그의 복부를 관통한 것이다. 비록 그의 두부는 ‘소스라쳐 삼십보 상공으로 튀’어오르지는 않았지만 ‘땅바닥에 쥐새끼보다도 초라한 모양으로’ 그를 ‘쓰러뜨렸다’. 그는 고통스러운 듯 도로 위에서 뒹굴었고, 주민 몇 명이 그를 향해 달려간다. 지난 19일자 경향신문 1면에 실린 3장의 연속.. 더보기
아침을열며11/본말 전도된 스노든 사건 에드워드 스노든이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개인정보 불법 감시행위를 폭로한 지 한달 보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본말 전도’의 전형적인 사례를 또다시 목도하고 있다. 스노든 사건은 ‘개인자유 대 국가안보’라는, 오랜 논쟁거리에 대한 문제제기라 할 수 있다. 스노든이 폭로를 통해 강조하고자 한 본질은 국가안보를 위해 개인의 자유가 희생돼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위해 스스로 내부고발자라는 가시밭길을 택했다. 하지만 그가 고발한 본질에 대한 논의는 실종된 지 이미 오래다. 그 자리는 스노든 송환과 정치적 망명을 둘러싼 미국과 반미 국가들의 줄다리기 같은 곁가지가 대신하고 있다. 그리고 23일이면 스노든은 공항 환승구역에 갇혀 영화 의 주인공처럼 웃지 못할 희극의 주인공 신세로 전락한 지 한달이 된다... 더보기
아침을열며10/미국 정보기관 수장들의 거짓말 지난 3월 미국 상원 청문회장. 민주당의 론 와이든 상원의원(오리건주)과 미 정보당국의 총책임자인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장(DNI)의 질의문답이 이어졌다. “국가안보국(NSA)은 어떤 형태라도 미국인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지 않나요?” “하지 않습니다.” “하지 않는다고요?” “의도적으로는 하지 않습니다.” 같은 달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장. 민주당 행크 존슨 하원의원(조지아주)은 키 알렉산더 NSA 국장을 5분여 동안 추궁했다. “NSA는 미국 시민들의 e메일을 일상적으로 가로채고 있나요?” “아닙니다.” “NSA는 미국인들의 휴대전화 통화내용을 가로채나요?” “아닙니다.” “문자메시지는요?” “아닙니다.” “은행 거래 기록은요?” “아닙니다.” 지난 6일 에드워드 스노든이 NSA가 미국인들을 불법적으.. 더보기
아침을열며9/'사바르 비극’이 던지는 질문 기자 초년병 시절인 1992년 어느 봄날로 기억한다. 따사로운 봄 햇살에 밀려드는 졸음과 싸움을 벌이고 있을 때 선배의 연락을 받았다. 동대문구 창신동에 있는 봉제공장에서 소녀가장을 만나보라는 지시였다. 희미한 조명 아래 실먼지가 날리던 좁은 주택 안 공장에서 조모양이 사장과 함께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모양은 당시 16살이었다. 동생과 남동생을 돌보기 위해 하루 종일 그곳에서 일했다. 일에 지친 듯, 삶에 대한 희망을 잃은 듯, 그의 눈에는 생기가 없었다. 사진을 찍기 위해 함께 자리한 두 동생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을 뒤로하고 돌아오는 발걸음은 무거웠다.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무력감과 자괴감 탓이었다. 그 때문인지 그들과의 만남은 아직까지도 마음의 빚으로 남아 있다. 성인이 된 그들은 .. 더보기
아침을열며8/내부 고발자의 힘 한 건의 폭로가 다시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미국 수도 워싱턴에 있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지난 3일(현지시간) 웹사이트에 띄운, 조세 피난처에 관한 탐사보도다. 협회는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와 케이맨군도 등 유명 조세 피난처에 있는 유령회사 12만2000여개와 170여개국의 정치인·기업인·재력가 등 약 13만명이 차명 임원이나 익명 소유 방식으로 유령회사를 차리거나 거래한 사실을 공개했다. 탈세와 돈세탁 등 불법·탈법의 온상으로 불리는 조세 피난처의 실체가 처음으로 드러난 것이다. 1차로 명단이 공개된 아제르바이잔, 러시아, 캐나다, 파키스탄, 필리핀, 태국, 몽골 등의 해당자들은 불법행위는 없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해당국에서는 탈세와 돈세탁 등 불법행위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