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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가 쓴 칼럼/여적

[여적] 위기의 'NRA'(200808) 2017년 기준 미국인이 소유한 총기는 약 3억9300만정이다. 미국인 모두가 1정씩 가져도 약 6680만정이 남아돌 정도다. 총기 사고도 잦고, 사망자도 많다. 1968년 이후 50년간 약 150만명이 총기 사고로 숨졌다. 모든 전쟁에서 숨진 미국인(약 120만명)보다도 많다. 그럼에도 미국인의 총기 사랑은 식을 줄 모른다. 미국인의 총기 소유를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미 총기협회(NRA)다. 1871년 사격술 훈련을 목적으로 하는 여가 단체에서 출발해 미 최대 총기옹호 이익단체이자 로비단체로 성장했다. 2018년 기준 회원은 약 550만명이다. 전체 수익 4억1200여만달러 가운데 가입비 수익만 1억7000만달러가 넘는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존 F 케네디, 로널드 레이건 등 전직 대통령 .. 더보기
[여적] 우편투표(200801) 우편이라는 통신수단과 투표라는 참정권 행사가 결합한 우편투표는 1918년 영국에서 본격 도입됐다. 1차 세계대전 중 전선에 있는 병사들의 참정권을 보장하기 위해 고안한 부재자투표의 한 방편이었다. 이렇게 시작된 우편투표는 사전투표 제도로 발전하면서 지금은 보편적인 투표 방법으로 자리잡았다. 갈수록 낮아지는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나라마다 새로운 투표방법을 고안하는 것과 맞물려 있다. 우편투표는 이미 대세인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0일 난데없이 우편투표를 이유로 ‘대선 연기론’을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엄청난 반대 여론에 놀라 9시간 만에 대선연기론은 철회했지만 우편투표를 거론한 배경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트위터에 “우편투표는 사기”라고 썼다. 그는 “선거.. 더보기
[여적] 옥토버 서프라이즈(200730) 2016년 10월4일 새벽, 미국인의 시선이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의 입에 쏠렸다. 미 대선을 한 달여 앞둔 시점이었다. 어산지가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뒤지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에게 유리한 ‘중대 발표’를 할 것이라는 소문 때문이었다. 어산지는 그해 7월부터 클린턴에게 불리한 e메일을 폭로해왔다. 하지만 ‘한 방’은 없었다. 오히려 사흘 뒤 트럼프에게 불리한 소식이 터졌다. 워싱턴포스트의 음담패설 녹음파일의 공개였다. 약 5%포인트 뒤진 트럼프로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대선을 11일 앞둔 10월28일, 반전 카드가 나왔다.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클린턴 e메일 재수사 방침을 밝힌 것이다. 대선 이틀 전 무혐의 결론이 났지만 클린턴의 신뢰가 크게 손상된 뒤.. 더보기
[여적] 트럼프의 '40년 비선'(200714)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핵심 참모로는 딸 이방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 스티브 배넌, 스티븐 밀러가 꼽힌다. 당선의 일등공신은 배넌이다. 트럼프는 그를 위해 수석전략가라는 자리까지 만들었다. ‘트럼프의 복심’으로 불리는 32세 밀러에게는 선임고문 직함을 줬다. 사위 쿠슈너와 동급이다. 배넌은 2018년 트럼프와의 갈등 끝에 백악관을 떠났지만, 나머지는 지금껏 건재하다. 이들에 비하면 로저 스톤(68)은 드러나지 않은 인물이다. 2016년 대선 때 큰 공을 세웠지만 백악관 근처에는 가지도 못했다. 공화당의 유명 정치 전략가인 스톤은 ‘흑막 정치의 달인’으로 불린다. 두 사람은 1979년 전설적 변호사이자 뉴욕 최고 실력자 로이 콘(1927~1986)의 소개로 만났다. 콘은 트럼프의 멘토이자 해결사였다... 더보기
[여적] 변종 코로나(200706)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4일 전 세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21만2326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하루 기준으로 최고다. 하루 확진자가 20만명을 넘은 것도 처음이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선언된 지 4개월이 다 돼가지만 사태가 더욱 악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 사정도 다르지 않다. 이달 들어 신규 확진자는 5일 연속 50명을 넘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것보다 전염성이 강한 코로나19 변종 바이러스가 확인됐다는 연구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 로스앨러모스국립연구소를 비롯한 국제공동연구팀은 코로나19 변종 바이러스가 유럽과 미주 지역에서 확산되고 있다는 증거를 발견했다고 국제학술지 ‘셀’ 3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변종 바이러스는 기존보다 전.. 더보기
[여적] 차르의 현신(200703) 2007년 시사주간 타임 선정 ‘올해의 인물’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다. 옛 소련 붕괴 후 혼란에 빠진 러시아를 안정적으로 이끈 지도자라는 점이 평가받았다. 실제로 푸틴은 집권 8년 동안 ‘강한 러시아’를 앞세워 이란핵과 코소보 사태, 미사일방어(MD) 체제 등 글로벌 현안에서 미국과 맞서면서 높은 인기를 누렸다. 당시 타임이 그에게 붙인 호칭이 ‘새로운 러시아의 차르’였다. 시민의 자유나 표현의 자유에는 무관심한, 위험한 인물이라는 뜻을 담은 것이다. 제정러시아의 황제를 칭하는 차르는 독재자라는 의미로도 쓰인다. 타임의 차르 호칭은 정확했다. 이후 푸틴에게는 ‘현대판 차르’라는 꼬리표가 늘 따라다닌다. 푸틴은 종종 차르의 표상이라고 할 표트르 대제(1672~1725)나 이반 4세(이반 뇌제·.. 더보기
[여적] 햄버거병(200627) 1982년 미국 오리건주와 미시간주의 같은 패스트푸드 체인점에서 햄버거를 먹은 어린이 40여명이 식중독에 걸렸다. 당국의 조사 결과 덜 익은 쇠고기 패티가 문제였다. 다진 쇠고기로 만든 패티에서 당시 잘 알려지지 않았던 O157:H7이라는 장출혈성대장균이 발견된 것이다. 이 박테리아는 적혈구를 손상시켜 빈혈과 구토, 피가 섞인 설사를 유발한다. 대개는 증상 후 5~7일이 지나면 호전되지만 심할 경우 신장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힌다. 바로 용혈성요독증후군(HUS)이다. 햄버거를 먹고 이 병에 걸렸다고 해서 ‘햄버거병’으로도 불린다. 국내에서도 이 병이 논란이 됐다. 2016년 9월, 당시 만 4세 아이는 가족과 함께 경기 평택의 유명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햄버거를 먹었다. 아이는 다음날 구토를 시작하더니 혈변.. 더보기
[여적] 명예로운 항명(200613) 한국전쟁 당시 유엔군 총사령관 맥아더 장군은 해리 트루먼 미 대통령과 갈등을 겪었다. 중공군 참전이 계기였다. 공산주의 타도가 목표였던 맥아더는 확전을 원했다. 북한·만주·연해주에 원자폭탄을 투하하자고 요청하고, 장제스의 중화민국군 참전을 주장했다. 트루먼은 소련 개입을 우려해 휴전을 원했다. 결국 트루먼은 맥아더를 해임했다. ‘전쟁 중에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관례를 깬 것이다. 맥아더뿐 아니라 미국에도 불명예였다. 명령 복종은 군인의 의무다. 항명은 곧 해임을 뜻한다. 하지만 예외가 있다. 명령이 명백히 부당하거나 헌법상 시민의 권리를 침해한 경우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 4월, 미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호 함장 브렛 크로지어는 ‘선원을 하선시켜 달라’는 서한을 해군에 보냈다. 항모 내 코.. 더보기
[여적] 라파예트 광장(200610) 미국 백악관 북쪽에는 좁은 도로와 접한 공원이 있다. 라파예트 광장(Lafayette Square)이다. 프랑스 후작으로 의용군을 이끌고 미 독립전쟁에 참전한 드 라파예트의 이름을 땄다. 공원 네 모퉁이에는 라파예트를 비롯해 독립전쟁에 참전해 공을 세운 외국인 영웅 4명을 기리기 위한 동상이 세워져 있다. 19세기 중반 미국 조경의 아버지로 불리는 앤드루 잭슨 다우닝이 공원으로 개발했다. 그 전까지는 경마장, 묘지, 동물원, 노예시장, 군대 야영지 등으로 쓰였다. 백악관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라파예트 광장은 ‘시위 1번지’로 유명하다. 백악관 앞 시위는 그 상징성 때문에 미국뿐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시위객들이 몰려든다. 과거 유신정권과 광주민주화항쟁 때 한국의 재.. 더보기
[여적] 에릭 가너와 조지 플로이드(200530) “숨을 못 쉬겠어(I can’t breathe).” 2014년 7월17일 오후 미국 뉴욕시 스테이튼아일랜드. 거대한 체구의 흑인이 백인 경찰관의 목조르기에 쓰러진다. 그는 약 30초간 이 말을 11번이나 숨가쁘게 내뱉은 뒤 의식을 잃는다. 구급차가 올 때까지 약 7분 동안 경찰은 그를 방치한다. 43세 에릭 가너는 그렇게 숨졌다. 백인 경찰의 흑인에 대한 무차별적인 공권력 행사에 경종을 울린 ‘에릭 가너’ 사건이다. “숨을 못 쉬겠어”는 이를 계기로 ‘흑인의 목숨도 중요하다’ 운동의 구호가 됐다. 사건 후 6년 만에 판박이 사건이 재발해 미국이 들끓고 있다. 희생자는 건장한 체격의 흑인 조지 플로이드(46)다. 그는 지난 25일 저녁 미네소타주의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관의 무릎에 약 8분간 목을 조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