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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가 쓴 칼럼

[경향의 눈18] 바이든, 군사 개입 백지수표 AUMF(무력사용권한)를 폐기하라(210311) 지난달 25일 미국이 시리아 내 친이란 민병대 시설을 공습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첫 군사작전이었다. 앞서 있었던 일련의 이라크 내 미군 기지 공격에 대한 보복이었다. 2001년 10월 아프가니스탄 침공 이후 미국과 연합군이 하루 평균 46차례씩 감행한 수십만 건의 공습 중 하나였지만 관심이 집중됐다. ‘미국이 돌아왔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바이든의 약속과 배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안에서도 비난이 쏟아졌다. 바이든은 군사작전 감행 근거로 자위권을 보장한 유엔헌장(51조)을 내세웠다. 하지만 더 확실한 근거가 있었지만 들먹이지 않았다. 바로 ‘무력사용권한(AUMF)’이라는 법이다. 이 법은 2001년 9·11 테러 일주일 뒤 발효됐다. 이 법의 핵심 조항은 미 역사상 가장 위험한 문장으로 .. 더보기
[여적] 룰라의 귀환(210310) ‘좌파의 아이콘, 노동자의 대통령,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정치인 그리고 부패한 정치인.’ 그의 이름 뒤에는 많은 수식어가 따른다. 21세기 첫 10년을 지배한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76)의 이력에는 질곡의 브라질 현대사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가난이 구두닦이 룰라를 노조활동에 눈뜨게 했고, 노조지도자가 되어서 군부독재에 맞선 경험은 그를 정치인으로 거듭나게 했다. 3전4기 끝에 2002년 대통령에 당선된 그는 ‘보우사 파밀리아’ 같은 빈곤층 보호정책을 대대적으로 펼쳐 세계적인 정치인으로 도약했다. 퇴임 직전 지지율 87%만큼 그의 8년 집권을 잘 보여주는 척도는 없을 터이다. 그런 그가 퇴임 8년 뒤 감방에 있을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룰라의 발목을 잡은 것은 부패였다. ‘세차작전.. 더보기
[여적] 미국발 코로나 부유세(210303) 세계적인 부자 워런 버핏은 대표적인 부자증세론자다. 그가 2011년 8월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소득세율이 비서보다도 더 낮다”며 부자증세를 요구한 이야기는 유명하다. 2010년 그가 낸 소득세는 약 694만달러였지만 소득세율(17.4%)은 직원 20명의 평균(36%)보다 크게 낮았다. 그보다 70년 전 미국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제안으로 2만5000달러가 넘는 부분에 90%가 넘는 소득세를 부과하기도 했다. 부유세는 부자증세와 결이 다르다. 부과 대상이 이른바 슈퍼부자이며, 기준은 소득이 아닌 순자산이다. 미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과 버니 샌더스는 대표적인 부유세 옹호론자다. 두 사람은 지난해 대선의 민주당 경선 후보로 나서며 서로 경쟁하듯 부유세안을 내놨다. 워런안은 5000만~10억달.. 더보기
[여적] 밀크티 동맹(210302) 19세기 영국과 청나라 간 아편전쟁의 도화선이 된 것은 차(茶)였다. 당시 영국에서는 차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청으로부터 차를 사들일 결제대금 은이 절대 부족했다. 그래서 영국이 고안한 것이 인도를 끼워넣은 ‘삼각무역’이었다. 대중국 무역 독점권을 가진 동인도회사가 영국의 모직물을 인도에 수출하면, 인도는 중국에 아편을 수출하고, 그 대가로 영국이 차를 가져오는 식이다. ‘차의 정치경제학’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차가 다시 국제정치의 중심에 섰다. 태국과 중국 간 소셜미디어(SNS) 전쟁이 계기였다. 태국의 한 유명인이 트위터에 홍콩을 국가로 묘사한 이미지를 올린 것이 발단이었다. 중국 누리꾼들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무시한 처사라며 강력 반발했다. 급기야 두 나라 간 갈등에 .. 더보기
[여적] K주사기의 힘(210301) 의약품을 인체에 주입할 때 사용하는 의료기기가 주사기다. 몸통과 피스톤(밀대), 주삿바늘로 구성되지만 그 속에 놀라운 과학이 숨어 있다. 주사를 하더라도 피스톤과 주삿바늘 사이에 미량의 약물이 남을 수밖에 없다. 흔히 죽은 공간(Dead Space)이라고 부르는 곳이다. 이 죽은 공간을 획기적으로 없앨 수 있다면 버리는 주사액이 줄고 접종 횟수를 늘릴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온 것이 최소잔여형(Low Dead Space·LDS) 주사기다. LDS 주사기는 그동안 투약 비용이 비싼 불임치료나 암치료에 주로 사용됐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면서 한국에서 만든 이 주사기가 또 다른 ‘게임 체인저’로 떠올랐다. 국내에서 접종 중인 화이자 및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1병당 접종 권고 인원이 각각 6명과.. 더보기
[여적] 신진 재벌의 기부(210219) 기부의 선구자 빌 게이츠 부부와 워런 버핏이 2010년 만든 ‘더기빙플레지(The Giving Pledge)’는 억만장자들의 자선클럽이다. 자산은 10억달러(1조1000억원)가 넘어야 가입할 수 있고, 가입자는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해야 한다. 기부는 살아 있는 동안에 해도 되고 사후에 할 수도 있다. 그동안 24개국에서 모두 218명이 이 클럽에 가입했다. 지난해 3월 기준 포브스 선정 세계 억만장자(2095명) 비율로 보면 약 10%에 해당한다. 대표적인 가입자는 최근 세계 최고 부자로 올라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를 비롯해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래리 엘리슨 오러클 회장 등이다. 세계 2위 부자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는 가입하지 않고 있다. 돈이 많다고 누구나 가입하는 게 .. 더보기
[여적] 빌 게이츠의 원전(210216) 빌 게이츠(66)는 워낙에도 혁신가이지만 최근 그 면모를 두드러지게 한 것이 기후변화 대처를 위한 청정기술 개발 투자다. 지난 15년간 사비 20억달러를 쏟아부었다. 그중에서 가장 많은 시간과 돈을 들인 분야가 원자력 발전이다. 그는 원전을 온실가스 배출이 0이 되는 넷제로의 관건이라고 주장한다. 차세대 원자로 개발을 위해 2006년 테라파워라는 회사까지 세웠다. 재생에너지를 추구한다면서 원전을 짓는다니 얼핏 모순처럼 들린다. 테라파워가 개발 중인 ‘나트륨’ 원자로는 열화우라늄을 원료로 쓰는 핵분열 원자로다. 다만 냉각재로는 물 대신 끓는점이 높은 액체 나트륨을 사용한다는 점이 다르다. 최악의 경우에도 폭발하지 않고 방사능 물질이 유출되지 않아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건설 비용도 4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더보기
[경향의 눈17] 북극마을에서 하계올림픽을 열자고?(210211) 한 편의 짧은 동영상을 소개한다. 2분30초짜리다. 제목은 ‘살라 2032(Salla 2032)’다. 한 남성이 선크림을 바른 뒤 얼어붙은 폭포에서 스노보드를 탄다. 아이스크림을 손에 든 다른 남성은 차가운 호수 속으로 들어간다. 두 여성은 눈발이 날리는 속에서 배구를 한다…. 살라는 북위 66도가 넘는 북극권 핀란드에 있는 마을이다. 인구는 3000여명에 불과하다. 자칭 세계에서 가장 추운 마을답게 연평균 기온은 영하 0.4도다. 그런 살라가 2032년 하계올림픽 유치 신청을 하려 한단다. 북극권에서 하계올림픽이라니. 말도 안 된다. 살라가 하계올림픽을 신청하려는 목적은 다른 데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서다. 지금 추세라면 11년 뒤 살라에서 눈과 얼음을 보기 힘들지도 모른다. 그래.. 더보기
[여적] 베이조스의 조기 퇴진(210204)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설립자(66)는 세 번의 은퇴를 선언했다. 2000년 1월 최고경영자(CEO)에서 물러났다. MS를 설립한 지 20년 만으로, 당시 게이츠의 나이는 불과 45세였다. 2014년 2월엔 MS 회장직을, 2020년 3월엔 MS와 버크셔 해서웨이 이사 자리까지 내놨다. 게이츠가 은퇴를 선언한 가장 큰 이유는 자선활동에 전념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그는 부인과 함께 만든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통해 보건과 국제개발, 교육, 기후변화 같은 전 지구적 과제 해결에 앞장서고 있다. 스티브 잡스 애플 공동설립자(2011년 사망)는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렸다. 그의 성공에는 뼈아픈 실패의 경험이 녹아 있다. 잡스는 애플 설립 10년 만에 넥스트라는 새로운 회사를 차렸다. 그러나.. 더보기
[여적] 취임식 시 낭송(210130) 마야 앤젤루(1928~2014)는 미국 흑인 여성의 희망의 상징이다. 시인, 배우, 전기작가, 인권운동가 등으로서 그가 미 문화 전반에 끼친 영향은 지대하다. 많은 미국인이 그를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는다. ‘흑인 여성의 계관시인’으로 불리는 그의 명성에 날개를 달아준 행사가 1993년 빌 클린턴 대통령 취임식이다. 그는 축시 ‘아침의 고동(鼓動)에 관해’를 낭독했는데, 낭독 시 앨범은 이듬해 그래미상을 안겼다. 유엔 창설 50주년 때는 축시를 낭독하는 영예를 누렸다. 그로부터 28년 뒤 앤젤루의 길을 걷는 흑인 여성 시인이 혜성처럼 등장했다. 지난 20일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에서 통합과 치유의 메시지를 담은 시 ‘우리가 오르는 언덕’을 낭독한 23세의 어맨다 고먼이다. 노란색 옷에 빨간 머리띠를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