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무기가 쓴 칼럼

[여적] 노예 영웅 '해리엇 터브먼'(210127) 미국 역사에서 노예, 여성, 흑인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인권 운동에 헌신한 대표적인 인물이 해리엇 터브먼(1822~1913)이다. 터브먼은 한평생 노예 해방과 여성 참정권 운동에 앞장서왔다. 그는 1950년대 버스 승차 거부 운동으로 유명한 ‘현대 시민권 운동의 어머니’ 로자 파크스에 비견된다. 로자 파크스가 20세기를 대표하는 흑인 여성 운동가라면 터브먼은 19세기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메릴랜드주 한 농장에서 노예로 태어난 터브먼은 어린 시절부터 노예주로부터 학대를 받았다. 노예제도가 폐지된 북부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로 도망친 그는 가족과 친구를 구출할 목적으로 노예 탈출 운동을 전개했다. 그는 ‘지하철도’로 불리는 노예반대 비밀조직을 통해 약 70명의 노예를 탈출시켰다. 이 운동은 남북전쟁 때도 .. 더보기
[여적] '산둥의 기적' 일어날까(210123) 광산 사고는 치명적이다. 폭발·붕괴·화재 사고 뒤에도 유독가스 발생이나 갱도 침수 등이 이어진다. 1942년 1549명이 숨진 최악의 중국 랴오닝성 탄광사고도 화재에 이은 일산화탄소가 원인이었다. 요행히 살아남더라도 신속한 구조가 생명이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 갇힌 곳은 대개 지하 수백m 아래다. 생존이 확인되더라도 구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렇다고 한계를 뛰어넘는 ‘인간 승리’ 드라마가 없는 것은 아니다. 2010년 칠레에서 기적이 일어났다. 구리광산이 붕괴돼 지하 700m에 광부 33명이 매몰됐다가 69일 만에 전원 구조됐다. 사상 최장 생존 기록이다. 구조는 사고 17일 만에 기적처럼 생존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피신처에 33명 전원 생존’이라고 적힌 쪽지가 탐침봉에 매달려 올라온 .. 더보기
[여적] 트럼프의 뒷모습(210120)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아름다운 퇴장’을 거론할 때 자주 인용되는 시인 이형기의 시 ‘낙화’ 첫 구절이다. 이 시구는 적어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집권 4년은 물론 대선 후 ‘79일간 권력이양기’에 그가 보여준 모습은 아름다움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었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는 당선자에게 축하인사를 건네지 않았다. 추악함의 정점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식 불참이다. 트럼프는 20일 오전(현지시간) 열릴 취임식 참석 대신 대통령 전용 헬기 마린원을 타고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셀프 환송’을 연다고 한다. 그 후에는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타고 플로리다주 거주지 마러라고로 떠난다. 현직 대통령의 취임식 불참은 역대 44명 대.. 더보기
[경향의 눈16] 1861년 링컨, 2021년 바이든(210114) 1861년 3월4일. 에이브러햄 링컨이 미국 16대 대통령에 취임하기 위해 워싱턴 의회 의사당 앞에 섰다. 노예제 폐지를 두려워한 7개주는 이미 연방 탈퇴를 선언한 터였다. 내전의 그림자가 감돌았다. 연방 유지가 절체절명의 과제였다. 그는 취임사에서 연방이 헌법 이전에 형성된 사실을 상기시키며 연방 수호를 위해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취임사는 남부 연방 탈퇴자들을 향한 호소였다. “내전이라는 중대한 문제는 제 손이 아니라 여러분의 손에 달렸습니다. 정부는 여러분을 공격하지 않겠습니다. (…) 여러분은 정부를 파괴하겠다고 하늘에 맹세하지 않았지만 나는 ‘정부를 보존하고 보호하고 수호하겠다’는 가장 엄숙한 선서를 할 겁니다. (…) 우리는 적이 아니라 친구입니다. 우리가 적이 돼서는 안 됩니다... 더보기
[여적] '미친' 펠로시(210105) 하원의장은 미국 내 권력서열 3위다. 대통령 유고 시 부통령 다음으로 권한대행을 맡는다. 건국 이래 남성 전유물이던 이 자리에 여성이 선출된 것은 2007년이었다. 주인공은 민주당의 캘리포니아주 11선 하원의원 낸시 펠로시(81)였다. 조지 W 부시 2기 행정부 후반기부터 버락 오바마 1기 행정부 초반기까지 2번 연속 4년 동안 하원의장을 지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후반기인 2019년 1월 다시 하원의장에 선출됐다.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카멀라 해리스가 부통령에 당선되기 전까지 펠로시는 미 역사상 선출직으로 가장 높은 지위에 오른 여성이었다. 펠로시가 3일(현지시간) 개원한 117대 하원에서 다시 하원의장으로 뽑혔다. 하원의장으로만 4번째 소임을 맡게 된 것이다. 미 공화당이 펠로시를 비하해 부르는.. 더보기
[여적] 운명의 조지아주(210104) 미국 남동부에 위치한 조지아주는 50개주 가운데 면적은 24번째, 인구는 8번째, 가계수입은 33번째인 전형적인 농업지역이다. 건국 이전에는 영국과 독립전쟁을 치른 13개 식민지 중 하나였다. 남북전쟁 당시엔 연방에 반대하는 남부연합 7개주에 속했다. 조지아주를 세계에 알린 일등공신은 39대 대통령 지미 카터와 민권운동 지도자이자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마틴 루서 킹 목사일 터이다. 조지아주는 정치적으로는 민주당의 아성이었다. 민주당은 1900년 이후 1964년까지 대통령·주지사 선거는 물론 상원 선거도 싹쓸이했다. 일당 체제였기 때문이다. 정치지형이 바뀌는 변곡점이 된 해가 1964년이다. 그 뒤로 민주당이 대선 때 조지아주에서 이긴 것은 1976년·1980년(지미 카터), 1992년(빌 클린턴), 20.. 더보기
[여적] 백신 여권(201230) 코로나19가 팬데믹이 된 후 백신이 마지막 희망일 때가 있었다. 백신이 코로나19로부터 인류를 자유롭게 해줄 것이라는 믿음에서다. 그때 음모론이 머리를 내밀었다. 빌 게이츠의 ‘백신 음모론’이다. 각종 전염병 백신 개발에 헌신해온 그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속에 칩이 숨겨져 있고, 이 백신을 맞으면 실시간 감시를 당한다는 것이다. 게이츠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비판하자 트럼프 지지자들은 이 음모론을 들어 게이츠를 공격했다. 물론 가짜뉴스다. 연이어 들리는 백신 접종 소식이 여행 재개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이를 실현할 ‘백신 여권’ 도입 계획까지 나왔다. 백신을 맞은 이들에게 디지털 증명서를 발급해 해외여행은 물론 식당이나 공연장, 경기장 등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도록 .. 더보기
[여적] 합신조서 '퇴짜'(201226) 탈북민이 한국에 오면 반드시 거치는 곳이 있다. 국가정보원의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다. 2008년 중앙합동신문센터(합신센터)로 문을 열었다가 2014년 현재 명칭으로 바뀌었다. 2013년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 간첩조작 사건이 계기가 됐다. 합신센터의 역할은 탈북민 중 위장 잠입 간첩을 색출하는 일이다. 최대 6개월간 탈북자를 조사할 수 있다. 진술서를 토대로 조서를 작성하는데, 합신조서로 불린다. 검찰은 합신조서를 바탕으로 국가보안법상 간첩 협의 등으로 기소한다. 합신센터 신문은 탈북민에겐 악몽이다. 독방 조사가 필수다. 그 방엔 CCTV가 설치돼 있고, 문 바깥엔 잠금장치가 달려 있다고 한다. 변호인 선임, 외부인 면회, 편지 교환이 금지된다. 고립된 조건이다보니 종종 수사관의 강압적 조사에 따른 간첩조.. 더보기
[여적] 카멜레온 코로나(201222) 바이러스는 유행이 지속할수록 변이하면서 전파력을 키우는 속성이 있다고 한다. 코로나19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RNA 복제 과정에서 변이가 발생한다.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첫 감염자가 발생한 후 발견된 코로나19 변종은 약 6000건에 이른다. 과학자들은 인체 세포의 ‘ACE-2’ 수용체와 결합해 바이러스를 침투하게 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이 이 수용체와 더 쉽게 결합해 전파력을 높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7월 변종 바이러스 출몰 소식이 지구촌을 한 차례 휩쓸었다. 국제공동연구팀이 기존보다 전파 속도가 3~9배 빠른 변종이 유럽과 미주에서 확산되고 있는 증거를 발견했다고 보고했다. 이 변종은 지난 2월 초 유럽에서 시작됐고, 그로 말미암아 지구촌은 3월에 팬데믹 상황에 빠지게 됐다. 변종.. 더보기
[경향의 눈15] 바이든, 펜타곤의 힘을 뺄 수 있을까(201210) “미국이 돌아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이 메시지를 던졌을 때 세계는 안도와 함께 환호를 보냈다. 도널드 트럼프 집권 4년 동안의 비정상적 상황을 제자리에 돌려놓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한편에서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과거 힘의 우위에 바탕을 둔 패권 추구를 이어갈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이는 군비 경쟁의 지속을 의미한다. 미 대선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뉴노멀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는 일이다. 미 대선은 트럼프에 대한 심판이었다. 바이든 승리는 트럼프 이후에 대한 기대감의 표출이다. 코로나19 이후 안전한 세상에 대한 열망이다. 그 첫걸음이 펜타곤(국방부)의 힘 빼기다. 천문학적인 국방예산을 줄여 감염병 대처나 경제 회복, 보건의료 등에 지출하는 것이 핵.. 더보기